[명의 초대석] ‘스마트 암검사’ 개발 서울대 의대 병리학과 김철우 명예교수

2017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푸름호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암의 기세가 무섭다. 너도나도 암 환자란다. 부동의 사망원인 1위도 암이다.

암에 걸리지 않는다면 남녀 모두 평균수명 80세를 사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암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우환덩어리다. ‘혹시 나도?’ 다들 전전긍긍이다. 서울대 의대 병리학과 김철우 명예교수가 핫피플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혈액 10cc로 6대 암의 위험도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스마트 암검사’를 개발해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았던 일! 십수 년간 절치부심 해왔던 일! 폐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6대 암의 위험도를 혈액 10cc로 분석해내는 쾌거를 세상에 내놓으며 우리나라 의학계의 입지적인 인물로 떠올랐는데 그 저력은 뭘까?

어떤 숙제

대를 이은 의사 집안! 의대 진학은 자연스런 행보였다. 외과의사였던 부친과는 달리 병리학을 전공한 것은 뜻한 바가 있어서였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기초의학이 발전해야 임상의학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다.”고 말한다.

1985년부터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로 있으면서 그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암 환자의 조직검사였다. 암 환자의 최종 확진은 그의 조직검사를 통해서 이뤄졌다.

그런데 안타까웠다. 하나같이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 결과는 뻔했다. 손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이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좀 더 일찍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래서였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그는 의학자로서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혈액 속에 숨어 있는 암세포의 징표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2001년에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라는 벤처회사까지 창업했다. 의학, 생화학, 약학, 통계학 교수까지 두루 포진된 인력을 구성하고 두 팔 걷어 부치고 매달렸다.

하지만 그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정상인과 암 환자의 혈액 샘플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쉽게 생각했던 문제는 곳곳에 암초였다. 암 환자의 혈액샘플과 정상인의 혈액샘플을 놓고 수많은 정밀분석이 이뤄졌지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수시로 발목을 잡았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10여 년 동안 암을 진단하는 데 의미 있는 검사항목들을 찾아내기 위해 유효성 검사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런 집념이 통했던 걸까? 10여 년의 노력 끝에 그는 비로소 암 진단의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 암세포는 절대 단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거였다. 주변에 있는 다양한 정상세포로부터 영양물질도 받고 도움도 받아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이를 일러 암의 미세환경이라고 한다.”며 “암세포의 미세환경을 알게 되면서 암세포의 징표를 찾아내는 일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암세포의 징표로19개 표지자 발굴

단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암세포의 약점을 알게 되면서 김철우 명예교수가 주도했던 암세포의 징표를 찾아내는 일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암세포를 돕는 섬유세포, 림프구, 신생혈관세포들이 분비하는 대사성 물질, 신생혈관인자, 사이토카인 등의 물질들을 분석하면서 암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를 하나하나 밝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접근이었다. 종래의 암표지자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물질만을 대상으로 했다. 암별로 한 개의 종양표지자만 검사를 했다. 우리가 잘 아는 간암 표지자 AFP, 전립선암 표지자 PSA, 대장암 표지자 CEA 등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진단율이 낮게 나온다는 점이었다. 또 1cm 이하의 암세포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이 같은 약점을 극복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물질뿐 아니라 암세포를 돕는 주변 세포들이 뿜어내는 물질들도 함께 정밀 분석하여 암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를 나타내는 19개의 암표지자를 찾아냈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로소 세상에 그 등장을 알렸던 ‘스마트 암검사’, 그 등장이 갖는 의미는 뭘까?

스마트 암검사 뭐길래?

장장 10년 만의 쾌거! 7000여 명의 혈액샘플을 비교분석한 집념의 산물!

암 조기 진단에 의학적 신념을 걸었던 김철우 명예교수는 2011년 ‘스마트 암검사’를 세상에 내놓으며 우리나라 의학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도대체 스마트 암검사가 뭐길래?

