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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진심과 안심을 전하는 명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교수

2019년 06월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 꼭 하세요!”

우리는 흔히 ‘다음에’ ‘나중에’라는 말을 쓴다. 오늘을 살지만 오늘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말이다. 하지만 몸이 아픈 이는 다르다. 느긋할 수가 없다. 지금, 당장, 빨리 낫고 싶다. 지금, 당장, 빨리 내 몸이 어떤지 알고 싶다.

그런데 진료가 끝나면 더 불안하고 어딘가 찜찜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보통 의사의 설명을 충분히 못 들었거나 내 몸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는 ‘첫 진료’가 열심히 치료하겠다는 의지, 나을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치료를 도와줄 의사를 향한 신뢰가 생기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여긴다. 울상으로 들어갔다가 웃고 나오는 곳, 불안을 털고 안심을 채워 나오는 곳이 바로 김도훈 교수의 진료실이다. 많은 환자가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는 의사, 김도훈 교수를 만나봤다.?

마음속까지 보는 내과 의사

음식을 삼키고 소화하는 것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생활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므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몸 고생, 마음고생을 감당해야 한다.

주로 식도와 위에 생긴 질환을 진료하는 김도훈 교수를 찾아오는 사람도 모두 속이 불편한 사람이다. 요즘 증가 추세인 역류성 식도염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위암까지 다양한 소화기 문제를 가진 사람이 김도훈 교수에게 속이 편해질 방법을 묻는다. 김도훈 교수는 그 방법을 찾을 빠른 길이 환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 소통에는 뱃속뿐 아니라 마음속까지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위암을 진단받으면 당장 치료를 시작하길 바라지만 또 다시 지금 상황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올바른 치료 방향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임을 설명하고, 그 기다림을 잘 견뎌 치료를 잘 받았다면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드립니다.”

간혹 김도훈 교수가 제안한 치료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도 있다. 이럴 때는 확신 없이 치료하는 것보다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확신을 갖고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도훈 교수는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와의 소통에 특히 공을 들인다. 이럴 때는 보통 단순한 약 처방 말고 다른 처방을 고민한다. 심리적인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3자로서 상처 입고 지친 마음을 극복할 방법을 함께 찾고 응원하는 것이다.

한편, 몸이 아픈데도 입원이 필요한 내시경적 치료를 선뜻 결정하지 못할 때가 있다. 김도훈 교수의 경험상 이럴 때는 보통 어렵게 취업한 지 얼마 안 됐거나, 곧 자식이 결혼하는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김도훈 교수는 이럴 때 환자의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최선의 방법을 함께 찾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 여긴다.

힘을 뺄수록 힘이 세지는 기적

김도훈 교수는 질병을 치료하는 실력은 물론, 소통 본능 덕분에 환자에게 감사 인사를 많이 받는다. 주로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는 등의 내용의 인사다. 또 함께 일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병원 직원과도 격의 없이 지내기로 유명하다. 권위는 내려놓고 친근함을 장착한 결정적인 계기는 오래전 한 작은 병원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경험 때문이다.

“수련의 시절에 의사는 환자에게 결코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골병원에서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어르신 환자를 많이 만나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몸을 낮추고 환자와 교감할수록 환자가 저를 신뢰하고,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더 많이 행복해졌고요. 그 후로 환자를 대하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환자도 그렇겠지만 의사가 가장 기쁜 순간도 환자가 다시 건강을 찾을 때다. 김도훈 교수의 경험상 환자가 자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면 치료 결과가 좋았다. 의사가 권한 좋은 생활습관을 전적으로 믿고 그대로 실천하면 언제 아팠나 싶을 정도로 건강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려운 진단명이나 의학용어를 종이에 또박또박 써가며 설명하고, 노화로 귀가 잘 안 들리는 환자를 위해 진료실에 음성 증폭기를 놓았다. 또 불안한 마음에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소 2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 필수!

인터넷에서 ‘위암’이라고 검색하면 위암일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위암에 좋은 음식 등의 다양한 정보가 우수수 쏟아진다. 여기에는 맞는 말도 있지만 틀린 정보도 많다. 검색하면 할수록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니까 의욕이 꺾인다.

김도훈 교수는 이러한 많은 정보에 떠밀려 진짜 중요한 습관을 놓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있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만 골라서 환자의 기억 속에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도훈 교수가 강조하는 꼭 기억해야 할 위암 예방법도 3가지다.

▲위, 식도 치료 내시경이 전문인 김도훈 교수는 “40세 이상이라면 최소 2년에 한번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초기 위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으므로 40세 이상인 경우 최소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 주기가 1년에 한 번으로 짧아져야 한다.

둘째, 짠 음식과 탄 음식을 주의한다.

간혹 짜게 먹는 게 안 좋다고 국물에 물을 넣어 싱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것을 다 먹고 싱겁게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면 섭취한 소금의 양은 같다. 짠 음식을 자제하면서 하루에 섭취하는 전체 소금의 양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셋째,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는다.

암뿐 아니라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할 때도 우리는 ‘어떤 음식이 좋다.’ ‘어떤 음식은 해롭다.’는 말에 쉽게 휘둘린다.

“사실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은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는 음식입니다. 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것을 먹고 탈이 났다면 그건 좋은 음식이 아닌 겁니다. 그런 음식을 기억해뒀다가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정 음식이나 특정 상황에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는 그것을 피하는 생활개선만으로 증상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내 속은 남의 속과 같지 않다. 그리고 나밖에 모른다. 소화불량 때문에 괴롭다면 치료와 더불어 내 속의 반응에 더 신경 쓰고 불편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건강에서 행복을 찾다!

김도훈 교수는 한창 일할 나이에는 마음에 탈이 나는 것을 예방하고, 만일 마음에 탈이 났다면 빨리 벗어날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일하고 있는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마음 건강을 지킬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실력과 체력을 갖춘 의사가 되어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웃게 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병원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도, 없던 힘이 생길 때도 환자가 환히 웃는 순간이었다. 치료를 잘하는 것에서 나아가 편하게 치료하는 의사가 되려고 오랜 시간 소화기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내시경 치료에 몰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도암이나 위암일 때 장기 절제 없는 내시경치료를 통해 빠른 시간에 일상으로 돌아간 환자를 보면 무척 즐겁습니다. 이제 안심된다, 치료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도훈 교수는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는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근력 운동도 열심이다. 연구실에 팔굽혀펴기 기구, 아령 등 다양한 근력운동 기구를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근력운동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위를 바꿔주겠다는 의사

세상에 이런 의사도 있다. 퇴원 후에 위가 더 나빠질까 봐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던지는 김도훈 교수의 한 마디! “만약에 퇴원하고 안 좋아지면 제 위랑 바꿔드릴게요!” 물론 농담이다. ‘이제 괜찮을 것이니 안심하고 퇴원하라.’는 환자의 불안을 한방에 잠재우는 농담이다.

흔히 병을 치료하려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작은 병에도 절망하게 만들고, 큰 병에도 의연하게 만드는 것이 전문가인 의사의 한마디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의 소통 능력은 제2의 의술이 아닐까? 김도훈 교수의 남다른 소통이 빛나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의 제2의 의술이 많은 이가 그토록 원했던 편한 속을 찾는 마지막 퍼즐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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