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현초 영양생리학 박사】
우스갯말로 ‘배둘레햄’이라고도 부르는 뱃살 지방은 보기에도 흉하거니와 위험하고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뱃살 지방은 건강에 치명적인 염증물질 공장이기도 하다. 뱃살 지방이 찔수록 인체를 공격하는 염증물질이 더 많이 생산되고, 그러면 다시 더 많은 지방이 축적된다. 일단 시작된 이 악순환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배둘레햄을 줄이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영양물질과 작용기전을 소개한다.
염증은 해롭다
염증은 세포와 조직을 파괴하고 기관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여 결국에는 치매, 당뇨병, 심혈관 질환, 골격과 관절의 파괴와 같은 퇴행성 장애로 나타난다.
당뇨병 약이 뱃살을 줄인다고?
흥미롭게도 당뇨병 치료약 메트포민(metformin)이 뱃살 지방과 지방 축적으로 인하여 유발되는 만성 염증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교적 연구가 잘 되어있는 메트포민의 작용기전은 세포의 마스터 대사작용 조절자 ‘AMPK (AMP-activatel protein kinase)’ 의 활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AMPK란 무엇인가?
대사작용 조절 마스터 ‘AMPK’는 중요한 세포 내의 센서다. 이 효소는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에 반응하여 전신과 세포의 에너지 균형을 조절한다. 세포의 AMPK의 활동을 신장시키면 다음과 같은 작용과 함께 강력한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
● 혈당 수준을 낮춘다.
● 뱃살 지방을 줄인다.
● 인슐린을 낮춘다.
● 중성지방을 줄인다.
● 염증을 낮춘다.
● 자식(自食)작용(autophagy)을 활성화한다.
뱃살 지방을 줄이는 세포 청소부
어떻게 AMPK가 세포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뱃살 지방을 줄일까?
정상적인 에너지 생산의 일환으로 세포는 ‘자식작용’이라 알려진 과정으로 그 자체를 청소한다. 이것은 세포가 파괴된 단백질, 기능 이상의 미토콘드리아, 바이러스와 다른 대사 노폐물들을 청소하는 방법이다.
자식작용이 감소하면 조기 노화가 가속화된다. 자식작용을 회복하면 노화를 늦추고 오히려 반전시킬 수도 있다. AMPK의 활동을 신장시키면 자식작용은 증가한다. 활성화된 AMPK는 세포 내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도록 세포에게 신호를 보낸다. AMPK를 활성화하여 세포로부터 잔해와 노폐물을 제거하면 뱃살 지방을 줄일 수 있다.
뱃살을 줄이는 천연물질① ‘돌외’
메트포민은 처방약이라서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이 그 약을 구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메트포민과 같이 AMPK를 활성화시키고, 여러 가지 이익을 주는 천연물질이 확인되었다. 해로운 뱃살 지방을 줄이는 것이 그 물질의 여러 효능 중의 하나다.
약초 ‘돌외(Gynostemma pentaphyllum)’가 효과적인 AMPK 활성제로 밝혀졌다. 돌외는 덩굴식물의 하나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 분포하며, 오랫동안 전통 약재와 차로 사용되어 왔다.
돌외 추출물 혹은 다물린(damulin)이라 불리는 사포닌은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준을 낮추고, 면역기능을 증진하며, 암을 예방하고, 특히 비만에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돌외는 매우 강력한 AMPK 활성제로 지방 생산을 차단하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여 뱃살 지방을 줄인다고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돌외 연구
이미 발견한 사실에 근거하여 국내의 한 연구팀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돌외 추출물의 복부 비만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를 시행하였다.
그 연구에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25 내지 30kg/m2인 과체중자 80명을 무작위로 돌외 추출물 투여군(450mg/하루)과 위약 그룹으로 나누어 12주간 연구를 실시하였다. 두 그룹 참가자 모두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던 대로 음식을 섭취하였다.
위약을 사용한 사람들과 비교하여 돌외 추출물을 섭취한 사람들은 전체 복부 면적, 체중, 체지방량, 체지방 비율과 체질량지수가 감소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돌외 추출물의 지방 감소 효과를 입증한다.
뱃살 지방은 염증을 유발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뱃살 지방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는 염증 촉진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은 혈관, 심장근육, 두뇌세포 등 인체의 조직들을 심각하게 파괴한다.
활동적인 지방세포들(특히 뱃살 지방에 있는)에 의해 생산되는 염증물질들은 또한 내피의 기능장애를 초래하여 결국 혈류의 흐름 감소와 고혈압을 야기한다. 내피 기능 장애는 초기에는 동맥경화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심장발작, 뇌졸중과 다른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 뱃살 지방이 많은 사람들의 혈관에서는 산화질소(NO)의 생산이 감소한다. 산화질소는 신호전달물질로 동맥의 이완과 확장을 지시하여 혈류의 흐름과 혈압을 개선한다.
