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이종욱 원장】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켠다. 간밤에 생긴 사건 사고 뉴스를 보며 세상을 읽는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을 본다. 음악도 듣고, 모바일 게임도 하고, 인터넷 기사도 읽는다. 출근하면 PC를 켠다. 부지런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오늘 할 일을 해치운다. 퇴근길에는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지인과 메신저로 근황을 주고받고 오늘 저녁 메뉴도 검색한다. 집에 가면 쉬거나 놀려고 다시 TV나 PC를 켠다.
현대인 대부분이 이렇게 살고 있다. TV를 적게 보면 스마트폰을 많이 보고, PC를 많이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적게 보는 식이다. 이런 생활 때문에 고단해지는 것은 단연 눈이다. 늘 청색광이 나오는 화면을 보고 있는 상태라면 눈의 복수는 각오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성난 눈을 보호해주자. 특히 스마트폰, PC, TV에서 나오는 청색광들로부터. 그 방법을 알아본다.
청색광, 이대로 괜찮을까?
퀴즈 하나. ‘온종일 소파에 앉아서 요즘 핫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1회부터 최근 회까지 몰아봤다. 급한 일이 생겨 방광이 제발 살려달라고 외칠 때까지 화장실도 안 가고 PC작업을 했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스마트폰 게임을 해서 마침내 왕의 자리에 올랐다.’ 이 세 가지 상황 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그렇다. 정답은 눈의 피로다.
현대인의 눈이 점점 피곤해지고 있다. 대부분 눈이 피곤한 이유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나오는 스마트폰, PC, TV 등을 오래 사용해서다. 피로는 둘째치더라도 이렇게 청색광이 나오는 디지털기기를 오래 봐도 될까?
이 물음에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이종욱 원장은 “청색광과 눈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안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분야”라며 “청색광이 분명 눈에 좋지는 않지만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청색광은 눈을 산화시키고 눈의 황반(시력을 담당하는 망막의 중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반변성 환자들은 청색광을 차단해 망막의 신경세포 손상을 막아야 한다.
최근 청색광이 눈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청색광 방지 안경(청광렌즈 안경)도 인기를 끌고 있다. 청색광 방지 안경을 끼면 정말 눈이 보호될까?
이종욱 원장은 “청색광 방지 안경의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심한 난시가 있으면 청색광 방지 안경을 사용할 수 없다. 난시 교정을 위한 렌즈는 특수 렌즈인데 청광렌즈를 이용해서는 심한 난시를 교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욱 원장은 “청광 렌즈가 일시적으로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는 있지만 조리개 근육이나 시신경 등에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안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색광 나오는 기기 사용할 때? 눈 자주 깜빡이기는 필수
청색광을 눈에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은 이런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디지털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청색광에 노출된 눈을 의식적으로 깜빡이거나 잠시 쉬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을 볼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여 촉촉하게 만들어 눈의 피로를 덜어주어야 한다.
이종욱 원장은 “눈물막이 생성되고 파괴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눈이 뻑뻑하지 않게 하려면 1분에 20회 정도 깜빡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은 눈과 40~50cm 떨어뜨리고 정면에서 30도 아래에 두고 사용해야 눈의 피로가 덜하다.
눕거나 엎드린 자세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고치는 것이 좋다. 20분가량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면 20~30초 정도 화면에서 눈을 떼고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상하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긴장을 풀어준다.
《TIP. 스마트폰 사용할 때는 이렇게!》
① 스마트폰을 20분 사용했다면 20~30초 동안 먼 곳을 바라본다.
② 눈을 자주 깜빡여 안구건조증을 예방한다.
③ 눈물 증발량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의 액정을 시선보다 약간 아래에 둔다.
④ 액정 글씨 크기를 키운다.
⑤ 너무 밝거나 어둡지 않게 액정 밝기를 조절한다.
⑥ 자외선이 강하거나 너무 어두운 곳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⑦ 눈과 스마트폰의 거리는 30cm 이상으로 유지한다.
