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옛 말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하지요?
감정을 잘 다스리면 죽고 사는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사람도 살린다.”고 하는 말은 자신의 견해와 다른 상황을 그저 참고 피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해 판단을 하고 의견은 말하되 경우에 따라 “타협을 하고 적절히 수용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미를 잘못 해석해 그저 참고 피하는 것을 반복하여 습관이 되면 오히려 병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음에 맺힌 것들을 말로 풀지 못하니 머리가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고, 뒷목이 당기고, 얼굴에 열이 나는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위장장애나 긴장성 두통, 편두통과 위궤양 등은 감정이 불안정할 때 악화되는데, 이는 화를 참는 습관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또 허리나 무릎이 아픈 것처럼 염증에 의해 통증이 악화되는 모든 질병은 체력이 떨어져 감정이 안 좋아질 때 더 심해집니다.
사람들은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라 단정하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성격의 단점은 인지치료와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단지 그 과정이 조금 힘들기는 합니다.
건강하게 살자면 무조건 참는 습관을 없애고 차근차근 말을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상해 흥분한 상태로 이야기를 하면 싸움으로 번지게 되지만 차분하게 대화를 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은 당신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예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대화 없이 묵묵히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런 과정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좋아서 한다고 여겨 그 사람의 존재, 그 사람이 행하는 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조금은 드러내 주어야’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그 소중함도 잘 느끼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는 감정을 적절히 표출하고 조절하는 데 힘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자, 이제부터 좋지 않은 감정을 마음에 담고 있지만 말고, 말을 꺼내는 연습부터 해보세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차분히 대화를 시작하면 해결의 길이 보이겠지요?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