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 기억을 잃은 여자. 그리고 그녀를 다시 사랑하는 남편.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고? 진짜 드라마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주인공 이야기다.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에 몰입한 시청자가 많은 것은 한편으로는 이런 사랑이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니까. 한참 권태기앓이 중인 부부들은 이 기회에 힘을 내보자. 증오도 사랑으로 바뀌는데 그깟 권태기에서 쩔쩔 맬 필요가 있을까? 시들시들 사랑을 활활 타오르는 사랑으로 바꿀 노하우를 소개한다.
CASE 1. ?매일 밤거리를 방황하는 남편이야기
회사원 황진성(가명, 42세) 씨는 퇴근 시간이 두렵다. 집에 가기 싫은데 이제 더 이상 만나자고 할 사람도 없다. 동료들이 ‘집돌이’라고 놀렸던 황 씨가 집에 가기 싫은 이유는 아내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보고 있자면 짜증만 나는 아내 때문이다. 아내가 말을 시키면 더 싫어지니까 아예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
금실 좋던 두 사람이 이런 사이가 된 것은 그날 이후부터다. 지난여름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등산을 갔을 때였다. 우연히 아내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아내가 큰 소리로 자신의 흉을 보고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이야기라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아내는 한창 신이 나서 황 씨가 한때 발기부전이 있었다는 소리까지 떠들고 있었다. 그동안 쌓았던 정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친구 아내들에게 얼굴조차 들 수 없었다.
그 뒤부터는 아내가 불만만 이야기하면 짜증이 솟구친다. 삐쭉거리는 입도, 얌전한 말투도 다 싫다. 아내가 해주는 밥도 맛없고, 버릇없는 아들만 끼고 도는 모습도 한심하다.
이혼은 하기 싫지만 아내를 매일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에 가기 싫은 황 씨는 결국 일주일에 2번씩 평일 저녁에 모여 운동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2곳에 가입했다. 황 씨는 당분간 골치 아픈 아내 일은 잊고 운동에 빠져 살 생각이다.
CASE 2. 남편과 각방 쓰고 싶은 아내이야기
의류매장을 하는 이은숙(가명, 39세) 씨는 최근 안방에 있던 퀸 사이즈 침대를 싱글 사이즈 침대 2개로 바꿨다.
남편에게는 편하게 자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했지만 사실 남편과 같이 자기 싫어서 거금을 들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요즘 남편의 외모가 자꾸 거슬린다. 결혼 전에 탄탄했던 복근은 이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데이트할 때는 옷도 잘 차려입고 나오더니 이제는 우중충한 등산복 티셔츠 한 벌이 출근복 겸 체육복 겸 잠옷이다. 남편 직장 동료나 동네 사람들에게 창피해 죽겠다. 변변한 옷을 사러 나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안 간 지가 벌써 몇 달째다.
그중 제일 싫은 것은 늘어진 뱃살이 더 돋보이게 소파 위에 옆으로 누워 TV를 보며 바보처럼 웃는 모습이다. 동갑내기지만 50대라고 해도 믿을 남편의 푹 퍼진 모습에 한숨이 푹푹 나온다. 눈치 없이 남편은 방금 밥을 먹었으면서 또 부엌에 빵이 없느냐고 묻는다.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은 이때 쓰라고 있나 보다.
사춘기만큼 어려운 권태기
부부가 살다 보면 권태기가 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권태기와 맞닥뜨리면 쉽사리 적응이 안 된다. 일단 처음 겪는 일이라 극복해본 경험이 없다. 권태기가 오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기에 정해진 답도 없다. 권태기의 심각성을 느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권태기는 서로 노력해 빨리 극복해야 한다.”며 “감기를 방치하면 폐렴이 되듯 권태기 역시 방치하면 악화만 된다.”고 말한다.
권태기 때문에 대화가 줄면 오해가 생긴다. 오해는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도 늘게 한다. 배우자도 이런 표현에 부정적 반응을 하면서 다툼이 일어나 서로 상처만 입기 쉽다.
김미영 소장은 “권태기의 특징이 말을 하면 상처만 입으니까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으려고 피하게 되는데 이러면 부부의 애착이 약해지고 갈수록 어색해지는 악순환만 생길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럼 어떤 부부가 권태기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다음의 4가지 변화가 일반적이다.
첫째, 의사소통의 변화다. 대화가 줄어들고 말이 짧아진다. 대화가 아닌 불평이 늘어나고 부정적인 언어 사용이 늘어난다.
