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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기의 이달의 특선] 언제나 사랑받는 ‘아내의 조건’

2007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산책호

【건강다이제스트 | 최형기】

Y씨가 병원을 찾아왔을 땐 42세였다. 결혼 13년째였던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이랬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정말이지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둘러 볼만 하니까 엉뚱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내와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워낙 바빠 그쪽으로 통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싶어 그냥 넘겼지요. 다음 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다른 여자하고는 된다는 겁니다.’ 아내와 제대로 관계를 가질 수 없어 답답했던 Y씨는 자기한테 문제가 생겼나 싶어 실험정신으로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Y씨의 경우는 기질성은 아니었고, 심인성에 가까웠다. 아내와는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여자와는 가능하다는 사실이 Y씨에겐 괴로움이었다.

“이 문제를 부인과 함께 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인과 대화를 하십시오. 그리고 함께 오십시오.” 며칠 후 Y씨는 부인과 함께 찾아왔는데 부인은 남편을 위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이가 너무 바빴거든요. 바쁜 사람 붙들고 투정할 수도 없고, 우린 정말 오누이처럼 살았답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고, 그런 사실이 남편에겐 더 큰 부담이라 또 더 안 되고…이이는 그런 말 안 해도 아마 다른 여자와는 가능할지도 몰라요. 부담감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따로 해줄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부부는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했고 3개월 후쯤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가능해졌다. 특히 부인의 노력이 절대적이었음을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전희를 충분히 하라는 충고를 남편이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 부인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사실 여성만 애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남성에게도 애무를 받고 안 받고는 큰 차이가 있다. Y씨의 부인은 분위기 연출부터 시작하여 실제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의 사랑을 되살려냈다.

전신 마사지, 페니스 애무, 스퀴즈 테크닉, 다양한 체위…. 그녀는 마음속 갈등을 접고 남편과 자신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도 예전처럼 회복되었고, 자신 역시 그전엔 미처 못 느꼈던 섹스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짓는 그 부인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두 사람의 노력이 필수!

혹 남편에게 성적 불만이 있는 아내라면 속으로 끙끙대지 말고 용기 있게 정면 대결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내가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부부의 문제에 도전한다면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 특히 행복한 성생활을 유지하고 살려면 우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로는 먼저 섹스에 대한 불안이나 남편에 대한 불만 사항을 하나씩 체크해보는 것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열등감을 갖고 있더라도 남편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속옷이나 아니면 자신의 개성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옷으로 바꿔 입는 것도 재치있는 방법이다.

그 다음, 항문 주위의 PC근육을 평소에 단련시키는 것도 실천해볼 만한 방법이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중간에 멈추는 동작을 반복하면 이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 질이 쉽게 조여지므로 서로에게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부부 성생활이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요인은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섹스에 관련된 책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섹스에 있어 자유로워지려면 먼저 성에 대한 금기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화나 비디오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보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과감한 장면이 나온다. 때론 비디오에서 본 장면을 남편에게 요구해보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체위에 있어서도 결혼생활이 오래된 부부일수록 한두 가지 체위만 하는데, 새로운 체위를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테크닉과 노하우를 추구하는 것은 도리어 부부관계를 방해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을 알게 모르게 기계화시키기 때문이다.

 

최형기 님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이며 국내 최초로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성기능장애클리닉’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특히 아·태지역 성의학자들과 국제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아·태 임포텐츠학회 창립 멤버로 활약, 제 2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성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그동안의 치료와 임상실험을 인정받아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시술 및 강의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아내와 남편이 함께 하는 섹스 코디네이션> (명진출판 刊)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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