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원장】
그 남자의 하소연?“침대에 다가오는 아내가 부담스럽다”
안다.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미 그녀는 우울증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몇 달 전만 해도 먼저 대화도 시도하고, 함께 외출하자고 하곤 했는데 지금은 모든 걸 포기했다는 듯한 태도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비겁한 나 자신이 싫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나도 알고 싶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우린 문제없는 부부였다. 만삭일 때도 아내는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쁠 수가 없었다. 그 전에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남들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그만큼 아기를 낳기 전까지 성관계도 정열적으로 했다.
다만 아기를 낳고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갓난아기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성관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 나는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하고 육아와 살림 모두 잘해내는 모습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잘해나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언제부턴가 아내가 침대에서 내게 다가오는 게 겁이 났다. 잠자리 사인이라도 보내면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피하기까지 했다. 발기도 잘 되지 않고 왠지 자신도 없다. 어쨌든 이런 내 심정을 어떻게 아내에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진짜 미칠 노릇이다. 성관계를 피하는 나 때문에 아내가 많이 상처 받는다는 걸 알지만, 나도 어떻게 되지 않는 부분이다. 비뇨기과에 가보자는 아내 말도 뒤로 하고 그냥저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 여자의 하소연?“여자로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한참 전부터 남편에게 비뇨기과 진료를 권했다. 혼자 가기 좀 그러면 함께 가자고까지 했다. 여자로서 자존심도 상했지만 큰 용기를 내서 말한 건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무엇 때문에 남편이 그러는지 답답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부상담실을 찾았다. 둘 다 젊은데 아기만 바라보며 이렇게 계속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남편은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도 없는 것 같아 한편으론 나만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출산 후 아이가 네 살이 되도록 성관계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언제나 내가 먼저 다가갔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물러서곤 했다. 어쩌다 성관계를 하게 되더라도 발기가 안 되는 건 차치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마다 여자로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는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은 생각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우울한 마음이 더 심해진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남편인데….
연애 때나 결혼 초기에는 지금 같지 않았다. 스킨십이나 성적 표현도 적극적으로 했고, 그런 표현을 통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출산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솔직히 출산 후 나도 몸을 추슬러야 하고, 초보 엄마로서 아이한테 신경을 쓰느라 남편에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출산 전부터 방송 매체나 관련 책을 통해 임신 기간이나 출산 직후 부부관계에서 남편이 욕구 불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혹시나 출산 후 몸매가 망가져서 성적 매력이 없어진 게 아닐까 싶어 열심히 다이어트도 했고, 홈쇼핑에서 야한 속옷도 사 입고 정말 유치하게 유혹도 해봤다.
하지만 피곤하다며 멀리하고 미안하다고 거절하는 남편을 보며 나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나 있을까? 내가 무슨 성관계를 못해서 안달난 여자도 아닌데, 표현할 수 없는 이 께름칙한 마음을 어떻게 털어버릴 수 있을까?
부부 해결 솔루션 -?탯줄을 꼭 잘라야만?좋은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젊은 부부라도 이런 문제로 부부 상담실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애결혼을 하고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생각지 못한 시련에 이들은 매우 힘들어했고, 그래서 어떻게든 극복해보고자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렸을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는 젊은 부부의 성관계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와의 성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자, 남편은 자신이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된 건가 하고 겁이 덜컥 났습니다. 아내가 곁으로 다가오면 온몸이 긴장되고 무엇보다 발기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을 안 하고 표현을 제대로 안 해서 그렇지, 아내보다 남편이 이런 상황을 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에게 받은 야동을 보고 정상적으로 발기하고 예전처럼 성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론 안도했습니다.
남편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면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성관계를 소원하게 했던 출발점은 아내의 출산이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남편이 아내의 출산 전 과정을 지켜본 것과 아내와의 성관계 시 신체 반응이 관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산부인과에서는 출산할 때 남편이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입니다. 이 부부도 남편이 아내의 출산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남편은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같이 울기도 했고, 그 고통 속에서 탄생한 사랑스러운 아기를 보며 그 경이로움에 또 한 번 울었습니다.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와 핏덩이 아들을 연결하고 있던 탯줄도 직접 잘라주며, 힘든 과정을 잘 견뎌낸 아내에게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내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지요. 고통에 일그러진 아내의 얼굴, 의료진 앞에서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죽을 힘을 다해 버둥거리는 몸짓,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피. 충격으로 다가온 이 모든 장면이 남편의 내면에 자리를 틀고 앉아 내내 괴롭혔습니다.
아내와의 성관계 때마다 성적 희열이나 즐거움보다는 출산 장면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 몸이 경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는 것은 출산의 과정을 함께 하기 위한 좋은 취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부가 함께 아기를 잉태한 후 임신 기간 동안 함께 태교에 힘쓰고, 출산 때도 고통을 감내하며 아기를 맞이하는 고귀하고 거룩한 마음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이 부부처럼 모두에게 다 괜찮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출산을 지켜본 남편들 중에 아내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잃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여자라기보다 지켜줘야 할 누이, 혹은 엄마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남편이 출산 과정에서 제외되었지만 지금은 임신 전후뿐만 아니라 분만 과정에도 남편이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처럼 분만 과정에 대해 잘 모르면 분만의 후유증으로 부부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남편이 함께 있어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추세라니까 그저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분만과정에 관한 책이나 비디오를 보고 공부해가며 남편의 참여 여부를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꼭 탯줄을 잘라야만 좋은 아빠가 되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