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평식(김포 삼성산부인과 성클리닉 원장)】
남녀탐구1 – 남녀는 어떨 때 상대에게 실망할까?
남녀가 오래 사귀다 보면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앙탈쟁이로 보이고, 여자에게 있어 남자는 신경질쟁이로 비쳐 보이곤 한다. 그렇다면 남녀는 어떨 때 서로에게 실망을 주는가?
남편이 집에서 쉬고 싶을 때 아내의 요구는 남편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남편이 다른 일에 열중할 때 아내가 접근한다면 남편은 귀찮기만 하다. ‘도대체 나 자신의 시간이 없다. 아내의 요구는 날 너무나 힘들게 한다.’라고 남편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집도 편안하지 않다.’라는 생각에 남편들은 슬프다.
여자는 알게 모르게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아내들은 남편이 사회생활이나 일을 가정 다음으로 생각해주길 원한다. 만약 남편이 가정에 소홀하거나 남편의 일이 형편없다고 생각될 때 아내의 독설은 끔찍하기도 하다. 특히 친구나 친척 앞에서 남편이 아내로부터 무시를 당한다면 남편은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 반면 아내들은 남편의 무관심에 불평을 쏟아낸다. 특히 아내가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부부간의 대화조차도 ‘달달 볶는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남편에게 실망한다. ‘이제는 남편이 모든 걸 귀찮아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아내들은 우울하다.
여자들은 자기에게 부드럽게 대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잘 다가가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남편이 그렇다면 아내의 기분은 어떨까?
우리 주변을 보면 친구가 많은 사람은 인간미나 포근함을 가지고 있다. 남편도 주위 동료에게는 나름 친절하다. 그러나 유독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아 아내는 슬프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에게도 부드럽게 대해줬으면 한다. 남편들이 보통 친구들에게 베푸는 것과 꼭 같은 정도의 예의만을 아내에게 베푼다면 결혼생활의 파탄은 훨씬 줄어든다.
남녀탐구2 – 남녀는 어떨 때 화를 낼까?
우리는 어떨 때 화가 나나? 여기에도 분명한 남녀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체로 남자는 무시당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화가 난다. 여자는 소외되거나 자신의 바람이 뜻대로 안 될 때 화를 낸다.
본능적으로 남자는 일이든 오락이든 항상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일이 잘됐을 때의 성취감을 남자들은 늙어서도 잊지 못한다.
그런 반면 여자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항상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여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만인의 연인이 되는 것을 꿈꾸면서 자란다.
그렇다면 왜 남자는 일에 대한 욕망이 크고, 여자는 관심 받는 것에 목말라 있을까? 여기에는 원시시대부터 기억되어온 본능이 숨어 있다.
남자들은 예로부터 신체적으로 강한 힘과 사냥을 잘하는 걸로 인정을 받아왔다. 바로 사냥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남자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애인이, 자신의 아내가 그걸 부인하거나 남과 비교하여 흠집을 낸다면 그 남자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그녀의 그런 말 한 마디에 남자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게 될 것이다.
그런 반면 여자는 다른 여자들보다 좀 더 우월한 신체적 외모를 갖고 싶어 했다. 아름다운 미모나 섹시한 몸매가 강한 남자를 부른다는 것을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길 원했다. 그런데 자신의 애인이,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조그만 실수조차도 따뜻하게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나무란다면 여자의 마음은 상처를 입게 된다.
따라서 남편에게는 자신의 능력과 일에 대한 아내의 신뢰가 가장 큰 힘이 된다. 또 아내에게는 자신을 보호해주겠다는 남편의 믿음이 가장 큰 사랑으로 다가온다.
그런 탓에 남편은 자신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는 아내에게 가장 크게 실망한다. 아내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가장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남편은 그러한 아내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방해받을 때 화가 나고, 아내는 그러한 남편으로 인해 자신의 바람대로 가정이 돌아가지 않을 때 화를 내게 된다.
이렇게 생긴 남편과 아내의 화는 어떻게 풀어주어야 할까?
남편의 화 풀기
남자들은 힘든 상황을 떨쳐버리기 어렵거나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때는 혼자서 고민을 정리하거나 다른 일을 통해서 두려움을 발산한다. 그런 후 대부분의 남자들은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아내가 남편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혹은 남편의 행동이 부부관계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남편의 쉴 공간과 정리해야 할 시간을 빼앗아버리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남편은 자기만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아내에게 실망할 것이고, 아내는 예전처럼 사랑해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또 속상해한다. 결국 큰소리가 나고 부부싸움이 되고 만다.
아내의 화 풀기
아내는 힘든 상황을 남편에게 털어놓았을 때 남편이 잘 경청해주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가 힘들 때 바가지를 많이 긁는 것은 남편이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고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을 되새기고 싶은 거라는 걸 남편들은 알아야 한다. 남편의 도움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워달라는 아내의 신호인 것이다.
대체로 활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은 화를 잘 안 낸다. 반면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을 때는 곧잘 화를 낸다. 왜? 지금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화라도 내서 자신을 지키려는 반사 본능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우자가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화를 내고 있다면 ‘지금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인식하자.
아내가 힘들다고 매일같이 말하거나 우울하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면 그때 진짜로 아내에게 관심을 보여야 한다. 만약 이때 남편이 아내와의 대화에 소홀히 하거나 아내를 도와줄 수 있는 시기를 놓친다면 나중에는 거들어주고 싶어도 아내의 믿음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남편이 매일같이 늦게 들어오거나 매사에 의욕이 없어 보인다면 그만큼 남편이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의 심사를 파악하여 남편이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도록 집에서는 편히 쉴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남편은 술이나 다른 일에 더 의존하여 부부관계는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틀어진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은 남편은 아내를 버리지 않겠다는 믿음, 즉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하면서 지켜주겠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아내는 남편이 힘없어 보인다면 남편이 잘 되도록 도와주거나 꾸준한 신뢰를 보내야 한다.
이성간의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고, 또한 그 싸움을 빨리 끝내게 하는 방법은 서로의 마음속에 녹아 있는 두려움을 걷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면이 아니라 짙게 깔려 있는 두려움의 밑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영원히 당신 편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글쓴이 박평식 원장은 오랫동안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치 넘치는 에세이를 기고하는 성칼럼니스트다. 현재는 김포에 있는 삼성산부인과에서 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남자가 바라는 성, 여자가 원하는 성>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