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용찬 교수】
헬리코박터 균은 위암 발생 등 중요한 소화기질환과의 관련성 때문에 위암이 흔한 나라에서는 큰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 때문인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유럽, 미국, 일본, 아시아 등지에서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지침안이 속속 발표되면서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진단과 치료가 널리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인에서 최근 감소하는 헬리코박터 균 유병률과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재감염률, 그리고 위암과의 높은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헬리코박터 균 진단과 치료지침 개정안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헬리코박터 균 치료는 어떻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 균을 치료하는 약제는 양자펌프차단제라는 궤양약제와 2가지 또는 3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복합하여 1주 또는 2주간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일차치료 약제는 양자펌프차단제와 2가지의 항생제를 병용하는 삼제요법으로 이전에는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약제였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치료 성공률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치료에 실패하는 원인으로는 처방대로 약제 복용을 잘못하였거나, 세균이 항생제에 대해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생각된다. 물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치료 약제를 찾아내거나 다른 약제를 더하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헬리코박터 균?치료 대상자 선정은 어떻게?
현재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개정된 헬리코박터 균 진단과 치료 지침안은 제약 조항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치료는 위·십이지궤양 즉, 소화성궤양에 한해서만 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 있는 경우 소화성궤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약 4-5배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균 제균 치료는 소화성궤양의 발병 위험을 확실히 낮출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서는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치료 대상이 소화성궤양 이외에도 악성 위림프종, 조기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등으로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혈액질환의 하나로 이유 없이 혈소판이 떨어지면서 피멍이 잘 들고 출혈이 증가하는 병이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치료하면 이러한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 좋아진다는 것이 임상에서 확인됐다.
그러자 일본과 유럽의 지침서에서는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 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도 함께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며, 우리나라의 지침안에서도 헬리코박터 균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아직 성인에서의 체계적인 연구결과가 부족해 정식 지침안에서는 빠졌지만 성인의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의 일부에서도 헬리코박터 균 제균 치료가 빈혈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발표돼 있다.
한편 여러 관심사가 되고 있는 위축성위염 및 장상피화생 등의 소견이 있는 위염 환자의 일부에서도 헬리코박터 균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선암의 일부는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의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헬리코박터 균의 제균 치료는 날로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제1군의 확실한 발암원인으로 공표한 이상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웃 일본의 경우 위암의 예방을 위해서 만성위염이라 하더라도 헬리코박터 균이 확인되면 환자에게 제균 치료를 시행하자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임상에서 보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변화가 오면 일반적으로 위암 발생의 위험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은 임상에서 많이 관찰되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은 증가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들 환자의 헬리코박터 균 감염을 치료하면 염증을 호전시키고 위암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헬리코박터 균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위암 환자의 약 10~15%에서 위암의 가족력이 있고, 위암 환자의 부모나 형제, 자식 등의 직계 가족은 식습관, 흡연, 헬리코박터 균 감염 등 비슷한 생활환경을 공유하여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약 2~3배 더 높은 위암 발생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력과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 동시에 있는 경우에는 상승 효과가 있어 대조군에 비해 위암 발생이 5~8배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이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경우라면 반드시 헬리코박터 균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제균 치료 후 이들 위암의 고위험군에서 위암 발생이 감소함을 입증하는 추가 연구는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