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최재경 교수】
안 피워본 사람은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 피우던 담배를 멀리한 그 순간부터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더니 급기야 손발이 떨리고 두통에 소화불량, 불면증까지 호소한다.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끊어보려 했겠지만 성공률은 거의 희박한 게 현실. 이에 건강 독자들을 위한 금연 성공 비법을 소개한다.
PART 1.?담배가 그렇게 나빠?
흡연 경력 5년 차인 직장인 김모 씨. 올해 서른 두 살인 그는 남보다 조금 늦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지만 흡연량은 어마어마하다. 영업의 특성상 외근이 많다보니 일단 회사에 나갔다 하면 줄담배를 태운다는 것. 그래서 보통 하루에 두 갑을 피우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는 세 갑까지도 피운다. 그러다보니 목에서는 항상 쇳소리가 나고 잔기침을 할 때면 검은 가래가 섞여 나올 정도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축구를 하다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적도 있다.
이쯤 되면 김모 씨도 막연하게나마 금연의 필요성을 느끼는 바. 모처럼 굳게 결심하지만 하루 반나절도 못가 수포로 돌아갔다. 까짓, 좀 피우면 어떠냐는 심산이다. 피우고 싶은 거 못하면 되레 병난다며 결국 오늘도 줄줄이 담배를 꺼내 문다.?
김모 씨처럼 흡연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정작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담배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하다. 담배에 관한 몇 가지 통계를 보면, 담배 1개비는 약 5분 30초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담배로 인해 매일 1만 1000명이 사망하고 구강암에 걸린 남성 중 92%, 식도암의 80%는 담배로 인해 발생한다. 흡연 산모는 비흡연 산모에 비해 유산될 확률이 3배나 높다. 신생아가 돌연사 하는 원인의 1/4은 산모의 흡연이다. 흡연자 3명 중 1명은 언젠가 암에 걸린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가 ‘금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꼽은 질환이 흡연이겠는가.
건국대학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최재경 교수는 “흡연은 개인의 기호이니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오해”라며 “간접 흡연 및 3차 흡연(같은 공간 내 흡연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흡연을 해 흡연자의 옷이나 머리카락 등에 여러 가지 유해성분이 묻는 경우)에도 주변 사람에게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특히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기 어려우니 적게 피우면 그나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최재경 교수는 “흡연량을 30개비에서 5개비로 줄여도 몸속 니코틴 흡수량이 3배 정도 증가하므로 15개비를 피우는 경우와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건강을 되찾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얘기다.?
PART 2.?금연보조제 바로 알기
담배가 나쁘다는 건 알지만 흡연자들 대부분이 금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혼자만의 의지로 시행할 경우 성공률은 고작 5% 미만. 따라서 금연을 위해서는 본인의 금연 의지와 함께 다른 방법을 꼭 같이 시행해야 한다.
최재경 교수는 “니코틴의 중독성은 헤로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마약과 그 정도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침 첫 담배를 5분 이내에 피우는 사람과 하루에 1.5갑 이상을 피우는 사람은 니코틴 중독 정도가 심한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은 스스로 담배를 끊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적 도움과 금연보조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금연보조제로 효과를 본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금연보조제로 인한 증상을 호소하며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금연보조제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최재경 교수는 “흡연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지만 금연을 도와주는 몇 가지의 보조제가 있다.”며 “이 중에서 의학적으로 효과가 인정된 방법은 니코틴 제제(패치, 껌, 로젠지 등),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 서방형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 등이며, 각 방법에 따른 부작용과 효과를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재경 교수의 금연보조제 가이드 팁
▶ 니코틴 제제 ? 금연 후에 생기는 금단증상을 줄여주고 흡연욕구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투여 방법은 패치나 껌, 사탕(로젠지) 등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패치는 금연을 시행하는 날 아침 부착을 시작하며, 매일 한 개씩 모발이 없는 부위에 부착하게 되며 대개 8~12주 동안 사용하게 됩니다.
▶ 서방형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 ? 항우울제로 우울증 치료 효과와는 별도의 작용으로 금연효과가 나타납니다. 금연 시작 일주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하며 대개 금연 후 8~12주 동안 사용하게 됩니다.
▶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 ? 금연 전 사용할 때는 니코틴 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으로 담배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해줍니다. 또 금연 시에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여 금단증상을 줄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금연을 유도합니다. 복용 방법은 서방형 부프로피온과 유사합니다.