이 물음에 김철우 명예교수는 “스마트 암검사는 암에 기여할 수 있는 암표지자 19개 항목을 정밀분석해서 6대 암에 대한 위험도를 측정하는 검사”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초간단하다. 소량의 혈액으로 가능하다. 방사선 노출 없이 안전하다. 혈액 10cc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 김철우 명예교수팀이 개발한 스마트 암검사는 암에 기여할 수 있는 암표지자를 분석해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의 발병 위험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혈액 샘플에서 19개의 단백 표지자를 분석하여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의 발병 위험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스마트 암검사는 수십 가지의 단백 표지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암뿐만 아니라 암세포에 대한 새로운 혈관증식, 면역체계, 대사흐름까지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기존 종양표지자 검사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나타내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스마트 암검사법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에 해외 각국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특히 8대 만성질환에 대한 위험도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그 진가를 배가시키고 있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스마트 암검사법을 활용하면 심혈관기능, 면역기능, 당뇨 성향, 대사증후군, 갑상선기능, 간기능, 신장기능, 혈액이상 등 8대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입체적인 결과로 분석해서 보여준다.”며 “조기에 암 진단뿐 아니라 8대 만성질환의 위험도까지 함께 체크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스마트 암검사는 2011년, 2015년 두 번에 걸쳐 보건복지부 신기술 인증을 받으며 기술적 개가를 인정받기도 했다.

▲ 혈액 10cc면 되는 스마트 암검사 개발로 앞으로 암을 조기발견하고 예방하는 더 쉬운 길이 열렸다.

암도 60~70% 예방이 가능한 병

스마트 암검사법 개발로 암 조기 발견에 새 길을 낸 김철우 명예교수.

지금 이 시간에도 그는 한 가지 신념만을 좇아서 산다. 암 조기 발견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임도 잘 안다. 검사를 통해 암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 곧바로 관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이럴 경우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면서 암과 멀어지는 생활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된다.”며 “스마트 암검사는 암 발생률을 낮추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암도 예방이 가능한가요?” 김철우 명예교수는 “암도 60~70%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최근의 학계 입장”이라며 “암 예방의 대전제는 만성염증을 줄이는 것이다.”고 말한다.

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만성염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염증이 생기면 주변 조직이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기게 된다. 문제는 새로운 세포가 생기는 빈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유전자 변이가 될 확률도 높다는 데 있다. 암세포의 싹이 잉태되는 것이다.

따라서 암 예방을 위해서는 만성염증을 줄여야 한다. 김철우 명예교수가 그 방법으로 추천하는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 조절하기

축적된 지방세포는 많은 염증인자를 배출한다. 비만이 암과 관련이 깊은 이유다.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은 비만과 특히 관련이 깊다. 평소 적당한 유산소운동을 통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암 예방의 첫째 지침이다.

2. 육식보다는 채식하기

육식의 콜레스테롤도 우리 몸속에서 염증을 만드는 물질이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지나친 육식보다는 채식이 더 권장된다. 채소에 들어 있는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천연 항암제와도 같다. 일례로 비타민 B는 구강 염증을 억제하고, 비타민 C는 혈관 염증을 억제한다.

3. 충분한 수면과 휴식 취하기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p53이라는 유전자이다. 전체 암의 절반이 p53유전자가 변이돼 있다. 이러한 p53의 변이를 막는 중요한 방법이 바로 충분한 휴식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4. 금주, 금연하기

흡연은 기관지 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일급 발암물질이 된다. 금연만으로도 암의 위험도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는 차고 넘친다. 음주도 마찬가지다. 온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일으켜 암세포가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김철우 명예교수는 “암은 누가 뭐래도 생활습관병의 하나”라며 “따라서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암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멀리할 것”을 당부한다.

오늘도 암 조기 진단이라는 화두에 매달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김철우 명예교수! 그런 그에게 남은 꿈은 하나다. 스마트 암검사가 보편적인 검사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기본검사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바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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