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도움말 |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인기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은 동일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로 급성 심근경색. 핏속 찌꺼기로 불리는 피떡(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장이 멈추게 하는 갑작스럽고 무서운 병이다. 시한폭탄이라고 할 만큼 두려운 혈전, 대책을 알아본다.
혈전은 내 몸속 무법자
전 세계 사망원인 1위(30%)는 심장혈관 질환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은 건강하지 못한 혈관에서 비롯된다. 원활하게 순환해야 하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범, 혈전은 무엇인가?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는 “혈전은 간단히 말해 혈액이 응고돼 덩어리진 것으로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선지해장국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드럽고 빠르게 순환해야 하는 혈액에 덩어리가 있으면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좋은 혈액은 지방질과 당분이 적은 맑은 피다. 반대로 지방질과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피는 탁하고 걸쭉하다. 이런 피가 혈관을 통과할 경우 혈관 내벽에 노폐물을 쌓이게 해 혈관 내벽을 두껍게 만든다. 이어서 혈전이나 염증을 유발한다. 이 정도가 되면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서구에서는 혈전으로 인한 질병이 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문제다. 고영국 교수는 “우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됐기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평균 수명 증가로 환자가 많아진 것만이 아니다. 젊은 층 환자도 늘고 있는 것은 칼로리가 높아진 식사량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해 서구처럼 비만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발병 원인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혈전은 혈액의 흐름에 따라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며 곳곳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암 세포나 바이러스도 아니면서 ‘소리 없이 오는 큰 병’을 불러오는 것이다.
혈전이 관상동맥의 흐름을 방해하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의 흐름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실제로 뇌경색 중 20~30%는 혈전이 혈관을 통해 뇌로 이동해 발생한다. 또 다리로 혈액을 운반하는 말초동맥의 혈류를 방해하면 말초동맥질환이 생긴다. 엉덩이 관절이나 무릎관절 부위의 인공관절 수술 후 정맥에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정형외과 수술 후 적절한 예방 조치를 받아야 한다.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해당 부위에 통증과 부종을 일으킨다. 정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혈관을 막으면 산소 공급을 불가능하게 하는 폐색전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렇듯 혈전으로 심장과 뇌, 폐 등에서 생기는 질환은 돌연사하거나 목숨을 건지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멀쩡하다가 한 순간 목숨을 잃는 돌연사처럼 허무한 일이 또 있을까? 신진호 교수는 “중요한 점은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거나 폐색되는 결정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한다.
심장혈관이 막히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다. 뇌혈관이 막히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감각 이상, 미세하게 한쪽이 마비증세가 있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폐혈관이 막히면 숨이 모자라는 느낌이 든다. 폐색전증이 발생하면 숨차기 전부터 환자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땀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통증이 5~10분가량 있는 경우라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신체적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라는 점이다. 그 전에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고영국 교수는 “요즘엔 첨단 장비들로 혈관을 촬영해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지만 온 몸을 다 찍어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저 이상 증상이 없는지 궁금해 찍어보기엔 방사선 과다 노출 문제도 있다. 따라서 혈관을 직접 보지 않고, 심전도 혈액검사로 협심증 등 위험인자를 체크해 보고 경과에 따라 부위별로 검사를 진행한다.
재발률 높아 생활개선 필수
신진호 교수는 “모든 혈전증의 치료 목표는 중단된 혈류를 다시 개통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심장은 6시간, 뇌졸중은 2~3시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혈전용해제 같은 약물 치료도 있지만 혈관이 많이 좁아진 상태라면, 아무리 조절하고 약을 쓰더라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직접 혈관 속에 풍선을 넣어 기계적으로 혈전을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특성과 치료시기에 따라 결정한다.
고영국 교수는 “한 번 치료를 받은 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병이 걸린 원인을 찾아보고, 계획적으로 생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혈전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기름기가 많은 식단을 피해 콜레스테롤 상승을 예방한다.
●?신선한 과일ㆍ채소를 많이 먹는다.
●?불포화 지방산인 오메가-3는 혈관에 기름이 끼는 것을 예방한다.
●?녹차의 카테킨은 혈액의 흐름을 돕는다.
●?염분 섭취를 줄인다.
●?흡연은 혈관 벽을 손상시키므로 금연한다.
●?술을 끊거나 줄인다.
●?과로와 수면 부족은 유병률을 높인다.
●?인공관절 수술 후 반드시 항응고제 치료를 받는다.
●?빨리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꾸준히 한다.
●?갑자기 힘을 쓰는 100m 달리기나 헬스 등의 운동은 자제한다.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한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빠뜨리지 말고 정기 검진을 받는다.
고영국 교수는 현재 연세의대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중환자실장이며 대한심장학회 연구위원회 위원, 대한순환기학회 홍보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진호 교수는 미국 코넬의대 NYP병원 중재심장학 연구실을 연수했고,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진료 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