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강동우S의원 강동우 원장】
주부 김진경 씨(37·서울 노원구)는 1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침대에 누우면 가위에 눌릴 정도로 불안이 심하고 자살 충동을 느낀다. 김 씨가 우울증을 겪게 된 것은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남편은 직장 여자후배와 3년간 불륜관계였다. 상대는 유부녀였다. 알고 보니 초등생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갔을 때 그 여자를 집까지 부른 눈치였다. “그쪽 남편이 말해줄 때까지 ‘청맹과니’였다니…. 눈치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미웠어요.”
김 씨는 남편과의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다만 아들이 눈에 밟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혼해야 되나, 그냥 한 번 용서해줘야 하나.” 김 씨는 “지옥에 떨어진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 외도 늘고, 외도 상대 다양해져
외도는 인류사의 영원한 숙제다. 태양이 있는 한 그림자는 생길 수밖에 없다. 외도를 결혼제도의 그림자로 보는 이유다.
가부장제, 일부일처제에선 아내의 외도는 금기시됐다. 강동우 원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상대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 못해 외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여성들의 외도가 늘고, 외도 상대도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1970년대만 해도 갑부 할아버지가 첩을 두더라도 유부녀를 사귀는 사례는 드물었다. 요즘은 유부남-유부녀, 기혼 여성-미혼 남성, 원조교제 등 마지노선이 없다는 것이다.
‘외도=혼외정사’. 보통 이렇게 생각하지만, 외도 판별 여부는 주관적이다. 예컨대 남편이 몰래 휴대폰 통화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치자. “지난번에 너랑 너무 좋았어.” 성관계를 했다는 의미인지는 당사자들만 안다. 강 원장은 “섹스는 부부관계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섹스를 하지 않았어도 가정 붕괴를 불러온다면 외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오피스 허즈번드’ ‘오피스 와이프’도 마찬가지다. “정서적 친밀감을 가진 친구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배우자가 용납하지 않는 관계는 문제가 된다. 단지 전화 통화만 하고 성관계 시도조차 안 했는데 배우자가 이혼한 가정에서 몹시 예민하게 자란 경우 의심하거나 외도로 몰릴 수 있다.
일회성 성매매도 외도다. 강 원장은 “들키지 않으면 외도가 아니라거나, 남들도 다 한다는 집단적 무죄의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남성의 본능이라는 논리도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외도는 남성보다 위험하고 강렬하다. 남성은 성적 만족을 위해 일회성의 반복된 외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의사로 가정이 깨지는 경우는 적다.
반면 여성의 외도는 이미 가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붕괴됐고, 외도의 결과로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흔하다. 부부관계에서 친밀감이 사라져 감정적 이해를 받기 위해 외도하는 아내들도 많다.
성격 차이 No! 성적 불만족 외도 흔해
‘성격 차이’를 근거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부부들이 많다. 실상은 ‘성적 차이’다. 강 원장은 “남편 성격이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질 경우 아내와 적절한 친밀감이나 성관계를 갖지 못하고 부담 없는 성매매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이성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스스로 부담을 느끼는 남성이 성매매 여성과 격렬한 성행위를 맺는다.”며 “고상한 아내와 천박한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마돈나 신드롬’이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마돈나 신드롬’이 있었다고 한다. 마돈나(madonna)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나의 부인’이란 뜻이다. 마돈나 신드롬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아내를 어머니와 같은 모성 본능의 존재로 여겨 성생활을 회피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내 프리실라가 딸을 출산한 후 부부 간에 성관계를 제대로 가진 적이 없었다. 젊은 미인 아내를 집에 두고 밖에서 외도를 일삼았던 것이다.
아내가 ‘암사자’처럼 드센 성격일 때도 남편이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 피하는 경우도 흔하다. 성생활에 대한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강 원장은 “부부 성관계는 놀이”라며 “노래방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상대방 반응이 영 시원찮고, 냄새도 난다면 즐겁게 노래하고 싶을까?”라고 되물었다.
