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잘 웃고 많이 걷고 꽃을 사랑하는 게 건강비결이죠!”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때부터 우울증 치료와 연구에 몰두해왔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 그는 ‘정신병’이라는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계몽과 우울증 치료에 앞장서왔다. 꽃을 사랑하고 잘 웃으며 많이 걷는 게 건강비결이라는 이민수 교수. 그의 건강한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교 시절, 프로이트에 빠지다!
처음 만난 고대안암병원 이민수 교수는 매우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환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어주고 보듬으며 한평생 우울증 전도사로 일해 왔으니,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에게 품고 있는 궁금증을 꿰뚫고 있을 법도 하다. 기자 역시 정석대로 물었다. 왜 정신과를 선택하게 됐는지.
“어머님께서는 늘 저에게 아들이 청진기를 들고 진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의사는 맞지만 청진기가 필요 없는 의사잖아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워낙 관심이 많아, 마치 운명처럼 신경정신과를 선택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것 같다며 벌벌 떨곤 해요. 하하하.”
말이 끝날 때마다 늘 호탕한 웃음을 보여주는 이민수 교수는 우울증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때부터 우울증 연구에 몰두해 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얼룩진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쏟아 부은 그의 노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1993년 고대안암병원 내 ‘우울증센터’를 개소하고, 우울증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단지 상담치료만 하는 게 아니었다.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우울증 표준 치료안을 만들어내는 쾌거도 마련했다.
그런 덕분일까? 지난 2004년부터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우울증임상연구센터’를 이끌어 오고 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지정 ‘정신약물유전체센터’ 소장과 보건복지부 지정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한국인 우울증 표준치료지침개발’ 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제가 맨 처음 우울증센터를 개소했을 때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나 강해서 여러 모로 쉽지 않은 시기였죠. 우울증은 살아가면서 20% 이상의 사람들이 경험할 정도로 너무나 흔한 질환이지만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잘못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우울증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에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일 뿐
이민수 교수는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마음의 감기”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우울증 환자 중 95%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정신병이라서 나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정신병이라 여기기 때문에 부끄럽다고들 생각합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창피한가요?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생화학적인 변화로 인해 운 나쁘게 걸리는 것일 뿐, 전혀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아직까지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또한 ‘뇌의 신경생화학적인 변화’와 ‘중요한 것을 상실했을 때의 심리적 요인’, ‘여러 가지 스트레스’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덧붙인다.
“이유 없이 우울증이 나타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 몸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의 활동이 저하가 돼 몸의 병도 더불어 나타나는 것이죠. 그래서 우울증 환자들이 불면증과 요통, 두통, 흉통, 식욕부진 등 신체적 증상을 많이 호소하는 겁니다. 이제 우울증을 정신병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시겠죠?”
걷고 또 걷기는 최고의 건강비결
우울증 치료에 앞장서 온 그에겐 정작 우울증이 없는 걸까?
이런 엉뚱한 의문을 품고 있자니, 이번에는 그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어느덧 장성한 아들, 딸을 보며 이제는 아내와 오순도순 건강하고 즐겁게 살 일만 남았다고 말하는 이민수 교수. 그래서 그의 하루는 언제나 명상과 걷기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새벽 4시 30분 쯤 일어나 집 근처 올림픽공원을 1시간 정도 걸은 뒤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이 아주 꿀맛이죠. 저는 평상시에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주로 탑니다. 8층에 있는 병원 연구실도 늘 계단을 이용하죠. 돈 하나 안 들이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입니다.”
그는 안암역에서 병원까지 걸을 때에도 바로 옆 고려대학교 캠퍼스를 거닐며 조경을 감상한다. 요즘처럼 녹음이 짙은 계절엔 캠퍼스 곳곳에 핀 꽃구경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또한 걷기 마니아답게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애용하다보니 독서할 시간도 많고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즐길 수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정신건강에 최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건강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아내와 함께 등산을 한다. 한 주간 밀린 얘기를 나누며 늘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일까? 신혼부부 못지않게 부부금실이 좋아 병원 내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
“격렬한 운동보다는 적절한 강도로 운동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뇌가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항상 기분을 상쾌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거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운동이 바로 걷기 아니겠습니까? <건강다이제스트> 애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많이 걸으시고 또 많이 웃으세요. 하하하”
<이민수 교수가 추천하는 ‘우울증 명약 5가지’>?
복식호흡을 생활화하세요
만성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이 복식호흡입니다. 마음을 편안히 한 채로 의자에 앉으세요. 등은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등받이에서 떨어집니다. 손은 배 위에 편안하게 올려놓은 다음, 숨을 들이쉴 때 배가 올라가고 내쉴 때 배가 내려가도록 숨을 쉬세요. 가슴과 어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을 따라하세요
신체의 이완을 증진하면 불안감과 우울한 감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점진적 근육 이완법은 순서에 따라 16단계로 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먼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한쪽 팔이나 다리부터 서서히 힘을 준 뒤 스스로 힘을 쭉 빼고 긴장을 풉니다. 같은 방법으로 신체 각 부분의 긴장을 풀어주세요.
식탁을 바꿔보세요
우울증을 이겨내려면 아침밥을 거르지 않으며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싱싱한 생선류와 각종 야채 및 신선한 과일, 그리고 견과류와 곡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세요. 단, 인공감미료나 식품첨가물 등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합니다.
폭음과 과음을 절대 피하세요
우울증에는 알코올이 최대 적입니다. 특히 만성적인 음주가 더더욱 그렇죠. 그러니 주변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술 한 잔 하자!”고 말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이미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는 단계라면 알코올 성분이 약물작용을 방해할 수 있고, 감정변화가 더 극심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실내 화초를 키우세요
물을 주고 잎의 상태를 관찰하고 먼지를 닦아주면서 식물들과 교감하는 것은 우울증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많은 현대인일수록 화사한 꽃이나 실내 화초를 키우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