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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건강] 우리 아이 잠재의식 춤추게 하세요!

2011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기호 102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정신과 전문의)】

살다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다. 어젯밤에는 골똘히 생각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던 답이 아침잠이 채 깨기도 전에 번쩍 떠오른다. 깜짝 놀란다. 왜 그럴까? 자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 정신과 전문의로서 뇌 과학에 기초를 둔 학습 코칭을 하고 있는 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은 “우리 뇌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일어난 사건을 정리하고 요약하며 기억하는 기능이 있다.”면서 “이것이 잠재의식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잠재의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습력이 좌우된다는 말이다. 그 신비한 메커니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의식 밖에 있는 큰 창고

우리의 기억은 우리가 경험한 일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기억이란 게 오묘하다. 초등학교 때 짝꿍이 내 도시락에 바퀴벌레를 집어넣은 일은 생생히 기억나는데, 소풍을 어디로 갔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간 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일 등을 겪었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많은 사건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기억은 떠오르는 일보다 물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이처럼 의식 밖에 있는 기억들이 잠재의식이다. 많은 기억 중 당장 필요한 것들만 의식선상에 떠오른다. 모든 기억이 함께 의식선상에 떠오른다면 우리는 아마 정신이 없어서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가라앉아 있는 잠재의식들은 떠오른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조용히 잠겨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 아래에서 대단히 역동적으로 의식을 컨트롤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하는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잠재의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식은 잠재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노규식 원장은 “잠재의식과 학습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잠재의식의 창고를 풍성하게 채우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 노하우를 소개한다.

잠재의식을 춤추게 하는 9가지 방법

첫째, 만 3살부터 일관된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의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잠재의식. 잘 기르려면 어렸을 때부터 신경 써야 한다. 본격적으로 놀이를 시작하는 시기부터 잡아줘야 한다. 만 3세 이후부터 놀이는 오감(시각ㆍ청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 발달에 중요하다. 몸의 감각이 발달하면 정보 습득력과 통합적 사고력이 월등해진다. 물론 어른들도 키울 수 있지만 아이들보다 오래 걸리고 높아지는 정도도 약하다.

놀이는 자연에서 즐기는 놀이가 으뜸이다. 퍼즐이나 블록 등 지능발달 도구들은 잘 해봐야 시각이나 촉각 등 2가지 감각을 발달시킨다. 그러나 자연에서 놀이를 하면 오감이 골고루 발달한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다고 해보자. 시원한 파도소리, 촉촉한 모래 감촉, 바다 내음,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아이는 잠재의식을 기울여 이 환경과 어울리는 모래성을 쌓을 것이다.

둘째,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 잠재의식을 잘 활용하려면 깨어 있는 순간에 어떤 문제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이 문제가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문제를 건드리면 안된다. 차분히 한 가지에 골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몰입하는 습관은 집중력을 키워준다. 높아진 집중력은 무의식중에 잠재의식을 끌어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보를 합산하는 통합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셋째, 너무 바쁘면 좋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너무 바쁘다. 집중력을 키우려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데 우리 교육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학원, 과외, 학습지 등으로 촘촘히 짜인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내내 몸과 마음이 바쁘다. 노규식 원장은 “학원을 5~6군데 보내는 것은 아이를 만능인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평균인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되면 잠재의식을 꺼내 쓰기는커녕 다급해서 닥친 문제를 해치우는 데만 급급해 한다. 금세 몸과 마음이 지치고 뇌도 쉽게 피곤해진다. 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무엇을 하고픈 의욕이 생생하게 자라지 못한다.

넷째, 충분히 자야 한다. 우리 뇌는 컴퓨터처럼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동시에 처리하기도 하고 일정 부분 겹치기도 한다. 낮에 다소 혼란스럽게 펼쳐져 있던 뇌 속 정보들은 자는 동안에 차곡차곡 정리된다. 우리 뇌는 자는 동안에도 문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제대로 푹 자지 못하면? 뇌가 자면서 정보를 재조합하는 과정을 말끔히 해내지 못한다. 머릿속이 탁해지고 자꾸 산만해진다.

다섯째, 잠시 휴식할 땐 멍한 상태가 되는 것도 좋다. 무심코 산책하기, 낮잠 자기 등 일단 하는 공부에서 떨어져 본다. 의식적으로 억제가 풀리면서 잠재의식이 자유롭게 기능을 할 수 있다.

여섯째, TV와 컴퓨터 게임은 잠재의식을 침체시킨다. 요즘은 위성TV와 IPTV의 영향으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마음껏 볼 수 있다. 사정없이 채널을 돌리며 맥락 없이 시간을 때운다. 게임은 더 심하다. 몇몇 교육용 게임을 빼고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우리의 뇌가 잠시라도 주의를 돌릴까 봐 쉴 새 없이 자극한다. 그러면 우리 뇌는 집중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린다. 게임을 할 때 우리 뇌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일곱째, 감정적으로 안정되면 잠재의식 활성화에 좋다. 학습의 기본은 감정 조절이다. 감정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크닉만 연습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불안한 아이들은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 번 생긴 불안은 좀체 없어지지 않아 더 문제다. 부모가 아이와 자주 대화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정서 안정에 특효약이다.

여덟째, 언어력을 기른다. 창조의 샘은 언어력이다. 언어력은 생각하는 힘, 느끼는 힘, 상상하는 힘 등 인간이 가진 능력의 총집합이다. 언어 없이는 어떤 생각도 불가능하다. 생각 없이는 공부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영어 열풍은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국어력 없이 영어력을 기르긴 힘들다. 말하고 듣고 쓰는 연습을 풍부하게 하면잠재의식의 창고가 가득 찬다.

아홉째,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그린다. 공부를 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가고 싶은 대학에 입학해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의사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한다면 훌륭한 의사가 돼 환자들을 고쳐주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성공 이미지 그리기는 잠재의식을 촉발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 문제는 성공 이미지 그리기를 가로막는 마음의 벽이다. ‘이렇게 한다고 잘 될까?’ 하는 의심을 품으면 잠재의식이 ‘그 일은 잘 안 될 것이다.’라고 방해한다. 또 싫은데 꾸역꾸역 억지로 하면 잠재의식이 반발한다.

뇌가 바라면 몸도 행동도 바라는 대로 가게 되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노규식 원장은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전임의를 역임했다.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 국내 유일의 전미바이오피드백협회 정회원, <생방송 60분 부모> 등에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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