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수포자’를 아는가? 청소년들은 흔히 ‘수학을 포기한 자’를 수포자라고 부른다. 스스로 수학을 포기했지만 불안하고 초조하다. 중요한 과목을 포기했다는 죄책감을 피할 길이 없다. 청소년에게 수포자가 있다면 기혼자에게는 ‘섹포자’가 있다. 섹스를 포기한 자들이다.
이들 역시 중요한 것을 포기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살아도 될지 불안하다. 섹스리스 부부가 된 가장 흔한 원인은 배우자를 봐도 성욕이 안 생기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하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성욕을 되찾는 방법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집 나간 성욕을 되찾아 오는 비법을 공개한다.
CASE 1. 남편의 말 한마디에 성욕을 잃은 아내?
40대 주부 신정미 씨(가명)는 연기가 늘었다. 남편은 그녀가 속마음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그녀가 남편과 섹스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그녀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유난히 속궁합이 잘 맞았던 부부였다. 둘째를 낳고 나서도 신혼 때와 다름없이 섹스를 즐겼다. 문제의 발단은 남편의 한마디였다. 남편은 지나가는 말로 “여자들이 하는 무슨 수술이 있는데 그걸 하면 처녀 때처럼 된다.”고 했다. 남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 말이 아니었다. 별 관심 없는 척하자 남편은 한 번 그 수술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 자존심이 있는 대로 상했다. 그 말은 남편이 만족을 못 한다는 말이었다. 대판 싸웠다. 남편의 사과로 싸움은 일단락됐지만 그 생각만 하면 분노가 치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도 남편과 섹스는 한다. 하지만 하기 싫다. 남편의 말이 신경 쓰여 흥분도 잘 안 된다. 예전에는 먼저 하자고도 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다. 그래도 남편 앞에서 좋은 척은 한다. 또 수술이니 그런 말이 나오면 정말 이혼하고 싶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를 하고 난 후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나 싶다. 남편도 싫고 솔직하게 말을 못하는 자신도 싫다.
CASE 2. 숙제 같은 섹스에 성욕을 잃은 남편
숙제! 30대 직장인 편석주 씨(가명)에게 아내와의 섹스는 숙제다. 학창시절 죽어도 하기 싫었던 그 숙제. 먼저 섹스를 숙제로 만든 것은 아내였다. 사실 그것은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철저하고 깔끔한 여자였다. 그 성격이 섹스로까지 이어질 줄은 진짜 몰랐다.
아내는 섹스를 하기 전과 섹스를 하고 난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샤워를 했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꼭 샤워를 해야 한다고 우겨 분위기를 확 깨기 일쑤였다. 섹스를 끝낸 뒤에는 이불에 땀이 묻는다고 바로 샤워를 하라고 등 떠민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굴면 좋았던 기분도 싹 사라졌다. 갈수록 섹스 횟수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백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잠자리에서 아내는 말로만 듣던 러브젤을 꺼내왔다. 러브젤을 사 온 이유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처럼 흥분은 안 되고 부부 사이에는 섹스가 필요하니까 사 왔다고 했다. 다 아이를 갖길 원하는 편 씨를 위해 사 온 거라고 했다. 자기 같은 여자는 또 없다고 생색을 냈다. 그는 확신했다. 아내에게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냥 부부 생활에 필요한 숙제였다. 그런 아내를 만족시키려고 나름대로 애쓴 세월이 아까웠다. 이제 그는 그 숙제를 끝내고 싶다.
성욕 잃게 된 부부, 왜일까?
섹스리스 부부에게 섹스를 안 하는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단골 대답이 있다. “남편 또는 아내를 봐도 성욕이 안 생겨요!”다. 부부 사이에서 성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하고 싶지 않아서 섹스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은 “성욕이 안 생기는 부부라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 시간이 가면 남성,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남자로서, 여자로서 배우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정서적인 관계 또한 서먹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 남편, 내 아내의 성욕을 뚝 떨어뜨리는 행동이나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부부가 서로에게 성적 수치심, 모욕감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우자는 상처받고 작은 성 문제에도 지나치게 예민해진다. 김숙기 원장이 꼽은 성욕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말과 행동을 소개한다.