둘째, 역할 변화다.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해지고 각자 자기 일에 많은 시간을 쓴다.
셋째, 감정과 성관계의 변화다. 웃음이 줄고 쉽게 짜증 낸다. 무관심하며 스킨십과 성관계가 줄어들거나 성관계를 거부한다.
넷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다. 같이 잠자리에 들지 않고 같이 식사하지 않는다.
배우자를 다시 반하게 하는?5가지 필살기는 바로 ‘이것’?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이유 없는 권태기도 없다. 우리 부부가 권태기가 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배우자를 다시 반하게 할 방법을 찾아보자.
1 사랑을 리부트하라!
요즘 유행하는 문화 트렌드는 단연 리부트(Reboot)다. 원래 컴퓨터를 다시 켜는 것을 말하는 용어지만 지금은 익숙한 것을 새로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누구나 아는 이순신 장군을 재해석해 히트 친 영화 <명량>, 90년대를 주름잡던 음악으로 많은 이를 열광시킨 무한도전 <토토가> 등이다.
지루한 부부생활이 가져온 권태기라면 이런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보자. 리부트가 부부의 권태기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함께 들었던 음악도 다시 듣고, 함께 갔던 맛집도 가보자. 검증된 추억이라 실망할 가능성이 적고, 좋았던 때와 지금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2 겉과 속을 가꾸는 노력이 매력을 만든다!
여자로서의 매력,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어진 배우자 때문에 권태기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 애착이 잘 형성됐다면 매력이 없어졌다고 해서 크게 갈등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얼굴이고, 몸매고, 옷이다.
부부라도 냄새나는 몸, 부스스한 머리, 상황과 맞지 않는 옷차림이 좋아 보이기는 어렵다. 김미영 소장은 “전혀 멋을 부리지 않는 아내에게 성적 매력이 없다고 호소하는 남편이 적지 않다.”고 밝힌다. 센스 있는 옷차림이나 동작, 부드러운 말투 등은 잊고 있던 매력을 끄집어 낼 수 있다.
김미영 소장은 “외면도 잘 가꾸어야 하지만 내면도 잘 가꾸는 것은 평생 변함없이 좋은 향기를 내는 것과 같아 권태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3 거리를 좁혀라!
섹스리스나 성문제 때문에 권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 일단 몸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려고 노력해보자.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가까워진다.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자. 자녀와 같이 잔다면 앞으로는 자녀와 떨어져 자는 것을 계획하고 자녀를 설득한다.
마음이 가까워져도 몸이 저절로 가까워진다. 성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본다. 예민한 성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노력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배우자는 고마워할 것이다.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김미영 소장은 “데스몬드 모리스라는 동물행동학자도 ‘접촉이란 인간이란 동물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라고 말했다.”며 “접촉은 정서적인 안정과 애정을 전달하는 좋은 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4 돈 문제에 솔직해지자!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사이가 벌어져 회복하지 못한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에게 내 돈, 네 돈이라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김미영 소장은 “부부의 재산은 공동 소유라는 인식을 가지고 서로 알권리와 의무를 존중하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벌이 가정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오면 맞벌이로 협력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경제적인 어려움이 배우자 때문이라고는 원망하지 말자.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받아들이고 극복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배우자 몰래 본가에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자기의 수입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좋았던 사이도 틀어질 수 있다. 본가는 배우자의 동의가 있을 때 도와주고, 수입도 공개하자.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먼저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노력할 점은 공유하자. 부부가 함께 힘을 합치면 경제 사정도 좋아지고, 경제 사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부 사이도 끈끈해질 수 있다.
5 호감과 존중을 입에 달고 살자!
싸움 때문에 권태기가 왔다면 부부가 그 상처를 오랫동안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도 배우자를 다시 사랑스럽게 만드는 상처 치료법이 있다.
싸우면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김미영 소장은 “사건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은 지시나 강요가 아닌 부탁을 해야 한다. 상대방 집안의 허물을 들추지 말고 약점도 건드리지 않는다. 단점보다 장점을 말하고 불평보다 감사의 말을 한다. 장점을 많이 듣다 보면 단점도 고치고 싶은 의지가 불끈 솟게 된다.
호감 가는 말과 존중하고 있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는 것도 좋다. 이러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대화를 할 때는 공감하고 주의 깊게 듣고,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곧 배우자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