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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의 장수학시리즈] 겨울은 약간 춥게~ 여름은 약간 덥게~ 거꾸로 체온법

2019년 03월호 104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체온은 몸속 신진대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신진대사가 흐트러지면 우리 몸의 면역력, 호르몬 생산, 세포 활력, 체중 조절, 소화 기능 등 모든 부분이 영향을 받는다. 현대인이 향유하는 에어컨, 난방기, 자동차, 컴퓨터, TV 등 모든 문명의 이기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체리듬을 흔드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끼고 살고, 겨울철에는 실내의 난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우리 몸은 난초화되기 십상이다. 난초병(蘭草病)은 ‘온실의 난초’처럼 변화와 고난을 꺼리고 몸을 쓰는 것을 기피하는 현대병이다.

이런 난초화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체온 부조화다. 지구의 기온과 어울리지 않는 체온으로 살다 보니 우리 몸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불균형 되기 십상이다.

특히 이런 부조화가 극명히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비만이다. 지구의 기온과 어울리는 방향으로 살지 않는 것이 비만을 일으키고 악화시킨다. 지구의 기온과 어울리는 쪽으로 살면서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비법을 소개한다.

겨울철에는 조금 추워야 살이 찌지 않는 이유

흔히 겨울철은 살이 찌기 쉬운 계절이라고 한다. 추우니 움츠러들어 운동도 하지 않고 활동량도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살이 금세금세 찌는 느낌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겨울철은 다이어트하기 좋은 계절이다. 바로 추위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우군이기 때문이다. 바로 추위에 반응해서 활성화되는 갈색지방의 존재 때문이다.

추운 곳에 가면 몸이 저절로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몸의 보상반응이다. 이 떨리는 현상은 반대로 생각하면 내 몸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과정이다. 겨울의 찬 공기는 몸에 열을 왕성하게 발산하는 갈색지방(brown fat)의 생성을 촉진한다.

지방에는 흰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 갈색지방이 있다.

▶흰색지방은 우리가 흔히 지방이라 말하는 그 지방이다.

▶베이지색지방도 우리 몸에 존재한다. 평소에는 일반 지방처럼 에너지를 축적해 배, 허벅지, 팔뚝 등에 쌓여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과 만나면 에너지를 연소하면서 열을 낸다. 또한 에너지를 소모시켜 비만을 예방하는 ‘갈색지방’을 활성화하는 작용도 한다.

▶갈색지방은 흰색지방처럼 에너지를 생성하기보다는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하고 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갈색지방은 직접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신생아나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많다. 원래 갈색지방은 신생아에게 있다가 어른이 된 후에는 소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른의 지방 경계 부분과 흰색지방세포에도 흩어져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들은 총 지방의 1/3 정도가 갈색지방인데 성인이 되면서 1/10로 줄어든다.

갈색지방이 다이어트에 효율적인 이유는 그 색깔에 있다. 갈색지방에는 철 함유량이 높은 갈색미토콘드리아가 다량 들어 있어서 갈색으로 보이며, 갈색 지방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ATP 생성 과정 없이 열을 발생시킨다.

갈색지방은 신체 중에서도 목, 겨드랑이 아래, 등 밑 부분, 신장 주변에 많다. 겨울마다 살이 쪄서 걱정이라면 바깥으로 나가 추위에 노출되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되어 다이어트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찬 공기를 쐬면 열을 발생하기 위해 갈색지방은 스스로 연소하며, 갈색지방 1g당 최대 6,000kcal를 소모한다. 근육이 1g당 13kcal 정도를 소모하는 데 반해, 갈색지방은 최대로 활성화되면 근육의 약 460배에 해당하는 칼로리를 소모한다.

물론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영하의 날씨 속에서 추운 채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갈색지방은 16~17도의 서늘한 온도에서도 활성화되므로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게 지내거나 외출 시 5~10분 정도 목도리를 풀었다 다시 하는 걸 반복하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의 혈관질환이나 뇌·심혈관질환이 있다면 급작스럽게 바뀌는 온도의 변화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밖에 나갈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혈관 건강이 나쁘면 밖에 나갈 때 반드시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목도리도 하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분들의 경우 지나치게 춥지 않은 집안에서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하루 중 가장 따뜻한 12시~2시 사이에 잠시 창을 열고 10~20분 정도 환기를 시키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

수면 온도를 서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침실 온도를 거실에 비해 살짝 낮은 19도 정도에 맞춰 잠을 자기만 해도 갈색지방이 늘어난다. 실제로 호주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침실 온도를 달리해 4달간 추적 연구한 결과 19도에서 잠을 잤을 때 갈색지방의 양이 27도에서 잤을 때보다 30~40% 늘어났다.

<체온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생활습관>

● 근육운동과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다.

●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한다.

● 과식을 자주한다.

● 몸을 차게 하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

●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 화학약품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즐겨먹는다.

● 가볍게 샤워만 할 뿐 입욕하지 않는다.

● 겨울을 제외하곤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한다.

여름철은 조금 더워야 살이 잘 빠지는 이유

여름철에 살이 찌는 이유는 더워서 활동량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너무 차갑게 지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냉방환경은 비만을 만든다. 냉방환경으로 많이 생기는 냉방증은 몸의 신진대사활동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냉방증은 고온과 저온환경이 교대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내 몸의 자율신경계 변조현상이다. 냉방증이 심해져 냉방병이 되면 두통, 식욕부진, 코막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에 위장장애, 현기증이 동반되며, 드물지 않게 관절통, 월경통 등의 증상까지 동반된다.

