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영화배우 임예진, 이미연, 전지현에 이어 최근에는 수지까지 내려온 계보가 있다. 국민 첫사랑 계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가 첫사랑이다. 하지만 첫사랑은 서툴고 처음 해본 사랑이라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첫사랑이라고 쓰고 이별이라고 읽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결혼했다면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게 맞다. 가슴에 담고 있어 봤자 불화만 일으킬 뿐이다. 기어코 떠나보내지 못하면 더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종종 떠나보냈던 첫사랑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결혼생활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내 첫사랑과 배우자의 첫사랑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를 소개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여자 이야기
홍지혜 씨(가명, 33세)는 남편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남편은 교제 초기에 첫사랑과 오래 연애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 당시에는 나이가 서른이 넘은 남자가 연애 한 번 못해본 것이 더 이상하다며 쿨하게 넘겼다. 하지만 이제 홍 씨는 그 첫사랑 때문에 결혼 3개월 만에 병이 날 지경이다.
홍 씨는 집 정리 중에 남편의 여행가방을 발견했다. 하도 낡아서 버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자기가 버린다고 그냥 두라고 했다. 며칠 후 우연히 남편의 여행가방 위치가 바뀌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새 가방을 열어본 것 같았다.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몰래 열어봤다. 가방 속에는 커다란 종이상자가 들어 있었다.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종이상자 안에는 남편이 첫사랑과 주고받았던 편지, 커플 반지, 커플 시계, 커플 앨범, 커플 통장 등이 들어 있었다. 거기서라도 멈춰야 했다. 그러나 멈추지 못하고 편지봉투와 앨범을 열었다. 곧 질투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첫 번째 편지는 무려 8년 전이었다. 그들은 6년간이나 애틋한 연애를 했다. 남편은 첫사랑의 ‘머슴’이 따로 없었다.
그 여자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간 모양이었다. 한 편지를 읽으니 여자는 헤어지자고 했지만 남편이 매달린 정황까지 보였다. 게다가 앨범에는 국내 관광지는 물론이고 해외여행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까지 있었다. 보면 볼수록 손이 떨렸다. 상자에 든 편지를 모두 읽은 후에야 원래 자리에 갖다놓았다.
그날 이후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첫사랑과의 추억을 신혼집까지 가지고 온 것은 아직 첫사랑을 못 잊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진짜로 못 잊었을까 봐 그 이야기를 꺼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씩 가방 속을 확인하지만 2달이 지나도 여전히 종이상자는 가방 속에 그대로 있다. 홍 씨는 남편이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아내의 차를 버리고 싶은 남자 이야기
요즘 정성필 씨(가명, 45세)는 아내에게 준 통 큰 선물을 버리는 상상을 한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아내의 자동차다. 몇 달 전부터 아내는 경차를 한 대 사달라고 했다. 딸아이가 집에서 한참 걸어나가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기가 데려다주고 싶다고 했다. 아내도 아이도 안쓰러워 경차라도 한 대 사라고 돈을 줬다. 아내는 뛸 듯이 좋아했다.
차를 산 다음 날, 아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메시지가 왔다. 보낸 사람은 평소 아내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별생각 없이 무슨 내용인지 읽었다. ‘우리 남편 차 바꿔야 하는데 나도 너처럼 OO이한테 사야겠다. 전화번호 좀 알려줘.’
기가 막혔다. 아내가 차를 산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가 대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었다. 신혼 시절 술에 취해 처가댁으로 찾아와 아내를 불러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이름도 얼굴도 알게 된 사람이었다.
즉시 아내에게 어떻게 그 남자에게서 차를 살 수 있냐고 따졌다. 아내는 동창회 밴드 때문에 연락이 닿게 됐고, 차 살 때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한 것뿐이라고 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친구도 못 돕느냐고 오히려 의처증 환자라고 화를 냈다.
어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때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였던 남자를 도와주다니…. 아내는 떳떳하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동창모임에서 그 남자와 웃고 떠들며 놀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의심은 들었지만 증거도 없고 너무도 당당한 아내의 표정 때문에 더는 따질 수 없었다. 그 후로 아내의 차를 볼 때마다 타이어를 한 번씩 발로 차야 속이 좀 풀린다. 자동차만 아니었다면 진작 갖다 버렸을 것이다.
