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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

2010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기자】

‘하회탈 의사’의 걷기 예찬 “하루 1만보 걷기와 스트레칭으로 건강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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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허내과의원 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워크홀릭(walkholic)’이다. 걷기 예찬론자인 그는 시간 날 때마다 도심을 걷는다. 자동차로 출근시켜주는 부인 이선희 씨(산부인과 전문의)가 매일 아침 연세대 앞에 내려주면,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있는 병원까지 30분간 걷는다.

1월 8일 오후 2시 인터뷰 전에도 점심식사 후 30분간 걷기 운동을 했다며 허리에 차고 있는 만보계를 보여줬다. ‘5783’이란 숫자가 찍혀 있었다. “하루 평균 8000보가량 걷습니다. 많을 땐 1만 2000보쯤 걸어요. 평소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운동량이 상당해요. 에스컬레이터는 여간해선 잘 안 타요. 가까운 거리는 걷는 게 습관이 됐어요.”

허 원장의 ‘걷기 예찬’은 끝이 없었다. “30대를 넘으면 몸의 근육이 줄고, 내장지방이 늘어납니다. 우리 근육의 70%가 분포된 하체를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심폐 기능도 발달시켜 주지요.”

중년 이후 건강 원칙 ‘느리게 & 꾸준히’

허 원장은 밤에 잠들기 전 스트레칭을 한다. 15분간 푸쉬업, 허리굽혀 펴기 등 근육운동을 한다. 허 원장은 “나이가 들면 하체근육이 약해진다.”며 “근육운동이 신체 유연성을 키워주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워크홀릭’이 된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젊어선 진료활동으로 바빠 운동할 짬이 없었다. 허 원장은 “40대 이후 질병에 많이 걸리므로 규칙적인 운동으로 만성 생활습관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는 가족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모친이 89세까지 생존했고 친가 어른들이 거의 장수하셨어요. 건강 장수는 유전의 영향이 큽니다. 장수를 못한 집안에서 태어난 경우 젊어서부터 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혈압 131/85mmHg, 공복혈당 89. 허리둘레 81cm로 복부비만도 없다. 그는 “중년 이후 건강 원칙은 ‘느리게 & 꾸준히(slow & steady)”라고 말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지요. 40, 50대에 운동을 많이 하면 몸살이 나거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과로하면 피로해져요.”

▲ 故 김대중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한 허갑범 교수(앞줄 왼쪽 앉은 사람).

골프는 시간을 많이 빼앗고 재미가 없어 손을 놓았다. 올 봄부턴 자전거 타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걷기만 하다 보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주말에 1시간씩 자전거 타기를 하면 하체근육 단련에 도움이 된다는 게 허 원장의 얘기다.

아침식사로 양식을 먹은 지 20년째다. 빵 한 쪽, 토마토주스, 요플레, 치즈ㆍ과일 약간, 커피. 일주일에 두세 차례 계란프라이를 먹는다. 양식을 하는 이유는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술은 체질에 맞지 않아 즐기진 않는다. 포도주나 맥주 두세 잔을 넘지 않는다. 담배는 프랑스 몽뺄리에의대 당뇨병센터에 1년간 연수차 있을 때 끊은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피우지 않았다.

만성 생활습관병은 모태에서 시작

허 원장은 올해 당뇨병 환자 1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 당뇨병 환자의 표준 치료법을 보완해 내놓을 계획이다. 또 대사증후군 포럼을 만들어 캠페인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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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당뇨병 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현재 당뇨병 환자가 400만 명에 이릅니다. 한국인은 팔, 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거미형 비만’이 많아요. 서구인들은 40대 중반 당뇨병을 앓는데 반해 한국인은 30대 중반에 많이 걸리고, 인슐린 저항성은 덜 심합니다. 당뇨병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근본적인 치유가 어려워요. 완치가 아니라 정상 혈당을 유지하도록 관리해야지요. 비만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합병증 치료가 혈당 조절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는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경복고와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1964년 의사국가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며 송촌 지석영상, 분쉬의학상 등을 수상한 당뇨병 학계의 석학이다. 교수시절 한 해 1만 4000명의 환자를 돌볼 만큼 열정적이던 그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있을 당시 ‘하회탈 의사’로 통했다. 하회탈 가면의 주인공처럼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이 늘 웃으며 살아온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

대학병원 재직 중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교육에 관심이 높다. 연세대 의대 학장을 지낸 후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과 교육수준은 유태인에 맞먹습니다. 유태인은 전 세계 인구 0.2%이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밖에 내지 못했어요. 명문대 진학보다 재능을 존중해주고, 아이들이 즐겁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허 원장은 부모들이 자녀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건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허 원장은 “이들이 40대, 50대가 되면 대사증후군 환자가 크게 늘 것”이라며 “이들의 건강 관리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만성 생활습관병은 모태에서 시작된다.”며 “특히 만 3세 이전에 식습관의 80%가 정해지므로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입맛대로 음식을 먹이면 아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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