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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을 이기자] 한국인들 각별 조심! 1.5형 당뇨병 아세요?

2011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기호 130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허갑범 명예교수(허내과 원장)】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는 회사원 고상식 씨(44세)는 최근 갑자기 목이 마르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기운이 없어서 어느 날 체중을 달아보니 5kg이나 줄어 있었다.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다. 마른 편이라 당뇨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그는 1.5형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형과 2형은 들어봤는데 1.5형은 생소해서 어리둥절한 고 씨. 한국형 당뇨병으로 불리는 1.5형 당뇨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비만하지 않지만 당뇨병 대국

지금 한국은 당뇨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위다. 당뇨병은 비만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보다 비만 인구가 많은 서양인에게 당뇨병이 훨씬 많아야 한다. 또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이 당뇨병 대국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급격한 산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당뇨병 대국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마르고 젊은 당뇨병 환자가 많다.

연세대 의대 허갑범 명예교수는 “영양 실조형 당뇨병은 우리나라 같이 1950~60년대까지 가난하다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식습관의 변화를 겪은 개발도상국에 많다.”고 설명한다. 당뇨병은 단순히 생활습관병이라고 간단히 정리하기엔 부족하다. 알고 보면 경제와 문화적 맥락과도 밀접하다. 적극적 대책을 세우기 위해 한국의 당뇨병 특징으로 들어가 본다.

빈곤과 풍요의 충돌 1.5형 당뇨병 유발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당뇨병은 크게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나눈다.

●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거의 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인슐린을 외부에서 공급해 줘야 한다.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해 ‘소아형 당뇨병’이라고도 부른다. 당뇨병 환자 중 약 1~2%로 나타난다.

●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보다 인슐린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 분비는 잘 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핏속의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제대로 넣어주지 못한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하면 인슐린이 잘 분비돼도 혈당이 올라간다. 보통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으로 분류하며, 주로 비만한 중년 이상인 사람에게 생기기 때문에 ‘성인형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약 85%를 차지한다. 과식, 과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안 좋은 생활습관이 원인이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 1.5형 당뇨병은 현재 정식 진단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병의 특징과 치료방법이 달라 올바른 구분이 필요하다. 1.5형 당뇨병은 인슐린 의존형과 인슐린 비의존형에 포함되지 않는 중간형, 즉 ‘인슐린 요구형’으로 구분한다. 1.5형 당뇨병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인도 의사다. 인도, 파키스탄, 서인도 지역을 비롯한 열대지역에서 쌀(탄수화물)을 위주로 먹는 식습관을 가진 나라의 국민 중에 저체중 당뇨병이 많았다. 1.5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1형 당뇨병보다는 더 잘 되고, 2형 당뇨병보다는 덜 되는 중간형 특징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열대지방도 아닌 온대지방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당뇨병 환자가 상당히 발생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가난해서 잘 못 먹다가 경제성장으로 여유가 생긴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기나 성장기에 영양 공급(특히 단백질)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라서 다른 사람들처럼 과식을 하면 잘 걸린다.

대부분 청장년기에 발생한다. 75%는 1형 당뇨병처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 목이 마르고, 소변이 많이 나오며 체중이 준다. 허갑범 교수는 “1.5형 당뇨병은 대체로 발병 시기를 알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1.5형 당뇨병은 인슐린 의존형이 아니라 요구형이기 때문에 인슐린을 외부에서 투여하지 않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혈당이 높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인슐린이 필요하지만 인슐린 공급을 중단해도 당뇨병성 혼수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목숨을 잃지 않는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큰일 난다. 몸이 나빠져 합병증이 빨리 오게 된다.

1.5형 당뇨병은 현재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 중 12~13%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허갑범 교수는 “1.5형 당뇨병은 빈곤과 풍요의 충돌”이라면서 “어렵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자라서도 더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백질 늘리고 탄수화물 줄이기

최근 의학계에서 한국인은 비만 여부에 관계없이 서양인보다 췌장 베타세포가 70~80%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서양인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미국인과 비슷한 식사를 해도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혈당조절 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그보다 많은 양의 당이 들어오면 혈관 속에 남아도는 당의 양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작은 컵에 물을 많이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갑범 교수는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생활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체중아로 태어났거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 성인들은 식이와 운동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과식은 금물이다. 밥을 먹을 때 콩ㆍ생선 등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다. 운동은 산책, 속보,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한다.

지난 경제성장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성인이 많다. 쌀밥 한 공기 가득 먹는 게 소원이었던 그때 그 시절의 한풀이를 실컷 하다간 지금 누리는 여유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당뇨병 발병 10년 전에 알 수 있다

병에 걸릴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의학의 발전은 각종 질병을 예측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 당뇨병 발병 위험을 최장 10년 전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심혈관연구센터의 토머스 왕 박사는 “혈액 중 5가지 특정 아미노산 수치가 높으면 장차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혈액 검사를 통해 당뇨병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 박사가 연구한 5가지 아미노산은 이솔레우신, 레우신, 발린, 티로신, 페닐알라닌이다. 이들의 혈중수치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5배 이상 높다.

왕 박사의 연구팀은 프래밍햄 자손조사(Framing ham Offspring Study)에 1991년과 1995년에 참가한 2422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중에서 나중에 당뇨병이 발병한 189명과 성별-연령-당뇨병 위험요인을 매치시킨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아미노산 5가지의 혈중 수치 상위 25% 그룹이 하위 25%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말뫼 다이어트-암 연구에 참여한 326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검사에서도 재확인했다. 이는 당뇨병 발생하는 데 아미노산 대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뇨병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이를 예측할 수 있다면 막기 위한 대책을 미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허갑범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고 현재 허내과 원장이다.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대한내분비학회 회장을 역임, 한국대사증후군 포럼을 만들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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