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명선 기자】
“내 몸에 꼭 맞는 음식조절로 당뇨 고통서 벗어났어요”
‘당뇨’라는 병에서 탈출하기 위해 20년간 할 수 있는 노력들이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내로라 하는 모든 좋은 약, 운동, 식사 등 그야말로 백방의 백약(百藥)을 다 써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병마를 물리치는 방법은 예상 외로 그의 가까이 있었다. 20년간의 당뇨병과 악전고투해온 박종구 씨의 투병기! 지금부터 들어보자.
올해로 66세가 된 박종구 씨는 23년 전 처음 당뇨를 발견하였다. 당뇨 발견 초기에는 당뇨의 심각성이 크게 실감이 되지 않았고, 별다른 증상도 없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남들 다 그러하듯이 삶이 바쁘고 고단해 미처 건강을 돌보지 못했단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당뇨는 어떤 변명도 용서해주지 않는 비정한 병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심하게 말랐습니다.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의 지시만 잘 따르면 금방 나을 것 같아서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담배도 일언지하에 딱 끊었고 술자리, 회식자리는 가능한 자제하고 피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무슨 조화인지 상태가 호전될 기미는 안 보이고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약물 복용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먹는 알약의 약효가 떨어져 결국 5~6년 전부터는 인슐린 주사 투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슐린 주사에 의한 혈당조절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뜻밖에도 한쪽 눈에 합병증 증세가 동반된 것이었다. 게다가 자주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 이중고의 고통이 이어졌다.
” 삶의 의욕도 저하되고 하루하루가 근심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 건강을 늘 걱정해주는 고마운 지인의 덕분으로 섭생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난 6월의 일이었다. 20년 동안 당뇨병과 맞서 싸워오던 박종구 씨는 이때부터 섭생치료라는 새로운 치료기법에 희망을 걸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를 알아야 살 수 있다
사실 당뇨를 걱정하며, 병을 이기려고 노력하면서도 섭생만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당뇨가 워낙 심하니 미처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야채나 녹즙이 좋다 하니 야채즙을 많이 먹으려 했다. 그래서 당근을 즙으로 갈아 꾸준히 마셨으나, 체질을 검사한 결과 박종구 씨에게는 당근이 몸에 맞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깜짝 놀랐습니다. 야채라면 모두 다 좋은 줄 알았는데 저에게는 고추, 당근, 양파, 미나리와 같은 야채는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식이조절을 시작했습니다.”
크게 기대되는 바는 아니었지만, 양약이나 주사처방을 20년 동안이나 해왔는데, 이 정도는 못할 것도 없다는 마음에서였다.
체질을 알고 식단을 짜자
당뇨병은 병의 특성상 ?치료’한다는 말보다는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일생동안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적정 식사와 운동은 필수적인 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처음 식이조절을 하기 전, 박종구 씨의 인슐린 주사 단위는 32단위로 최고 수치에 가까웠고, 당뇨수치가 300이 넘는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박종구 씨는 식이조절에 들어갔다. 우선은 자신의 체질에 좋다는 잡곡밥을 주식으로 하고 녹즙과 달인 물을 복용함으로써 피를 맑게 하는 데 주력했다.
” 모든 식사, 즉 하루 섭취량은 채소와 해조류가 40%, 잡곡밥이 30%, 어육류를 10%로 제한하는 것을 기본 사항으로 했습니다. 케일과 시금치를 50:50으로 해서 녹즙을 만들어 먹고, 더덕, 결명자, 맥아에 15배의 물을 붓고 한소끔 팔팔 끓여 약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오게끔 한 뒤 그 물을 적당량 덥혀 먹었습니다.”
솔직히 녹즙이나 달인 물을 해 먹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식이조절을 시작하자 점차 혈당 수치가 낮아지고, 인슐린 투여량이 줄어들면서 그러한 번거로움을 싹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평소 즐기던 자전거 하이킹, 골프, 등산은 물론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체조로는 ’모관운동’ 을 즐겼다.
” 다리와 팔을 90°로 곧게 들어올린 상태에서 힘을 빼고 가볍게 털어주는 겁니다. 이 운동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그렇게 운동요법, 식이조절을 시작한지 한 달쯤 되자 인슐린 주사단위가 16까지 낮아졌고, 혈당수치는 130까지 내려가는 등 정상인의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방심은 금물, 꾸준해야 성과 본다
웃음이 절로 나오고, 주위 사람들도 모두 혈색이 좋아졌다며 반색을 했다.
단박에 몸 상태가 좋아졌다. 밤마다 잦은 배뇨로 몇 번씩 잠을 깨 설쳐야 하는 일도 없어졌고, 아침이면 퉁퉁 부어있는 발을 볼일도 없었다.
친구들과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워, 신바람이 절로 나는 생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서 모임이 있어 ’개고기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 박종구 씨의 혈당은 232까지 치솟았다.
”아차 싶었습니다. 처음엔 고기를 못 먹으니 영 기운이 없고, 야채가 주가 되는 식사를 하다보니 철분이나 기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 영양가 많은 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이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그는 새롭게 그의 금기식품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것들이 왜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육류에 있는 단백질은 독성이 강하고, 몸 속에 노폐물을 많이 생기게 해 몸을 산성화시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번 산성화 된 몸은 자연 치유력이 떨어져 결국 저와 같이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점점 회복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더군요”
그가 꾸준히 먹는 녹즙도 산성화 된 몸을 알카리성으로 바꿔주기 위해 먹는다는 사실도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나를 믿고 내 몸을 믿어라
인슐린의 탄력성이 생기게 된 것은 식이조절을 시작한지 4개월째 되는 날로 최근 접어들어서의 일이다. 녹즙 만들기의 수고로움과 규칙적인 생활은 고되긴 했지만, 병으로 고생하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박종구 씨는 말한다.
“팥과 검정콩, 메밀과 녹두는 좋지만 옥수수와 찹쌀은 나쁘다는 것, 포도와 바나나는 좋지만 파인애플과 복숭아는 나쁘다는 사실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고, 인슐린을 담당하는 췌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의 몸은 우리가 늘 접하는 음식과 조리 방법으로 자연 치유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사람의 몸은 오묘하고, 조화로와 그 자체가 우주요, 자연인지라 몸에서 원하는 것이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그에 맞는 방법을 택해 치유한다면 병원 문턱은 더 이상 밟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금의 그의 생각이다.
이제 인슐린 주사투여는 완전히 끊은 상태이고, 혈당도 130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수치를 보이는 그의 생활은 더 없이 건강해 보이고, 활력으로 넘쳐 있었다.
20년간의 끈질긴 투병으로 이제 건강한 삶을 찾은 그의 집념과 투지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