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메디오라센터 이성권 원장】
동양의학의 대가들은 환자를 치유할 때 사족이 없다. 한두 곳의 핵심 혈(穴)자리로 만병을 다스린다.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화타와 편작이 그랬고, 우리의 허준 선생도 마찬가지다. 동양의학의 기본원리는 혈(穴)과 맥(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있다. 특히 신체의 맨 꼭대기 정상에 위치한 백회혈은 인체의 모든 경맥이 직·간접적으로 모이는 곳이고 백 가지 병을 치유하는 영험한 혈자리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동양의 명의들과 기공수련 고수들은 백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치유의 최고방편으로 활용하였다.
백회(百會)의 ‘백(百)’은 수량이 많음을 뜻하며, ‘회(會)’는 한곳으로 모인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우리 몸에 있는 기의 통로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백회라 부른다. 백회는 머리 정수리에 위치하며 양쪽 귀 끝을 이은 선과 코끝과 경추의 연결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기공수련자들은 이러한 백회혈을 열고 기운을 소통시키는 데 오랜 시간 치중한다. 사실 백회는 누구나 다 열려 있다. 백회가 닫혀 있으면 죽은 목숨이다. 수련자들이 백회를 연다고 하는 것은 백회의 혈자리를 크게 활성화시켜 외기와의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회를 ‘우주의 문’ 즉 천문(天門)이라 부르며 외기가 들고나는 관문인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백회가 열리고 활성화되면 정수리 부위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들고나는 것을 느끼는 등 다른 혈자리와 달리 변화무쌍한 자리가 백회이다. 그것은 양기를 주관하는 백회의 역동성 때문이다. 따라서 백회를 통해 양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몸 전체를 치유하는 관건이 된다. 양기는 인체의 면역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기를 주관하는 백회가 백 가지 병을 다스리는 치유점으로 자리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백회는 인체의 양기를 조절하는 혈자리이므로 인체의 기운이 쇠약해졌을 때 백회를 자극하면 기운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백회는 치유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각종 통증뿐 아니라 신경성 질환 치유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백회를 자극하면 고혈압과 뇌출혈 예방에 효과적이며 현기증, 상기증, 이명, 오십견, 안질, 불면증, 변비 등에 좋고, 집중력과 기억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백회를 부드럽게 자극시키면 정신을 맑게 해주고 뇌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기공 고수들은 의념력으로 백회를 활성화시키지만, 일반대중들은 손가락으로 백회를 누르거나 가볍게 두드려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