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이병주 원장】
외도하는 남편들은 아내가 받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그 고통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고통을 겪게 된다. 구토, 설사, 속쓰림 등 단순한 위장장애에서부터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과 같은 엄청난 고통까지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배신감 때문에 극심한 분노를 느끼는데 깨어 있는 매순간 이를 곱씹게 되어 온몸이 아프기도 한다. 또 쉽게 잠도 들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망가진다.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진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은 서로에게 충실하기로 약속하고, 그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 때문에 믿음이 깨지는 순간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존재가 짓밟히고 없어진 것 같은 견딜 수 없는 공허감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싫고 귀찮아져 점점 삶의 의욕을 잃어간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또는 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하면 정신분열증까지 나타난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실제로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평소 배우자를 굳게 믿었던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렇듯 외도는 부부가 살면서 배우자에게 줄 수 있는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이다.
따라서 외도라는 유혹이 손짓을 하면 남편들은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딴 여자에게 마음을 주면 내 아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외도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남편의 외도사실을 안 아내들의 반응은 죽음에 직면한 말기 암 환자들의 반응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곧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다. 시간이 지나 분노가 좀 수그러들면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도하며 타협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지면서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로 간다.
다만 차이점은 말기 암 환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의가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만 외도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훨씬 좋은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외도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아내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은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켜 일을 망쳐놓는다. 분하고 힘들겠지만 침착한 반응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남편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때는 잠시 집을 떠나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외도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연 이 결혼을 계속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런 후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청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외도한 남편 미워도 각방 사용은 금물
남편의 외도 후에 각방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외도 후 각방 사용은 바로 성관계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부관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면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특히 남편의 외도사실을 안 아내는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히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셀프 터치’를 한다. 어둡고 컴컴한 방의 벽에 기대어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는데 이 자세는 자궁 안에 있는 태아의 자세와 유사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
셀프 터치든 타인에게 받는 스킨십이든 상처받은 여성은 스킨십이 꼭 필요하다. 스킨십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정서적인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왕 받는 스킨십이라면 셀프 터치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다. 비록 외도를 해서 밉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갈 남편이자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빠이다. 평생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 남편의 스킨십을 허락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이 밉다고 다른 방에서 잠을 자게 되면 이런 스킨십의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성관계의 단절과 함께 부부관계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물론 여성은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리는 것이지만 거꾸로 스킨십을 하다보면 자연히 분노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남편에 대한 분노로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어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힘들겠지만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한 잠은 같은 방에서 자야 한다. 같이 자다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스킨십의 기회도 올 것이고, 따라서 부부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글쓴이 이병주 님은 성치료 전문 의사로 현재 포털 사이트 이지데이에서 성상담 의사로 활동 중이며 플라워산부인과(성클리닉)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결혼 연차별 문제에서 탈출하기>(플라워 刊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