뱃살을 줄이는 천연물질② ‘헤스페리딘’
헤스페리딘(hesperidin)은 귤, 오렌지, 자몽, 유자 등의 감귤류(특히 껍질)에 포함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하나다. 헤스페리딘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인슐린의 민감성을 높이고, 지질 수준을 낮추며, 염증을 줄이는 등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능이 있다.
대사증후군은 심장발작과 뇌졸중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잘 설명해준다.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을 갖고 있다.
● 고혈압
● 혈당 상승
● 지질 불균형(중성지방은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낮다)
● 허리둘레 지방 과다
● 전신적 염증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성인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헤스페리딘 연구
대사증후군 환자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헤스페리딘(500mg/하루)을 3주간 투여하였고, 다른 그룹은 위약을 투여하였다. 그들로부터 내피세포 기능, 신진대사 지수와 염증 지수를 조사하고 측정하였다. 연구기간 동안 참가자 모두 일상적으로 식사와 신체활동을 하였다.
헤스페리딘의 항염효과
C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은 심장발작과 뇌졸중의 위험성을 높이는 염증을 측정하는 표시이다. 복부 지방이 과다한 사람들은 혈중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위 연구에서 헤스페리딘을 복용한 대사증후군 환자들의 C반응성 단백질 수준은 복용 전과 비교하여 33%나 감소하였다.
헤스페리딘의 심혈관 건강 효과
혈류 관련성 확장(flow-mediated dilation)은 초음파를 사용하여 내피 기능을 재는 혈관의 혈류변화 대응 능력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심혈관 건강의 지표가 된다.
위약을 사용한 사람들과 비교하여 헤스페리딘을 복용한 사람들은 내피 기능이 향상되었다. 이는 헤스페리딘이 동맥의 건강과 심혈관계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메커니즘의 하나라는 것을 시사한다.
헤스페리딘과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지단백질(lipoprotein)과 결합하여 우리 몸을 순환한다. 지단백질은 지질과 단백질이 결합된 물질이다. 단백질은 지방보다 무겁다. 그래서 지방에 비해 단백질의 함량이 많은 지단백질을 고밀도 지단백질(high density lipoprotein; HDL), 반대로 지방이 더 많은 것을 저밀도 지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 LDL)이라 부른다. 통상적으로 LDL-콜레스테롤을 ‘나쁜 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부른다.
아포지단백 B(apolipoprotein B: ApoB)는 LDL-콜레스테롤에서 단백질 부분이다. 아포지단백 B의 수준이 높은 사람은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
헤스페리딘을 복용한 사람들의 아포지단백 B 수준은 2.2% 감소한 반면, 위약을 사용한 사람들의 수준은 오히려 3.3% 증가하였다.
헤스페리딘 보조제를 복용한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심혈관 질환 위험성의 지표가 감소하였다. 이런 효능은 헤스페리딘이 세포 수준에서 AMPK의 활동을 증진시키는 역할에서 기인한다.
헤스페리딘은 뱃살 지방을 줄인다
AMPK의 활성화는 세포에 신호를 보내 지방의 저장을 중단하고, 대신 그 지방을 에너지로 활용하여 과다하게 축적된 지방의 제거를 돕는다.
위 연구에서 헤스페리딘은 AMPK의 활성을 촉진하였고, 그것을 보충제로 복용한 사람들은 뱃살 지방이 줄어들었다.
뱃살 지방 감소와 노화 방지
나이 들면서 AMPK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이는 다음과 같은 연속적·병리적 과정을 유발한다.
● 자식(自食)작용을 떨어뜨린다.
● 비정상적인 혈중 지방 양상(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보인다.
● C반응성 단백질을 증가시킨다(만성 염증).
● 비정상적 지방 축적을 증가시킨다(특히 내장 지방).
돌외와 헤스페리딘은 AMPK 효소의 활동을 증진시켜 뱃살 지방을 줄이고 해로운 노화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완화하여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비만은 전반적으로 건강에 해롭지만 복부 지방은 가장 위험하다. 복부에 지방이 쌓일수록 건강은 나빠지며 생명도 단축된다. 수명은 허리둘레 길이와 반비례한다. 설상가상 나이가 들수록 지방 저장을 조절하는 효소인 AMPK의 활동도 감소한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살은 더 찌고 여러 가지 대사장애와 질병의 발생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돌외 추출물과 헤스페리딘은 AMPK를 활성화하여 복부 지방을 줄이고, 그와 관련된 염증, 심혈관 질환, 신진대사장애 등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자.
정현초 박사는 캐나다 매니토바 주립대학에서 영양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벤쿠버 소재 BC주립대학과 캐나다 CF연구재단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벤쿠버에서 서양인들을 상대로 대체의학크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관심분야는 정신, 육체요법, 생혈액분석, 영양요법, 호르몬균형요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