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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결혼’을 둘러싼 미혼자와 기혼자의 동상이몽

2019년 03월호 92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밝은희망부부클리닉 청담점 박영현 부부상담사】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말도 흔하게 들린다. 그런데도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면 유명한 카페마다 꽃단장하고 미래의 배우자를 찾으러 온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조건 맞는 이성을 소개해 줄 결혼정보회사에 모든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결혼의 양면성에서 비롯된다. 결혼해서 잘 살면 미친 짓이 아닌 미치도록 행복한 일이 된다. 결혼해서 잘 살면 더 빨리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후회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꿈꾸던 결혼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결혼생활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애인의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환상만 품으면 환장할 일만 생기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미혼자의 환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기혼자로 안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매일 벽과 이야기하는 아내 이야기

환희(가명) 씨는 회사 선배였던 남편이 마냥 좋아서 먼저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아버지의 참견과 잔소리를 들었던 환희 씨는 늘 말없이 잘 웃는 남편이 좋았다. 연애할 때 남편은 환희 씨가 하자는 대로 다 맞춰줬다. 회사에서 화를 내는 것도 본 적 없었다. 다시는 이런 남자를 못 만날 것 같아 환희 씨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할 말까지 안 하는 남자였다. 꼭 필요한 말만 묻거나 대답할 뿐이었다. 친정에 가서도 인사만 겨우 하고 늘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 사위의 눈치를 보느라 절절맸다. 기쁜 마음으로 친정에 가지만 매번 기분이 상해서 돌아오곤 했다.

몇 번 남들처럼 부부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진지하게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언제부터 “할 말이 있다.”고 말하면 남편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부부싸움이라는 것도 하게 됐다. 남편은 싸우고 난 후에는 필요한 말까지 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을 보고 있자면 이제 남편을 이상형라고 생각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차라리 결혼하지 말 걸 그랬다.

장모님과 결혼하는 것 같은 예비남편 이야기

주환(가명) 씨는 꿈이 한 가지 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자신은 아들 같은 사위가 되고, 어머니에게 딸 같은 며느리를 선물해주는 것이었다. 오래전 이혼해서 평생 아들 둘 뒷바라지에 손에 물마를 날 없던 어머니께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효도하고 싶었다.

여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여자친구 가족은 정말 사이가 좋았다. 특히 여자친구는 예비 장모님과 찰떡궁합이었다. 자매처럼 사이좋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머니에게도 살갑게 잘할 거라고 확신했다.

프러포즈를 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도, 웨딩촬영을 할 때도,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도 예비 장모님을 꼭 모시고 나왔다. 좀 불편하긴 했지만 거기까지는 워낙 딸 결혼에 관심이 많다고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뭐든지 예비 장모님이 자신의 결정대로 따르길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여자친구는 예비 장모님의 선택을 늘 군말 없이 따랐다. 결국 결혼식장, 신혼여행지, 예물이 모두 예비 장모님의 입맛대로 결정됐다. 여자친구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줄기차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가 서운하시니까 이해해 달라.”는 거였다.

마침내 신혼집 준비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 예비 장모님은 어느 날 주환 씨를 낯선 부동산으로 불렀다. 좋은 전셋집을 골랐으니 내일까지 계약금을 가져와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집을 계약하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대충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환 씨는 여자친구에게 전화해 몇 번을 삼키고 삼키던 말을 했다. “우리 여기서 그만하자. 나 이 결혼 안 한다.” 여자친구는 펄쩍 뛰었지만 주환 씨는 확고했다. 이혼보다 파혼이 낫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결혼에 대한 미혼과 기혼의 동상이몽

배우자가 죽도록 좋아서 결혼했지만 막상 결혼해서 몇 년 살면 결혼에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는 순간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미혼일 때 흔히 하는 실수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장점이 단점으로 둔갑할 줄 몰랐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일생을 함께할 사람이니 그 사람과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해 봐야 한다. 이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사랑의 콩깍지’다. 콩깍지가 콩깍지인 걸 모르는 게 가장 문제다.

입이 무겁고 말이 없으면 믿음직해 보인다. 심심하지 않게 조잘조잘 말이 많으면 아이같이 귀엽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면 좋은 사람이 확실한 것 같다. 부모님과 친해 보이면 우리 부모님에게도 잘할 것 같다.

