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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이달의 특선] 지적질만 하는 아내가 싫다는 남편, 남편이랑 살기 싫다는 아내 ‘등돌린 부부의 해결 지침서’

2011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원장】

그 남자의 하소연 -?내 행동에 대해 지적만 하는 아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숟가락, 젓가락을 식탁 바닥에만 내려놔야 하는지, 왜 국그릇에 놓고, 밥그릇에 걸쳐 놓으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행동에 대해서 지적을 받아야 하고, 집에 있으면 온통 긴장을 해야 하는 나를 본다.

소개로 만나서 연애기간이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해도 좋겠다 싶어 결혼을 했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될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 아내는 너무 날카롭고 까다로운 사람이다.

정말 아내가 나를 남편으로 생각을 하고 정말 가족으로 여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크게 바라는 게 없다.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좋아들 하시는지, 그런 부모님들을 보면서 ‘내가 이제야 아들로서 도리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지금은 생활비 정도가 되는 금액을 보낸 지 꽤 되었다. 아내는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에 대해서 안 된다는 태도다. 왜 우리가 생활비를 드려야 하냐는 거다. 아들은 나 하나밖에 없고 누나들은 벌이가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아들로서 내가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어 드려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는 용돈 정도의 금액만 드리라고 성화다. 그러면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은 일도 없어서 수입도 없는데… 부모님이 굶어죽는 걸 나한테 보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나를 사랑하고 남편으로 생각한다면 이렇게 얘기 할 수 없지 않을까?? 난 아내에게 점점 실망하고 있다.

그 여자의 하소연 -?내가 왜 이 남자랑 살아야 할까?

30살이 넘어서 부모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난 터라,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냥 살면서 맞추면 된다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남편 직업이 치과의사라는 점은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불안감을 다 덮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겼었다. 남편은 나를 예뻐했었고 다정한 면도 보여서 결혼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혼여행 때부터 내 황당함은 시작됐다. 나는 좀 예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신혼 첫날부터 나를 대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결혼을 했으니까 가릴 것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남편 태도가 너무 황당하고 또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남편은 오히려 화를 내고 기분 나빠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행복한 신혼여행은 다 망가져 버리고 눈이 붓도록 종일 울기만 했다. 그런 나를 남편은 더 어이없어 했고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나는 남편이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는 예의 없이 행동하지 않겠다.”라는 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신혼살림을 시작하면서도 나의 황당함은 계속 이어졌다. 남편 월급에서 시부모님께 매달 목돈이 생활비로 자동 인출돼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 전에는 그랬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시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는 건 안 되고 용돈 정도의 금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내 말에 남편은 “그럼 우리 부모님은 굶어죽으라는 거냐?”면서 아주 못돼 먹은 취급을 당했다.

어떤 여자가 남편이 시부모님한테 생활비를 보내고 있는 것에 동의를 할까 싶다. 결혼을 했고 살림을 시작하고 앞으로 아이도 낳고 키우려면 적금도 들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시부모님 봉양을 누나들도 2명이나 있는 막내아들인 우리가 다해야 하는 줄 알았다면 절대 나는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

이런 모든 것을 중매로 만난 탓으로 돌리며, 세부적으로 좀더 알아보지 않고 결혼한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다. 이런 내 삶이 슬프다. 우리한테 아직 아기가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절실?

매사 분명하고 명료한 부인과 대충 털털한 남편의 갈등은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큰 갈등으로 터지고 있다.

우선 남편은 성관계에 대한 불만이 표면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라 여기고 있으며, 부부가 싸웠더라도 성관계를 하면서 풀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얘기에 아내의 마음이 더 닫히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얘기다.

결혼을 했고 이제 내 여자이고 가족인데, 좀 벗고 다니든, 방귀를 뀌든 크게 문제 될 게 뭐가 있느냐는 게 남편의 입장이다.

반면 아내는 흉허물을 다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되지 않았으니 우선은 좀 사리고 조심해 달라는 것, 그래야 조금씩 마음을 열고 남편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는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가 중요하지 않다. 까다로운 여자를 만나서 고생한다는 식으로만 받아들이게 되면 그 시점부터 남편의 불행은 시작된다. 또 예의예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남편이라고 불평을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아내의 불행도 시작된다.

‘우리가 그만큼 서로에 대해서 차츰차츰 알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남편이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려는 의지를 갖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배우자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한 조율

남편이 시부모님의 생활비를 총각 때부터 대오고 있었던 것을 아내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남편 입장에서는 교제기간 동안에 아내가 될 사람에게 미리 알리기 싫었을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결혼을 하겠다고 할 여자는 없을 것을 남편도 인정한다는 얘기가 된다.

당장의 갈등을 피해보고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의 행동 방식이 남편에게는 있다. 안타깝게도 아내는 어떻게 되겠지 해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다. 명분이 있어야 하고 타당해야 하고 무엇이든 명확해야 되는 아내의 성격상, 이제 표면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바로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남편이 현재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 시부모님이 어떤 상황인지 탐색을 해본 결과 두 분 다 건강하시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며, 소일거리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60세가 되셨다고 해서 모든 생활비를 아들 내외에게서 받아올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남편도 그렇다고 인정은 했다.

따라서 아내의 주장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에 금전적인 것도 포함이 되는 바 분명 목돈의 생활비를 부모님께 계속 보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선적으로 부모님께 보내는 금액부터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만약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더라도 싱글로 살 때처럼 당연하다는 식의 남편의 태도는 무척 곤란하다. 이미 싱글이 아닌 기혼자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아내의 의사를 포함시켜 서로 조율을 해야 한다.

적어도 “장인장모님은 일 하시잖아? 그러니까 용돈을 왜 드려야 하는 건데?” 식의 말은 합당하지 않다. 본가 부모님께 정말 필요해서 일정 금액을 보내드려야 한다면 이것에 대해서 남편은 아내의 협조에 감사를 진정으로 표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이 며느리를 잘 만나서 이런 호강도 하시네.” 등의 아내의 이해와 협조에 고마운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해야 한다. 그리고 아내도 한 달 동안 환자들 진료하면서 애쓴 남편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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