성기의 크기와 정력이 전부가 아니다. 상대의 성적 욕구를 이해하고 성감대를 찾는 노력을 하면 속궁합은 바꿀 수 있다. 부부가 얼마나 친근한 동반자 관계를 이룰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부부는 동반자’ 부부갈등 원인부터 교정
부부가 서로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부터 주도권 다툼, 시댁·처가와의 갈등까지 부부만 아는 이유가 있다. 외도를 반복하는 극단적 성격도 있다. 예를 들어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경우 소중한 상대와 일대일 친밀관계를 두려워한다. 연애 때는 강렬한데 부부관계로 접어들면 너무 가까운 관계의 강렬함에 오히려 피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가 있으면 버림받을까 두려워 자신이 먼저 상대를 버리는 식의 외도를 한다.
강 원장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여성들이 있다.”며 “성형수술을 하러 가거나, 성기능을 개선한다는 요상한 시술에 돈 낭비를 한다.”고 지적했다.
외도는 배우자 얼굴이 못생겨서, 얼굴에 주름이 많아서, 나이 들어 성기능이 처진다고 무조건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갱년기 우울증에 걸리면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식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것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는 게 강 원장의 말이다.
외국은 외도가 상당수 이혼으로 끝난다. 반면 한국은 외도를 덮고 간다. 문제는 원인 교정을 하지 않아 화해와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외도 원인이 정서적 괴리감인지, 성적 불일치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성적 불만족이 심한데 성격 치료나 부부 상담을 받아봤자 소용없고, 성격 갈등이 심한데 성기능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네가 매력이 없어 바람피운 거야.” “넌 내 성적 취향을 만족시켜주지 못해. 그녀(그)는 달라.” 외도가 들통났을 때 무조건 상대를 비난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반대로 무조건 자책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그냥 미봉책으로 덮으면 문제는 반복되고, 상처와 분노는 치유되지 않는다. 우울증이나 다른 부부 갈등으로 증폭된다.
부모-자녀 관계도 살얼음판이 된다. 독한 여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덮었지만 분노는 그대로 남아 아이가 화풀이 대상이 된다.
강 원장은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비난하거나, ‘너 때문에 참고 산다’고 말하면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고 조언했다. 강 원장의 얘기. “외도한 부모에 대해 자녀들은 심각한 양가兩價감정을 갖는다. 근원적인 애정은 있지만 가족관계를 파괴한 부모에 대한 분노감정은 해결되지 않아 모순에 빠진다.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사람이 이혼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양가감정으로 정서적 불안정을 겪고, 스스로 이혼당하거나 이혼할 수밖에 없다는 내면적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외도 이후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려면…
외도 후에도 용서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들이 있다. 상처난 부부관계를 복원한 비결은 뭘까? 강 원장은 “결혼의 3대 요소는 친밀감, 열정, 헌신”이라며 “세 가지가 덜 무너져야 되돌아오기 쉽고, 고장난 부분을 잘 파악한 부부가 파경 위기를 잘 극복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의 조언. “당연히 용서는 가능하다. 그런데 가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못한 용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사과가 진심이어야 하듯, 용서도 당사자가 진심일 때 가능하다. 겉은 부부인데 속은 남남인 부부도 적지 않다. 갈등이 심한 경우 분노 감정이나 배신감으로 우울증, 불면증, 정서 불안을 겪을 수 있다. 이땐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낫다. 우울증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다간 부적절한 화해가 되기 쉽고, 우울증이 지속될 수 있다.”
외도는 어떤 부부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부부는 사랑과 성이라는 두 날개가 균형을 잘 잡아야 잘 날 수 있다. 정서적 괴리감은 없는지, 성적 불일치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부부관계는 2인3각 경기다. 강 원장은 “상대와의 적절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며 “맹목적인 헌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부부 사이의 불균형한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고 상대와 공유하고 노력하는 자세에 행복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동우 원장은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 보스턴 의대 성의학 연수를 마친 후 현재 부부 성의학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