⑧ 흔들리는 차 안에서는 사용을 자제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눈 건강 비상!
청색광 노출뿐 아니라 디지털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눈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안구건조증, 조절 장애와 같은 안질환이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2004년에 97만 명이었던 안구건조증 환자가 2014년에는 214만 명으로 10년 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욱 원장은 “누네안과병원에서도 최근 4년 동안 20~40대의 안구건조증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30~40대 환자는 2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우려한다.
디지털기기를 장시간 보게 되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평소보다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서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지고, 충혈, 눈부심, 눈물흘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안구건조증이다. 눈의 표면이 마르면 그만큼 외부에 대한 보호층이 사라져 각막 염증, 각막 궤양, 알레르기와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안구건조증은 치료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가까이 장시간 집중해서 사용하면 눈의 초점을 맺는 기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시력이 저하되고 시야가 흐려지는 조절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청소년은 조절장애가 가성근시로 나타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눈 성장이 끝난 성인은 근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기기 사용 시 자주 눈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TIP. 이런 증상 나타나면 디지털기기에서 눈을 떼세요!》
① 눈이 뻑뻑하거나 건조한 느낌이다.
② 순간적으로 초점이 맞지 않아 시야가 흐릿하게 보인다.
③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침침하다.
④ 눈이 충혈되거나 눈부심, 눈물 흘림 증상이 나타난다.
눈이 혹사당하는 시대에 내 눈 지키는 7가지 전략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몸은 편해졌지만 눈은 점점 불편해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소중한 내 눈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01 눈이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이종욱 원장은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유지돼야 눈물 증발이 억제된다.”며 “온도는 25~27도, 습도는 6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에어컨, 온풍기의 바람을 눈에 직접 쐬지 말자.
02 스마트폰·컴퓨터 사용할 땐 3010을~
근거리 작업을 오래 하면 두꺼워진 수정체를 유지하려고 수정체 주변의 근육들이 긴장하게 된다. 수정체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30분 일을 하고 10분 정도 쉬자. 쉬는 동안은 산과 같이 멀리 있는 사물을 보는 것이 좋다.
03 눈 건강에 좋은 식사를~
루테인, 비타민 A·C·E가 함유된 신선한 과일·채소, 생선, 간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는 눈물의 지방 성분 구성을 돕는다. 오메가-3는 필수 불포화지방산으로 망막조직, 특히 시각세포의 세포막에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올리브유와 생선에는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다. 또한 오메가-3는 안구건조증을 낫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블루베리, 아로니아, 아사이베리 등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과일은 항산화 성분이 많아 눈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
04 적정 거리와 적정 조명을~
모니터와의 거리는 늘 30~40cm를 유지해야 한다. 조명이 어두우면 눈이 더 피곤하므로 보조조명과 주조명을 적절히 사용해 눈의 피로를 줄이자. 이종욱 원장은 “보조조명은 500룩스 이하, 주조명은 100~200룩스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05 찜질로 눈 호강시켜 주기를~
과다한 업무로 인한 눈의 피로나 안구건조증, 안검염 등의 증상에는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눈에 올려놓는 온찜질이 좋다. 하지만 충혈이나 염증 등을 동반한 결막염 증상이라면 얼음물에 적신 수건을 눈에 올려놓는 냉찜질을 추천한다.
06 눈 자주 깜빡이기 실천을~
안구건조증이 심한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눈을 깜빡인 횟수가 줄어들면 눈물막이 쉽게 파괴되어 눈이 뻑뻑해지므로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 눈물막이 다시 만들어지게 하자.
07 자연의 녹색과 가까이하기를~
눈을 쉴 때는 초원이나 숲과 같은 자연의 녹색을 바라보는 게 좋다. 자연의 녹색은 눈의 긴장을 덜어주어 편안함을 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종욱 원장은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이다. 각막, 시력교정, 백내장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대한안과학회 정회원, 미국안과학회(AAO) 정회원, 유럽 백내장 굴절수술 연구회(ESCRS)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