냉방병은 현대인이 자초한 일종의 ‘문명병’이다. 현대문명은 갈수록 사람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전에는 스스로 알아서 잘 적응하고 해결하던 일들을 지금은 기계들이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자동차, 인터넷, 에어컨 등은 모두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고도 환경을 사람에게 맞춰주는 기계들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을 지배하고 환경에 맞춰 내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냉방증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떨어지면 지방을 연소하는 기능 또한 감소한다.

다이어트의 적인 냉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체온을 낮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1일 평균체온을 측정하는 오전 10시에 체온을 측정하여 36.5도 미만이면 냉증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체온을 올리는 식재료로 과일, 견과류, 마늘, 파, 찹쌀, 갈치, 새우, 식초 등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채소와 과일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우리 입맛에 달고 연한 음식보다는 쓰고 질기고 신맛의 음식이 체온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37도는 건강을 위해 이상적인 체온으로 이 온도에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분의 체내 흡수를 돕는 소화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체온의 높고 낮음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목욕이나 반신욕이다. 목욕탕 물은 38~41도면 미지근하게 느끼고, 41도 이상이면 뜨겁게 느낀다. 미지근한 물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38~41도의 미지근한 물은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심박동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내장기능을 촉진하며 근육의 이완과 휴식을 유발시킨다.

<여름철 적정체온을 유지하는 온난생활법>

1. 에어콘 가동 중에는 긴 옷이나 스타킹을 착용해 보온에 유의한다. 몸에 한기를 느낄 때는 긴 소매남방이나 카디건을 준비해두었다가 걸친다.

2. 실내외 온도차를 5℃ 이상 낮추지 않고 평균 실내온도를 25℃ 정도로 유지한다.

3. 2시간에 5분씩은 창문을 열거나 환기를 시킨다.

4. 에어컨으로부터 나오는 찬 공기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냉방 실내에서 장시간 근무를 할 경우에는 몸을 자주 움직인다.

5. 아무리 덥더라도 평소의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수면을 유지한다.

6. 여름철은 탈수가 많다. 탈수는 냉방병의 가장 좋은 조건이다. 평소보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 하루 3리터 정도를 권장한다. 여름철에 긴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수분섭취량은 더 올라간다.

7. 몸이 차갑다고 느끼면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가 도움이 된다.

여름철이 되면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게 되는데 이것 역시 체온을 떨어뜨린다. 식사 거르기, 들쭉날쭉 식사량, 대중없는 식사 시간, 일정치 않고 길고 짧은 것을 반복하는 식사 시간 등은 모두 체온을 낮춘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음식을 기다리며 일종의 동면 상태에 빠진다. 축적 모드로 바뀐 몸은 들어온 칼로리를 적절하게 분해하고 대사하기보다는 몸속에 지방으로 쌓으려는 경향성이 높아진다.

저체온을 극복하려면 식사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알맹이 식사가 그것이다. 전에 먹던 빈껍데기 음식을 속이 꽉 찬 알맹이 식품으로 바꿔 식탁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불어 체온을 높이는 식재료와 음식을 골라 밥상에 올려야 한다. 체온을 높이는 음식으로는 채소와 같은 질긴 섬유질 음식이나 고추, 양파 같은 맵거나 쓴맛의 음식들이 있다. 섬유질 음식은 섭취 과정에서 꼭꼭 씹기를 유도하므로 그 자체로 좋은 열량 소모 음식이다. 특히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체지방을 태우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절한 체온 유지에 효과가 있다.

체온을 높이는 식사법 6가지

첫째, 세끼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으로, 거르지 않고 먹도록 노력하라. 식사를 거르거나 양이 일정치 않으면 우리 몸은 생존 본능에 따라 축적 경향을 강화시키고 기초대사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몸을 변화시킨다. 즉 안 먹으면 다음에도 안 먹을 것을 대비하여 몸은 축적 효율을 높인다.

둘째, 알맹이 음식을 먹어라. 알맹이 음식은 영양면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6:2:2로 균형을 이루고, 하루 30g 이상의 섬유질과 1g 이상의 칼슘, 그리고 필수 비타민과 미량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더불어 소금의 양은 5g 이하여야 한다. 또 가급적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 ‘로컬 푸드’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고향 식재료 먹기 지수’다)가 크지 않은 토종음식이면 더 좋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이 우리 한식이다.

한식은 세계적인 균형식의 반열에 들어 있다. 하지만 한식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장이나 절임 음식이 많아 자칫 소금 섭취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금 간만 적정한 선에서 유지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굳이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째, 섬유질을 먼저,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라. 섬유질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이자 꼭꼭 씹기의 선생님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해 먼저 먹으면 포만감을 채우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

넷째,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라. 적당한 수분 함유는 기초대사량의 상향조정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

다섯째, 꼭꼭 씹어 먹어라. 씹기 행위는 그 자체로 기초대사량을 올려준다.

여섯째, 식사 시간에 다소 매운 고추 한두 개씩을 날로 먹어라. 기초대사량을 높여주는 착하디착한 채소다.

체온을 올리는 음식물 섭취와 하루 한 번 미지근한 온수에서의 목욕, 그리고 조금 더 춥게 혹은 덥게 사는 것이야말로 겨울, 여름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박민수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 소장, 대한비만체형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각교정 다이어트>, <내몸경영>, <건강경영>,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 <31일 락다이어트습관>, <10년 젊게 10년 더 사는 지금 10분의 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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