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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내 몸을 살리는 흙의 ‘힘’ 내 몸을 살리는 숲의 ‘힘’

2010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44p

【건강다이제스트 | 문종환 건강칼럼니스트】

흙은 생명의 시작이면서 생명의 끝이다. 그 끝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순환구조를 가짐으로써 세상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한다. 흙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 숲인데, 숲은 우리의 건강과 지구라는 거대한 유기체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쉼 없이 물질대사를 하고 있다.

PART 1. 생명을 되살리는 흙의 건강학

흙 또는 토양은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생성된 땅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크기나 성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여러 가지 토양 구성 물질은 그 크기에 따라 구분되는데 대개 모래는 알갱이가 커서 물 빠짐이 좋다고 흔히들 말한다. 반대로 흙은 알갱이의 크기가 아주 작다. 실제로도 자갈, 모래 및 진흙을 구분하는 기준은 알갱이의 크기다. 원칙적으로 자갈은 지름이 2mm 이상인 알갱이를 말하며, 모래는 2~1/16mm까지를 말하고, 진흙은 1/16mm 이하로 본다(위키백과).

사전적 의미에서 흙을 들여다보면 흙의 생명력을 읽을 수 없다. 흙을 육안으로만 바라본다면 흙은 흙일 뿐이니까. 보다 심층적으로 흙을 알아가다 보면 땅 밑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비를 알 수 있다. 즉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땅 밑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땅 밑 세계를 들여다보면 필자가 왜 흙에 대해서 이렇게 구구절절 읊조리는지 알게 된다. 원래 흙은 식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수중에서 발달한 식물은 수면 위로 솟은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가루를 만들면 이 돌가루 위에 뿌리를 내린 후 암석을 더욱 빠르게 부수어 나갔다. 그런 후 식물은 씨앗을 남기고 죽고, 이렇게 죽은 식물이 암석가루에서 발생한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고 이것이 다시 씨앗의 영양이 되면서 옥토가 만들어지는 생태순환이 시작됐다.

이런 과정이 수십 억 년 이상 반복되면서 생겨난 것이 지구를 덮고 있는 흙이다. 흙이 건강하려면 식물이 건강해야 하고 식물이 건강하려면 흙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흙과 건강, 어떤 상관관계가 있길래?

우리가 건강한 삶을 누리려면 왜 흙이 건강해야 할까? 흙은 생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식물과 동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고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무기물로 환원, 다시 생산자인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씨를 남기고 죽은 식물을 다시 탄생시켜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여 소비자인 사람과 동물들의 삶을 유지하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물질순환과 태양에너지가 관여하여 완전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만약 흙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분해자인 세균과 균류가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균과 균류 등 미생물이 건강하지 못하면 흙의 영양상태가 부실해져 식물이 건강하지 못하게 되고, 식물이 건강하지 못하면 식물을 소비하는 동물과 사람까지 건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흙을 냉대하면 후환은 두렵다

일부 의학자들은 “요즘 아이들에게 아토피가 많은 주된 원인은 흙과 멀어진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정말일까? 흙이 어떤 역할을 하길래 지긋지긋 잘 낫지 않는 전국민의 골칫거리 아토피의 발생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 우리들의 생각과는 많이 괴리돼 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흙에 대한 기본 이해가 ‘더러운 것, 귀찮은 것, 청소를 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불편을 주는 물질 중의 하나로 생각하게 되었다.

도시인들의 습성, 즉 정돈된 것, 깨끗한 것, 예쁜 것, 청결한 것, 멋진 것들을 좋아하는 습관 때문에 언제나 흙은 좋아하는 것 반대편에서 냉대를 받아왔다. 반질반질한 포장길, 쭉쭉 뻗은 나무들, 깨끗이 정돈된 도시에 흙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그 여파는 실로 크다. 흙이 없으니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은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질병에 들거나 의욕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은 메말라가고 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때 영국 브리스톨대와 유니버시티컬리지 런던합동 연구팀(UCL)이 연구한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이 연구팀은 “흙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우울증 치료제처럼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생물이 면역체계에 자극을 주고, 뇌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을 더 많이 분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해 낸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도 아이들의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도시인의 생활환경은 건강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열악하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 환경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흙은 생명의 시작이요, 끝이며, 자기조절작용이 완벽한 자연의 작품이다. 흙은 우리가 천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보듬고 가야 할 생명 그 자체다.

건강하려면 흙과 친해져라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던 L씨는 강원도 평창의 시골 토담집으로 이사를 한 후 매일 흙을 밟으며 산책을 했다. 그리고는 밭을 일궈 자신이 먹을 채소를 길렀다. 그런 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나서 우울증과 불면증은 씻은 듯 없어졌다고 술회한다.

아이들 아토피 때문에 너무도 힘들어 하던 서울의 K씨는 문제 해결을 자연이 해 줄 것이라 믿고 시골로 옮겼다. 흙집을 짓고 유기농산물을 직접 재배해서 먹는 생활을 2년 넘게 한 결과 아이들 아토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귀띔한다.

각종 난치성질환에 시달리다가 흙과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부터 치유된 사례는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연 흙이 어떤 작용을 하기에 흙과 친한 환경으로 전환함으로써 어떤 약을 써도 낫지 않았던 난치성질환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걸까?