첫사랑, 추억으로 고이 접어 버릴레라~
“첫사랑과 바람이 났다!”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면 좋겠지만 실제로 첫사랑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거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상담현장에서 첫사랑과의 커플링, 사진, 편지, 이메일 등을 들키거나, 휴대폰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고 연락을 주고받거나, 첫사랑을 잊지 못해 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사랑의 외모, 재력, 성격 등을 배우자와 비교하거나 첫사랑이 부탁하는 물건을 사주는 일로도 부부 갈등이 생기곤 한다.
첫사랑 때문에 배우자를 오해하거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첫사랑과 관련된 편견을 깨야 한다.
첫 번째, 배우자인 자신보다 첫사랑에게 더 큰 애정과 정성을 쏟은 것 같은가? 아니다. 보통 첫사랑은 중·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초년생에게 찾아온다. 치열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결혼적령기보다 훨씬 시간적인 여유, 정신적인 여유가 있을 때라는 말이다. 첫사랑보다 더 소홀한 것이 아니라 첫사랑처럼 사랑에 모든 것을 쏟아버리면 일상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첫사랑과의 추억을 버리지 않으면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다. 물론 정리를 하면 더 좋겠지만 완전히 잊고 있어서 아직 정리를 못한 것일 수도 있고, 그 물건이 배우자에게 상처가 될지 몰랐을 수도 있다. 첫사랑은 평생 잊지 못하는 추억이긴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다. 미련이 아니고 그냥 과거라고 생각하면 굳이 정리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세 번째, 첫사랑이 그리워서 첫사랑을 떠올린다? 아니다. 배우자도 사람이다. 사랑이 모자라면 넘쳤던 때가 생각난다. 김미영 소장은 “배우자가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거나 거리가 생기면 옛사랑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충분히 배우자와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으면 옛사랑이 떠오를 겨를이 없을 것이다. 굳이 먼지가 켜켜이 쌓인 첫사랑을 기억을 더듬어 떠올린 배우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자.
우리 부부 첫사랑 트러블 극복하고 ?끝사랑 되는 노하우 5가지
첫사랑과 헤어지면서 울 만큼 울었다면 눈물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첫사랑 때문에 배우자까지 울리지는 말자. 배우자의 첫사랑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해도 그 상처를 빨리 꿰매버리자. 어차피 배우자의 마지막 사랑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당신이다. 첫사랑 트러블을 이겨내고 끝사랑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1 과거를 들추지 말자!
김미영 소장은 “땔감이 없으면 불은 꺼진다.”고 말한다. 첫사랑이란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 것으로 생각하고 가능한 들추지 않는 것이 좋다. 배우자의 과거는 알면 알수록 불행할 뿐이다. 특히 결혼 초기에 이러한 불신의 바람이 불면 결혼생활 내내 그 불신이 갈등의 씨앗이 된다.
2 남녀의 다른 심리를 이해하자!
여자는 한 사람만 자신을 사랑해도 충분히 안락하고 만족을 느끼는 편이지만 남자는 다르다. 본능적으로 많은 여성을 원하고 시각적인 부분을 떠올린다. 김미영 소장은 “남자가 첫사랑을 떠올린다고 해도 군인들이 걸그룹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며 “첫사랑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한 그 첫사랑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3 첫사랑 때문에 배우자가 상처받았다면 사랑으로 사과하자!
어떤 점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묻고,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김미영 소장은 “‘첫사랑은 과거이며, 철없을 때의 서투른 사랑이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참사랑’이라고 말하고 ‘더 진실한 사랑을 하겠다’고 진심으로 호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은 동창생 모바일 커뮤니티(밴드) 때문에 부부싸움이 나는 일이 많다. 모바일 커뮤니티를 하는 쪽은 ‘동창인데 뭐 어때?’ 식이고 배우자는 ‘첫사랑이 속한 모바일 커뮤니티는 하지 마라.’고 기분 나빠한다. 이럴 때는 내가 상대방이라고 생각해보고 그 마음대로 갈등을 해결하자.
4 추억이 깃든 물건은 미련 없이 정리하자!
결혼 후에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연애편지, 이메일, 사진, 커플 아이템 등은 모조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본가에 두고 오는 것도 금물이다. 제대로 정리하자.
5 배우자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감사하자!
김미영 소장은 “배우자가 첫사랑의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내가 더 성숙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에 신경 쓰지 말고 이루어진 마지막 사랑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