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은 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이 말은 최근 들어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을 장내 미생물이라고 부르는데 이 장내 미생물이 장 건강은 물론이고 노화, 암, 당뇨병, 치매, 우울증 등 수많은 질병의 발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 관리의 핵심은 흔히 유산균이라고 부르는 유익균을 늘리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PART 1.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장내 미생물의 건강 파워
우리 장내에는 무려 350만 개의 유전자를 가진 장내 미생물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틀 통해 밝혀진 인간의 유전자가 약 3만 개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유전자 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장내 미생물 유전자는 인간 세포와 끊임없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장내 미생물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자극을 주며 서로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유전자를 보완해주는 장내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는 진화는커녕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의 정체가 빠르게 밝혀지고 있다. 그러면서 놀라운 역할에도 세계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째, 우리 몸에서 장내 미생물은 면역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시스템을 교육하고 단련시키는 것이 장내 미생물이라는 것이다.
둘째, 사람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물질을 분해하여 흡수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장내 미생물이 하는 역할로 드러났다. 이동호 교수는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은 우리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전분이나 다당류를 분해하고 비타민, 엽산, 단쇄지방산 등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배출한다.”고 말한다. 특히 단쇄지방산은 면역시스템과 염증반응을 조절하고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장내 미생물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물려받은 유전자가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꼭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 발현 스위치가 켜지면 유방암에 걸리고 유방암 발현 스위치가 켜지지 않으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 유전자 발현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이다. 발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장내에 그 스위치를 끄는 좋은 유익균이 많이 살고 있으면 발암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PART 2. 암, 노화, 당뇨병, 비만도 장내 미생물이 ‘변수’
장내 미생물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다양한 질병을 발생시키고, 진행 과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암뿐만 아니라 노화도 당뇨병도 비만도 장내 미생물의 작용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동호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염증성 장질환 등의 장질환뿐 아니라 알레르기질환, 당뇨병, 비만, 암(폐암, 유방암, 간암),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등 무수한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면서 많은 질병과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질병이 하나 같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썩 좋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에 이동호 교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의 구성 비율이 유해균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의 생활이 장내 미생물 환경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육류 소비량이 많고, 각종 가공식품, 간편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육류, 가공식품, 간편식품은 고단백, 고열량, 고지방의 3고 식품이다. 그런 반면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식생활을 하면서 장내 미생물의 환경을 좋게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은 점점 줄어든다는 약점까지 있다. 특히 좋은 유익균 수도 줄어든다. 염증을 줄이는 비피도박테리아와 같은 좋은 유산균은 감소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과 같은 유해균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 관리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의 제일조건으로 챙겨야 할 문제다. 그 목표는 장내 미생물 수를 다양하게 해야 할 것이고,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이 우세하는 장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PART 3. 장내 미생물은 다양하게~ 장내 유익균은 보다 많게~ 5가지 습관
이동호 교수는 “우리 몸속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식생활을 비롯해 장내 환경에 좋은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그 지침으로 삼아야 할 5가지 습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먹는다
음식의 변화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은 장내에 염증을 일으키는 유해균을 증가시키고, 염증을 억제하는 유익균을 줄인다.
이동호 교수는 “육류만 많이 먹는 습관을 버리고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해조류, 곡류, 과일 등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된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식품, 견과류 등을 즐겨 먹고 콩,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도 추천한다.
2. 인스턴트식품과 설탕 섭취를 줄인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달콤한 간식, 액상과당이 잔뜩 들어간 달콤한 음료, 달콤하고 고소한 인스턴트식품 및 가공식품은 우리 몸 안에서 염증균과 유해균 증식을 촉진시키는 주범이 되므로 되도록 먹지 않는다.
3.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줄인다
이동호 교수는 “스트레스는 장 점막을 파괴하고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신경성 염증이 축적되면 뇌신경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을 방어해주는 비피도박테리아나 락토바실러스가 현저하게 줄어들기도 한다. 그 결과 각종 바이러스나 면역질환에 쉽게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 때문에 미리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실천하자.
4. 꾸준히, 열심히 운동한다
운동량이 늘어나면 덩달아 장내 유익균이 늘어난다. 이동호 교수는 “운동을 통해 대사활동이 좋아지면 이때 나오는 체내의 여러 물질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좋은 쪽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고, 멀지 않은 거리는 걸어 다니는 등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짬짬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항생제 오남용을 주의한다
항생제는 질환에 따라 꼭 필요한 약이기도 하지만 장내 미생물에게는 치명적이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군집의 조성도 바꿔놓는다. 항생제 내성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건강한 관리를 위해서라도 항생제 사용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PART 4. 요즘 화두 ‘미세먼지’도 장내 미생물 관리가 대안!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날이 많아질수록 이로 인해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은 미세먼지를 완전히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갈수록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는 몸의 이상을 예방하는 데도 장내 미생물 관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동호 교수는 “미세먼지는 우리 몸으로 들어와 다양한 곳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염증 반증을 줄이는 쪽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숨 막히는 공포 미세먼지의 습격도 장내 미생물 환경을 좋게 하는 데서 그 해법을 찾아보자.
이동호 교수는 장내 미생물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센터장을 역임했고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세계소화기학회(WGO) 학술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세계 인명사전에 뛰어난 의학 업적으로 등재(2009)되었고, 영국 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가 발행하는 국제 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알버트 넬슨 마르퀴즈 평생공로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