통상 황토흙집은 몇 가지 요소로 병적상태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황토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이 인체의 독을 정화시키는 것이 대표적 기능이다. 또한 정서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줘 신체리듬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면역기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황토가 가지고 있는 항균작용과 살균작용은 각종 균으로부터 쉽게 오염될 위험군인 환자에겐 매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황토를 이용한 물 정화기능, 독충으로부터 방어기능, 피부미용 효과까지 민간요법에서는 황토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각종 질병을 치료한 흔적들이 있다. 심지어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릴 때 식토食土로서도 사용되었는데 조선시대 때 진흙과 싸라기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처럼 황토의 항균ㆍ살균작용, 제독작용, 정화작용, 피부미용 효과를 비롯해 기근을 해결하는 것까지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황토흙집에 살면서 직접 흙에서 채소 등을 재배해 먹거나 흙 위를 걷는 행위는 치유 효과를 배가시키게 된다. 직접 씨를 뿌리고 채소를 길러 먹는 행위는 단순히 먹을거리를 얻기 위한 행위이기 이전에 생명 탄생의 기쁨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 녹색식물을 보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등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종합적으로 결합되어 신체 항상성과 면역력 증강, 자연치유력 회복 등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흙 위를 걷는 것은 생체활성을 유도하고 정상세포의 힘을 강하게 함으로써 각 조직이나 기관의 재생을 돕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흙의 건강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삶 자체를 흙이 있는 시골로 옮길 수 있는 도시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도시 생활 속으로 흙을 가지고 들어오면 된다.

도시에서 흙과 친해지는 법

도시에 사는 내가 흙과 친해지는 법은 의외로 쉽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시멘트 포장길을 벗어나 종종 흙길을 걸어보자.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흙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진다. 흙 위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보고 있으면 정신도 맑아진다. 옛 아이들은 흙 속에서 생활했다. 흙으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했다. 흙속에서 하루 종일 놀고 집에 들어가면 항상 엄마로부터 혼이 난다. 유아들이 흙을 집어 먹는 것은 본능적인 행동이다. 사실은 흙속의 물질구성과 우리 몸의 물질구성이 거의 같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다만 흙속의 물질을 우리 몸이 활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식물을 통해서 흙속의 물질을 사람에게 전달해 준다.

식물은 하나의 매개체일 뿐 자체가 각종 물질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식물은 흙에 포함된 무기성물질을 끌어당긴 후 햇빛을 이용하여 화학작용을 한다. 그런 후 물질의 최적화 상태에서 인간에게 공급하고 그것을 우리들이 건강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자연을 멀리하게 되면 우리들이 잃어야 될 것도 많다. 건강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온갖 합성화학물질이 넘쳐나고 시시각각으로 이들 물질은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해도 결국 마침표는 질병과 함께하는 고통스러운 최후다. 흙은 자연을 구성하는 것 중 최고이며 그 이유는 모든 생명은 흙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되도록 흙을 가까이 하자. 흙과 친해지자. 흙을 보기 힘든 도시에 산다고 해서 결코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된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있으면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텃밭으로 삼아라.

● 상자에 흙을 담아 베란다나 옥상, 여분의 공간에 두고 식물을 키워라.

● 정원을 만들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 흙(황토 등)으로 염색한 옷과 이불을 이용하라.

● 흙으로 빚은 항아리와 그릇을 이용하라.

● 하루 30분 이상 흙 길을 걸어라.

PART 2. 흙이 만들어 낸 걸작품 숲의 건강학

흙과 숲은 분리할 수 없다. 건강한 흙은 건강한 숲을 만들며 건강한 숲이 많은 나라는 국민을 건강하게 한다. 숲은 생태계의 원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공간 중 하나다. 또한 숲은 대기 중의 산소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기 중의 산소 비중은 21% 내외가 되어야 하는데, 지구의 자기조절장치에 의해서 이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산소의 비율이 떨어지면 식물이나 동물의 생명이 온전하지 못하게 되고 지나치게 산소 비중이 높으면 지구는 불에 타버릴 것이다. 그러니 산소의 적정비율 유지는 지구의 생존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산소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장치가 바로 숲이다. 숲은 산소 비중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온도도 적절하게 조절한다. 자외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숲이요, 오존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숲 속의 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의 화학작용이 많이 알려지면서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이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 최근 국내에서도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관련 생화학 실험을 한 결과 항균작용이 증명되기도 했다. 피톤치드의 주요 구성 물질은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 글리코시드 등이다.

숲은 우리를 이롭게 하는 치유의 공간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는 것은 흙의 힘이다. 아니 흙의 힘뿐만 아니라 나무와 풀과 흙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명활동이 왕성해지는 것이다. 즉 흙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다시 잎을 떨어뜨려 썩게 하고 이것이 퇴비가 되어 부엽토로 만든다. 부엽토는 흙이 가지고 있는 무기물질에 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유기물질이 상호작용을 통해 식물 성장에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흙이다.

그러니 이러한 생태순환은 숲을 생명의 치유 공간으로 가능하게 한다. 물론 숲이 물질적인 작용으로만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숲이 가지고 있는 천연색, 즉 녹색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그 편안함은 면역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숲이 “우리를 이롭게 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유익한 점이 훨씬 많다. 자연의 생명력을 과학이 모두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연의 순기능을 5%도 밝혀내지 못한 현실에서 아직 95%의 밝혀지지 않은 숲의 순기능들이 있다는 말이다.

흙에 뿌리를 둔 숲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여러분이 어떤 질병에 들었든지 능히 치유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흙과 숲의 활용은 건강해지고자 하는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흙과 숲은 소중한 생명을 선물하며 나무와 흙으로 지은 생태흙집에서 치유를 위한 휴식도 제공한다.

이렇듯 자연은 오늘도 당신의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게 왕성한 생명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부터 숲과 흙은 여러분이 건강을 회복하여 행복해지기 위해서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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