결혼하면 이런 장점이 대부분 치명적인 단점으로 바뀐다. 말이 적으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사는 것 같고, 말하는 게 귀여웠던 사람은 연신 잔소리 폭탄을 쏟아내고, 남에게만 친절한 배우자를 보면 화가 치솟고, 부모님과 친하다 못해 둘이 아닌 넷이 결혼해서 사는 것 같은 반전이 벌어진다.

밝은희망부부클리닉 청담점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미혼일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던 점이 결혼 생활 내내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둘째, 나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나와 반대인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콩깍지의 일종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 같고, 상대의 비어있는 부분을 내가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완벽한 한 쌍을 꿈꾼다. 꿈은 꿈으로 끝나기 쉽다. 나와 반대되는 점과 다른 점이 바로 ‘성격 차이’로 둔갑해 불화의 씨앗이 된다.

셋째, 결혼하면 상대가 달라질 줄 알았다!

미혼일 때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지금은 좀 부족해도 결혼하면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연애할 때는 바람을 피웠더라도 결혼하면 마음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애할 때는 이기적이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가정에 헌신하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두 번째 착각이 시작된다. 내가 바뀌길 바라면 배우자가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잔소리, 참견, 회유, 협박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바뀌기를 강요한다.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부부상담을 하러 온 많은 사람이 배우자가 문제니까 배우자를 바꿀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며 “안타깝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아무리 배우자에게 맞춰보려고 해도 배우자의 마음에 꼭 맞게 맞출 수 없다. 배우자도 그렇다. 더구나 상대를 바꾸려고 할수록 상대는 변하지 않는다. 서로 분노만 생기고 부부관계만 악화되는 것이다.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부부관계의 문제는 배우자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닌 관계 방식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부부가 맺어왔던 관계 방식이 화근이다. 도망가는 사람은 쫓아오니까 도망가는 것이고 쫓는 사람은 도망가니까 쫓는 식이다. 어느 한쪽이 도망가거나 쫓는 것을 멈추면 된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신기하게도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환상 속 그대가 아닌 현실 속 동반자로~ 행복한 결혼의 조건

1. 상대의 조건보다 나의 조건을 본다.

흔히 결혼할 때 외모, 능력, 경제력, 성격, 나이 등을 따진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조건도 내건다. 그런데 많은 미혼자가 상대방은 이것저것 따지고 알아보면서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나를 부족한 존재라 여기며 미워하거나 질책만 하고 있지 않은지,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를 하찮고 막 대하는 사람은 상대방도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다. 나와도 잘 못 지내는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가수 이효리는 방송에 나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니까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상대방의 조건을 따지기 전에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행복한 결혼은 반쪽과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하나와 온전한 하나가 만나 둘의 교집합을 늘려가는 것이다.

2. 나와 다른 배우자를 존중한다.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배우자는 나와는 다른 존재다. 일심동체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이다. 부부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세상 누구보다 편한 내 편이 생긴다.

3. 서로의 눈을 보고 경청한다.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상담할 때 부부가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도록 하면 금방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것이 바로 부부가 연결되는 감동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눈을 자주 바라보면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

눈을 바라보는 연습과 함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연습을 한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랬구나~”라고 말하면 된다. 평소에 상대의 말에 맞장구치지 않았다면 어색하고 민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이전보다 더 공감과 소통이 잘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결혼 필수 조건, 좋은 관계

우리는 결혼을 결정할 때 직업, 외모, 경제력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크다. 또 결혼 준비라고 하면 집, 결혼식장, 예물, 신혼여행 등만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는 한집에서 사는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사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나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음 조건을 갖췄는지 살피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도 결혼 준비에 꼭 포함해야 한다.

《TIP. 남편 혹은 아내가 결혼을 후회할 때》

외도, 폭력, 도박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남편과 아내는 주로 이럴 때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남편이 결혼을 후회할 때

● 아내가 열심히 살아온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 집에 와도 외로울 때

● 아내가 나를 무시하고 우습게 알 때

● 아내가 대화는 안 하고 잔소리만 할 때

아내가 결혼을 후회할 때

●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때

● 남편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 남편이 날 이해하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줄 때

● 남편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박영현 부부상담사는 국제공인 이마고(Imago)부부치료사다. 밝은희망 부부클리닉 청담점에서 예비/신혼부부 대화문제, 성격차이 갈등, 이혼위기 등을 전문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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