아내 때문에 성적으로 상처받은 말과 행동 BEST 3
1. 남편이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하면 면박을 주면서 하는 말 “당신은 이 상황에서도 그것밖에 생각이 안 나? 당신이 사람이야?”
2. 성관계 중 남편이 사정했을 때 실망했다는 표정 또는 “뭐야? 벌써 끝났어?”
3. 성관계 중 짜증내면서 하는 말 “빨리 끝내!”
남편 때문에 성적으로 상처받은?말과 행동 BEST 3
1. 다정하게 자기야~ 하고 다가가면 “저리 가! 나 오늘은 피곤해.”
2. 가슴을 보며 한숨 쉬면서 하는 말 “나도 가슴 큰 여자랑 살아보고 싶다!”
3. 성관계 중 하는 말 “느낌이 예전처럼 좋지 않아. 잘 좀 해봐!”
다시 섹스할 준비를~
부부가 성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문제 해결법이다. 그러나 막상 배우자 때문에 성욕이 안 생긴다고 말부터 하고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김숙기 원장은 “‘당신을 보면 성욕이 안 생긴다’라는 말은 극단적인 상황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우자에게 말하기 전 스스로 왜 성욕이 없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원인을 찾았다면 해결할 방법을 생각한다. 그 다음에 배우자에게 대화를 요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해결법을 이야기하고 배우자의 의견도 묻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난이나 포기가 아닌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라는 식의 대화가 필요하다.
섹스리스라는 숲에서 길을 잃었다면 출구를 찾으면 된다. 성욕을 되찾아 칙칙한 섹스리스 숲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소개한다.
집 나간 성욕 되찾아 오는 방법 8가지
1. 잠자는 시간을 맞추자!
부부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맞추면 자연스럽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종일 떨어져 있다면 자는 시간만큼은 부부생활을 위해 맞추자.
2.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자!
잠자리뿐 아니라 평소에도 ‘여자로서의 매력은 꽝’이라느니, ‘허리가 부실하다’느니 그런 수치심을 주는 말은 금물이다. 외모를 보며 혀를 차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안 된다. 배우자의 미운 점도 고운 점도 모두 끌어안자.
3. 배우자를 볼 때는 하트 가득한 눈을 만들자!
배우자의 불만 가득한 눈을 보면 있던 성욕도 달아난다. 배우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자.
4. 침대에서는 ‘사랑해’라는 말이 필수!
섹스할 때 ‘사랑해’라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면 만족감이 올라간다. 그러면 다음 섹스가 기다려진다. 섹스할 때마다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5. 건강한 몸 관리도 필수!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면 외모 자신감도 떨어지지만 체력과 성욕도 떨어진다. 정상체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자신 있는 몸이 성욕을 부른다.
6. 집에서 쓸 에너지를 남기자!
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쓰거나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성욕도 떨어진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에너지를 남겨서 집으로 돌아오자.
7. 부부 싸움한 후에는 화해한 후 자자!
부부 싸움한 후에 각방을 쓰는 것은 더 큰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복수할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화해할까 생각하자. 한 번의 부부 싸움이 섹스리스로 발전한 부부가 많다는 것을 명심하자. 부부 싸움을 한 뒤에는 마음을 풀고 잠자리에 들자. 한결 잠도 잘 오고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8. 자녀와 따로 자자!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안방이 아닌 자녀 방에서 재우자. 부부가 아이와 같이 자면 아무래도 섹스도 망설여진다. 아이의 잠자리 독립, 아이를 위해서도 부부생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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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기 원장은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이며 가족상담 및 부부갈등 조정, 부부코칭, 가족리더십 전문가다. 숭실대학교, 인하대학교 외래교수이며 각종 부부문제 솔루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