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4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하시던 80세 남성이 최근 1년간 78kg에서 74kg으로 4kg 정도의 체중감소가 있다고 해 위·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 등 일반적인 검진을 시행했습니다. 검사에 이상이 없어, 열량 섭취를 늘리고 활동량을 줄여도 오히려 1~2kg 더 줄어서 복부 CT를 시행한 결과 췌장에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환자는 오래전부터 앉아있다 보면 좌하복부가 결리는 증상이 있었고, 3개월 전부터는 좌측 옆구리가 당기면서 간헐적으로 뻐근한 통증이 있어 좀 더 정밀한 검사를 시행하여 췌장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의 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체력이 좋은 젊은이가 암에 걸렸을 때나, 신체활동이 적은 고령자가 천천히 자라는 암에 걸린 경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령자의 암도 자라는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팀이 75세 이상의 환자와 74세 이하 조기위암 환자의 진행성 암으로의 진행 속도를 비교한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나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고령자의 암은 느리게 자란다고 생각되던 과거의 속설이 잘못으로 밝혀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고령자도 암과 같은 종양이 초기에도 빠르게 자라 일찍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혈액이나 영상검사에 이상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몸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는 ‘증상’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각별히 주의해야 할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통 6개월에 5~10% 이상의 체중감소가 있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 살을 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체중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는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일 수 있습니다.
둘째, 간헐적인 복통도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낫지 않는 기침도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반드시 해 보아야 합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란셋(lancet)>에 의하면 2030년에 태어난 한국여성이 90세 이상 생존할 확률은 57%, 한국 남성 또한 80세 이상 생존할 확률이 95%나 되어, 2030년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세계 1위 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오래 사는 것을 논하기보다는 사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논점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요즈음과 같이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인간이 생존해 왔다는 것은 우리 몸이 잘 기능하도록 만들어져서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인 증상에 귀를 기울이고 증상이 없어질 수 있도록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