▶ 기타 금연보조제 ? 금연초와 같은 약초 담배와 전자 담배, 금연 침 등이 있으나 아직까지 금연에 대한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연 패치는 평소 흡연량에 따라 고용량부터 저용량까지 단계별 패치가 있으며, 최소 8주는 붙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패치보다 상대적으로 니코틴 흡수율이 빠른 니코틴 껌은 1일 8~12개 정도 6~8주간 씹다가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금연사탕의 경우 깨물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금연보조제를 선택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공식기관 등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등이 입증된 것인지 확인해볼 것. 또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금연보조제라도 본인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평소 흡연량이나 흡연습관 등 개개인의 문제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금연보조제는 피부염증과 어지럼증·구토·수면장애·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금연보조제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사용 중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조사 결과, 니코틴 패치나 금연껌 등과 같은 금연보조제가 35~49세 흡연자들에게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연에 힘쓰는 직장과 가정을 가진 흡연자일수록 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이제 막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니 이제라도 굳건한 마음으로 금연 성공 매뉴얼에 주목해보자.???
PART 3.?골초 탈출!? 금연 성공 매뉴얼
흡연자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이 바로 금단현상이다. 불안과 초조, 과민증상뿐 아니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손 떨림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시기에 담배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단지 의지가 약하다고 치부하기엔 그 괴로움이 너무나 크다.?
이에 최재경 교수는 “흡연 욕구에 대한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5D’ 방법을 권고한다.”며 몇 가지 금연 성공 매뉴얼을 소개했다.
성공 매뉴얼① 5D 방법을 써라
5D 방법이란 Delay(지연하기), Drink water(물 마시기), Deep breathing(심호흡하기), Do something different(다른 생각하기), Discuss(다른 사람과 금연의 이익에 관해 이야기하기)다.
하나, 지연하기는 흡연하든 안 하든 힘든 상황은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계속 명심하는 것이다.
둘, 물 마시기는 지속적인 수분 섭취가 금연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셋, 심호흡하기는 이완을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넷, 다른 생각하기는 흡연 욕구가 생겼을 때 다른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다섯, 다른 사람과 금연의 이익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금연이 얼마나 몸에 이로운지 계속적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성공 매뉴얼② 금단증상을 조절하라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니코틴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조절하는 방법이 관건이다. 니코틴 금단증을 조절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갈증, 목에 불편감이 생겼을 때 ? 물이나 과일주스를 마시거나 무가당 껌을 씹도록 한다.
● 두통, 다리 등의 근육 경련이 올 때 ?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거나 이완이나 명상을 한다.
● 예민해짐, 집중력 장애, 불안, 두통이 있을 때 ? 산책을 하거나 샤워나 목욕을 한다. 이완과 명상이 도움이 된다.
● 식욕이 증가할 때 ? 물이나 저칼로리 음료를 마시거나 저지방, 저열량 과자를 먹는다.
● 배변 장애가 생겼을 때 ? 야채나 과일 등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준다.?
● 잠을 못 이루고 불면증이 올 때 ? 가급적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고 이완과 명상을 한다.
● 시시때때로 졸음이 쏟아질 때 ? 잠깐씩 자투리 수면을 취한다.
● 마른기침이나 잔기침이 날 때 ?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무가당 사탕을 먹는다.
성공 매뉴얼③ 단계별로 금연하라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 십 년간 흡연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을 수는 없는 법. 처음부터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별 금연을 시도해보자.?
▶ 금연 준비 시기 = 약 2~3주 정도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 평소 자신의 흡연량보다 조금씩 줄여가고 니코틴 중독이 심한 사람이라면 저니코틴 담배로 바꾸는 것도 좋다. 금연 시작일에 앞서 몇 가지 할 일이 있다. 먼저 그동안 피우던 담배와 라이터, 재떨이를 과감히 버리자. 담배 냄새가 밴 옷은 모두 깨끗이 빤다. 그리고 치과에서 담배로 찌든 치아를 스케일링한 다음 앞으로 금연하는 기간 동안의 총 담배 값을 계산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쓸 계획을 세운다. 무엇보다 가족 및 회사 동료들에게 금연 시작을 알린다.?
▶ 금연 시작일 = 단 하루만 금연하는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한 뒤 입안을 항상 개운하고 청결하게 한다. 틈틈이 물과 주스를 마시고 담배 생각이 나면 심호흡을 한다.
▶ 금단증상 시기 = 흡연하는 동료를 멀리하고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커피와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으며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는다. 특히 식사를 한 후 곧바로 양치질을 해 항상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 금연 유지기 = ‘딱 한 대만 피울까’ 하는 유혹이 극심해지는 시기. 금단시기보다는 흡연 충동이 덜하지만 오랜 금연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동료들의 흡연 권고에 무너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주위에 다시 한 번 금연함을 강조하고 금연일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
최재경 교수는 서울대 의학대학원 가정의학과 전공 박사. 현재 건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며 대한금연학회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