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지난가을은 ‘가슴 아픈 불륜’이 안방극장을 파고들었다. 지난 11월 종영한 드라마 <공항 가는 길>과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대표작이다.
두 드라마 모두 바람피우는 부부 이야기를 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중 주인공은 비난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드라마 때문에 착각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아름다운 불륜, 어쩔 수 없는 불륜은 없다. 상처받는 불륜과 상처주는 불륜만 있을 뿐이다. 바람피우는 것도 안 되지만 바람피우는 것을 그냥 두고 봐서도 안 된다. 그 바람을 당장 알아채 더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부부가 힘을 합쳐 바람을 멈춰야 한다. 그러려면 바람을 빨리 알아채는 센스가 필요하다.
배우자가 바람피운다고 보내는 대표적인 신호 5가지와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본다.
복수심으로 불타는 여자 이야기
성미향(41세, 가명) 씨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지금껏 맞벌이하며 별 탈 없이 두 아이를 키웠고, 집안일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며느리 노릇도 싹싹하게 잘 해왔다. 남편과도 큰 다툼 없이 지냈다. 쿨하고 멋진 아내로 살려고 남편이 가정에 소홀해도 꾹 참고 버틴 그녀였다.
이런 그녀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외도였다. 언제부턴가 휴대폰을 끔찍이 챙긴다 싶었다. 집에 있을 때는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요즘 푹 빠진 게임 때문이라고 했다. 많이 늦은 날은 게임 동호회 사람들과 모임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바보같이 믿었다. 그런데 우연히 차 안에서 오랫동안 통화하는 남편을 두 번이나 보고 난 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유심히 남편을 살폈더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게임은 잠깐이고 계속 누군가와 메신저 대화를 했다.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잠겨서 알 수 없었다.
계속 지켜본 끝에 휴대폰 잠금 해지 패턴을 알아낸 날 그녀는 경악했다. 남편은 메신저로 어떤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 여자와 만날 약속을 잡고, 먹고 싶은 음식과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고 있었다. 이런 꼴을 당하려고 남편 위주로 맞춰주며 살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한참 후 정신이 들자 남편의 메신저 대화 내용, 통화내역을 그녀의 휴대폰으로 찍었다. 변호사도 알아봤다. 이제 남편의 인생을 완전히 끝장낼 방법을 고민 중이다.
믿었던 아내에게 뒤통수 맞은 남자 이야기
처음에는 송기천(39세, 가명) 씨도 좋았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더니 몇 달 전 고민 끝에 작은 카페를 냈다. 그는 아내가 돈을 버는 것보다 일하면서 웃음이 많아진 점이 좋았다. 날이 갈수록 예쁘게 화장하고 꾸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아침마다 들떠 하는 모습도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왔다. 그날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미리 연락도 없이 카페를 찾았다. 그를 본 아내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내는 꽃바구니를 매만지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중이었다. 그를 보고 황급히 전화를 끊은 아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웬 꽃이냐고 묻자 친구가 보냈다고 했다.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쪼잔해 보일까 봐 그냥 넘겼다.
그날 밤 카페 문을 닫기 직전 한 여자가 카페로 뛰어 들었다. 그 여자는 계산대에 놓인 꽃바구니를 다짜고짜 바닥에 던지며 아내에게 OOO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 듣는 남자 이름이었다. 아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여자는 자신의 남편과 그의 아내가 바람피우는 중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가정에 헌신하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그 여자에게 고개를 떨어뜨리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결국 여자는 소송을 건다고 악을 쓰고 떠났고 그는 너무 믿기 힘든 현실에 화조차 내지 못한 채 카페를 나왔다. 이제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바람을 멈춰달라고 보내는 신호 5가지
의심이 의심으로 끝나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부부다. 의심이 현실이 되는 순간마다 결혼생활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만약 그것이 바람피운다는 의심이라면 빨리 사실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의심하느라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혼할 것이 아니라면 더 깊은 관계가 되기 전에 그 바람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배우자를 속이면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바람피우는 사람도 사람이다.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배우자가 절대 눈치 못 챌 거라는 착각에 과감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은 바람피우는 배우자의 평상시와 다른 태도와 행동으로 5가지를 꼽는다.
1 ‘프로 깔끔러’가 된다!
전에는 잘 씻지 않았던 사람이 매일 샤워를 하는 등 청결해진다.
2 휴대폰과 한 몸이 된다!
휴대폰을 늘 곁에 두고 자주 확인한다. 차 안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비밀 통화를 한다. 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만 밖에 나가면 연락이 안 될 때가 있다.
3 외모 업그레이드!
옷을 사고, 염색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살을 빼는 등 젊어지고 예뻐지려고 노력한다. 특히 속옷에 신경 쓴다.
4 항상 님은 먼~곳에!
이유 없이 화를 내어 싸움을 걸고는 홧김에 나가버린다. 귀가 시간이 늦는 일이 많다.
5 어느새 마음은 다른 곳에!
예전보다 눈에 띄게 말수가 적어지거나 유난히 들떠 있다. 뜬금없이 슬프다고 울거나 딴생각을 자주한다.
진짜 바람, 그 후…
만약 앞의 행동이 진짜 바람피우는 신호였다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람을 멈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혼을 막으려면 배우자의 바람을 이성적으로 봐야 한다.
첫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바람피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둘째, 배우자에게 알게 됐다는 것을 알리고 대화를 시도한다.
셋째, 대화를 통해 바람피운 두 사람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넷째,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을 돌아보고 부족했던 부분과 해결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짚어보고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김숙기 원장은 “이 과정에서 꼭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우선 마음에도 없는 고소하겠다거나 이혼하겠다거나 하는 협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피운 배우자에게 지나친 비난과 공격을 하면 ‘저러니까 내가 바람피운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누구나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도 인정하기 싫은 법이고, 잘못했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 마치 더는 잘못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너무 세게 나가도 문제지만 너무 약하게 보여도 문제다. 바람피운 배우자도 위기에 대처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숙기 원장은 “보통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도 배우자의 못난 모습은 싫어한다.”고 말한다. 바람피운 이유가 배우자가 싫어져서가 아닐 수도 있는데 끝없이 우는 나약한 모습을 보면 이 역시 ‘저러니까 내가 바람피운다.’고 합리화할 수 있다.
강력한 ‘바람치료약’이 필요해!
바람피웠다고 누구나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바람이 멈췄다고 해서 누구나 다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다시 행복해지는 것은 부부의 노력에 달려 있다. 같이 산다고 해도 한 사람은 계속 의심하고, 바람피운 사람은 상대의 의심병에 질리고 정이 떨어져 나중에 이혼하는 일도 흔하다. 또한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숙기 원장은 “배우자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된 부부관계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숙기 원장은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이며 가족상담 및 부부갈등 조정, 부부코칭, 가족리더십 전문가다. 숭실대학교, 인하대학교 외래교수이며 각종 부부문제 솔루션 방송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