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연세대 허갑범 명예교수(내분비내과)】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
우리나라 30세 이상 남녀 중 상당수는 ▲복부 비만이거나 ▲혈압이 높거나 ▲혈당이 높거나 ▲중성지방이 높거나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낮다(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5가지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면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다. 연세대 허갑범 명예교수(내분비내과)는 “20대 이상 성인 중 대사증후군이 700~800만 명에 이른다.”며 “비만 인구가 많아지면서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 뿌리는‘복부비만’?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은 혈압이 수축기 130 또는 이완기 85mmHG 이상, 공복혈당이 100mg/dL 이상, 중성지방이 150mg/dL 이상, HDL-콜레스테롤이 남성 40mg/dL·여성 50mg/dL 미만, 허리둘레가 남성 90cm·여성 85cm가 넘는 경우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이중 2개 항목만 있어도 5가지가 전혀 없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으로 사망할 위험이 2.83배, 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1.4배 높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은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췌장암, 자궁췌암 등의 원인이 된다. 삶의 질을 천천히 떨어뜨리며 평생을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죽음의 5중주’로 불린다.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의 ‘뿌리’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결핵을 포함한 감염성 질환이 많았으나 최근 복부비만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뇌혈관질환 등 생활습관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25세 이후 체중이 평소보다 10% 이상 늘었다면 대사증후군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한다. 허갑범 교수는 “어렸을 때 빼빼 마르다가 20~30대에 비만해지는 것은 건강에 ‘독’이 된다.”고 말했다. 소아비만도 마찬가지다. 팔·다리가 굵고 배만 나온 근육질은 뱃살을 빼면 건강해지지만, 팔·다리가 짧고 몸통이 큰 ‘거미형 비만’은 해롭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대사증후군을 X군 증후군, 인슐린저항성 증후군으로 불렀다. 대사증후군에서 골격근은 아군, 복부비만은 적군이다. 전신성 비만보다 내장지방이 쌓인 중심성 복부비만이 대사증후군에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피하지방보다 복강 내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다리의 골격근량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은 감소했다. 뱃살은 쏙 빠질수록 좋고, 다리는 굵을수록 좋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복부비만만 줄여도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의 다른 요소가 함께 좋아진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을 ‘조직폭력배’에 비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60% 이상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을 갖고 있고, 반대로 고혈압 환자는 8년 뒤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8~12배 높다. 대사증후군은 ‘조폭’처럼 떼지어 우리 몸을 공격한다.
회식 즐기는 직장인 ‘고위험군’
과음,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도 대사증후군의 원인이다. 대사증후군이 명절 때 심해지는 이유다. 상사가 부르는 회식은 꼬박꼬박 ‘출석’하고 새벽까지 3차, 4차를 즐기는 직장인은 고위험군이다. 술은 혈압을 높이고, 중성지방을 올리며, 복부비만을 부른다. 박 교수는 “어떤 술이든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로 섭취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 중 20~30%는 유전적 소인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대사증후군이면 자녀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 출산 시 2.5kg 이하로 태어난 저체중아는 고위험군이다. 허 교수는 “출산 시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가 정상체중보다 당뇨병 유병률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대사증후군 예방은 임신기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 시 저체중아가 그만큼 건강에 손상을 입고 태어난다는 얘기다.
대사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사람들이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나와도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많다. 자칫 방치하다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복부비만이 있거나 다른 사람보다 체중이 많이 나갈 경우 조심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혈액 검사를 해서 증상이 나타나면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 5개 중 1개라도 해당되면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대사증후군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여성들은 헬스클럽을 드나들면서 운동과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데 반해 남성들은 회식문화로 인해 비만 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과 식습관 교정이 핵심
대사증후군 관리의 핵심은 운동과 식습관 교정이다. 박 교수는 “체중조절이 필요한 경우 식사량의 4분의 1을 줄이고 음식은 천천히 섭취해야 한다.”며 “외식을 줄이고, 간식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6개월에 10kg을 빼고 싶으면 저열량 식사를 통해 하루에 500kcal, 일주일에 0.5kg을 빼야 한다.
밥, 떡, 단과일, 밀가루음식, 간식 등은 많이 먹지 않는다. 삼겹살, 돼지갈비, 닭튀김, 피자, 라면, 스낵과자 등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피하는 게 좋다. 트랜스지방은 줄이고 견과류, 올리브유 등 단가불포화지방산은 섭취한다. 허 교수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대다수가 ‘프로틴-칼로리 실조’를 보인다.”며 “하루 3끼 균형식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저低단백질, 고高탄수화물 식습관을 바꾸라는 것이다.
1주일에 5일, 하루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면 대사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령·푸쉬업 등 상체 근력 운동, 걷기·속보·자전거 타기 등 하체운동이 좋다. 하루에 40분쯤 속보를 하거나 1시간가량 걷는다. 아침, 저녁에 스트레칭을 10분씩 해도 효과적이다.
허갑범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고 현재 허내과 원장으로 있다. 전 대한당뇨병학회장, 대한내분비학회장.
박혜순 교수는 대한가정의학회 대사증후군연구회장을 지냈다. 현재 대한비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