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잠을 자는 밤 동안 우리 세포는 재생되고, 낮 동안에 쌓인 피로물질들은 제거되며, 호르몬은 다시 일할 휴식시간을 얻는다. 그러기에 하루 일과 중 가장 긴 시간이 잠에 할애되어 있는 것이다. 잠을 어떻게 자느냐에 따라 우리의 건강과 노화가 선택되는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두 가지 호르몬이 잠을 자는 동안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하면 체온저하, 신체 에너지의 소모 등을 야기하여 피곤, 집중력장애, 지남력장애, 행동장애는 물론 여러 정신장애까지 일으킨다. 더 나아가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높이고 사망률도 증가시키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양질의 잠을 자는 것이다. 그래야 밤에 분비되는 호르몬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세포재생호르몬·회춘호르몬 성장호르몬 술술 분비되게~
잠 자는 동안 분비되어 우리 몸의 세포 재생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진 호르몬이 바로 성장호르몬이다. 갱년기 시절을 지나면서 개인차가 가장 두드러지고 생체기능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호르몬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등의 성호르몬과 더불어 바로 성장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의 경우 사춘기에 가장 많이 분비되다가 20대 이후에 매 10년마다 14.4%씩 감소하여 60대가 되면 20대의 50% 이하로, 70대가 되면 20% 이하로 감소한다. 성장호르몬은 평생 분비되며, 개인에 따라 줄어드는 속도 차이가 크다. 성장호르몬이 줄어들면 빨리 늙고 성장호르몬을 제대로 유지하면 젊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의 중요한 작용 6가지
성장호르몬(회춘호르몬)의 효능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노화방지 효과로 피부를 젊게 하고 신체를 강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2. 세포재생에 관여해 신체 활력과 기능을 강화시킨다.
3. 뇌기능을 재생시켜 기억력 감퇴를 막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4. 성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켜 성기능 재생과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5. 신체 재생에 관여해 근육과 관절이 강해지고 지방이 줄어들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6. 피부 재생을 촉진시켜 피부가 탱탱해지고 젊어진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좌우하는 것들
첫째, 성장호르몬은 잠의 깊이와 관계가 깊다. 즉 제대로 된 깊은 잠의 유지시간이 있어야 성장호르몬이 건강하게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대부분 밤, 특히 수면 중에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면의 질과 양이 부족할 경우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을 잘 못 자게 만드는 불면증, 코골이 등이 모두 생체나이를 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하루 5시간 이하로 잠을 잔 사람들이나 수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충분한 잠을 잔 사람들에 비해 보통 파동성으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최대 분비 시기가 생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수면의 양보다는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열 시간을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것보다 한 시간을 자더라도 제대로 자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졸릴 때 자는 것’과 ‘낮에 졸거나 자지 않기’이다.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고, 1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주저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 좋은 잠을 자기 위한 습관이다.
배가 많이 고프면 잠이 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기 전에 복합당질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나나는 복합당질과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므로 저녁 식사 후에 먹을 수 있는 좋은 수면유도음식이다.
하지만 과식과 음주는 절대 피해야 한다. 지나친 세포건조는 숙면을 방해하므로 낮에 충분한 물을 마시고, 잠들기 직전에는 목만 축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과식을 하게 되면 섭취한 고열량·고지방식사를 소화시키고 체내의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이 빨리 소모되므로 절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잠들기 전에 야식은 절대 금물이다.
둘째, 성장호르몬을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은 지나친 육식 기피이다. 육식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단백질이 부족하면 호르몬의 재료가 결핍된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한 이유이다.
셋째, 호르몬을 노화시키고 소모시키는 활성산소를 줄여야 한다. 활성산소는 단백질과 지질 결합력을 약하게 하며 과산화지질 대사량을 떨어뜨려 혈관 내에 과산화지질이 쌓이도록 하며 호르몬을 빨리 소진시킨다.
활성산소를 잡는 항산화 물질로는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빌리루빈, 멜라토닌 등이 있으며, 체내 항산화 효소는 2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므로 30대부터는 항산화 물질을 외부로부터 섭취해 줘야 한다. 항산화 물질과 성장호르몬 생성의 재료가 풍부한 성장호르몬 생성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노화를 막고 활력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성장호르몬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현미, 통밀, 보리, 수수, 밤, 은행, 브로콜리 새싹, 보리 새싹, 순무 새싹, 콩류(두부), 생선(멸치·정어리·뱅어포·참치·고등어·명태·청어), 고기(닭고기·살코기·쇠고기), 달걀, 조개류(굴·소라), 견과류(호두·잣·아몬드·땅콩), 깨, 시금치와 당근, 호박,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콩나물, 양배추, 해조류(김·미역·다시마 등) 등이 있다.
2. 혈관청소호르몬 멜라토닌 술술 분비되게~
멜라토닌은 천연수면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밤에 제대로 된 잠을 잘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즉 멜라토닌이 수면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수면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이러한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멜라토닌의 분비조건은 밤다운 밤, 즉 어둠이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을 받아서 송과선에서 생성되기 시작하다가 어두워야 밤으로 인지하고 분비가 시작된다.
둘째, 멜라토닌은 잠들기 두 시간 전쯤 분비되기 시작하다가 잠이 들면 보통 자정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분비된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멜라토닌은 빛이 완벽히 차단되고 깊은 잠을 잘 때 최고조로 분비된다. 따라서 밤에 잠을 잘 때는 소음과 조명을 완벽히 제거해야 한다.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거나 TV를 켜놓고 자는 것이야말로 빨리 늙는 지름길이다. 전자기기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송과선의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항산화 능력까지 뛰어난 멜라토닌
멜라토닌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특성 중의 하나는 바로 항산화 능력이다. 멜라토닌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나 수험공부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에게도 필수적인 호르몬인데 바로 멜라토닌의 특별한 항산화 능력 때문이다.
항산화 능력은 세포를 산화시키고 공격하는 활성산소가 다른 세포에 가서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항산화 능력이 떨어지면 각종 바이러스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각종 혈관과 세포의 노화도 촉진된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비타민 C, 비타민 E보다 더 강력한 항산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항산화 활성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진 비타민 E보다 두 배나 높은 활성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마리퀴리연구소에서 쥐에 멜라토닌을 주사하였더니 노화가 지연되고 노화와 연관된 100개의 유전자를 조절시켜 젊음을 유지하는 작용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으로 섭취하는 항산화제에 비해 멜라토닌은 호르몬이므로 세포막 통과가 쉽고, 뇌세포와 혈관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신경세포의 보호 효과가 탁월하다.
멜라토닌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아이들에게 잦은 바이러스 감염을 줄여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스위스의 한 연구진이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 두었다. 한 집단은 멜라토닌을 투여하고, 한 집단은 관찰하였다. 멜라토닌 주사를 맞지 않은 쥐 집단은 92%가 사망하였으며, 멜라토닌을 주사 맞은 쥐 집단은 16%만 사망하고 84%는 생존하였다. 멜라토닌이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생존율을 5배가량 높인 것이다.
바나나와 파래에 많이 들어있는 트립토판이라고 하는 물질은 체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활성화시켜서 신경을 안정시키고 수면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파래는 트립토판 성분을 100g당 250mg 이상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다. 바나나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 참고하자.
박민수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 소장, 대한비만체형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각교정 다이어트> <내몸경영> <건강경영>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 <31일 락다이어트습관> <10년 젊게 10년 더 사는 지금 10분의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