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원장】
결혼식을 올린 지 몇 주, 며칠 되지 않아 이혼했다느니, 별거했다느니 하는 연예인들의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단 연예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혼, 참 쉬워졌다. 고개만 휙 하고 돌려도 이혼하는 커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부부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쩌다 이혼까지 가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전에 비해 그 수가 높아져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었던 이혼. 서로에게 끝을 고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자.
이혼을 하게 되면 그 당사자의 아픔은 얼마나 될까? 배우자에 대한 상실감, 결혼 생활을 실패로 몰고 간 자신에 대한 자책감 등이 한동안 쉬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결혼에 실패한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차가운 시선일 것이다. 그런 시선을 받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결국에는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럴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적인 이혼율은 오히려 조금 줄었다는 반가운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50대의 이혼은 크게 늘었다. 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심리상담사는 “이를 대입이혼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금의 50대 부부들이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지못해 살다가,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임무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경우 참고 살아온 쪽은 대부분 여자이다. 이 정도 되면 마음을 확고하게 굳힌 아내들이 많다. 생각과 마인드가 전혀 다른,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려는 가부장적인 남편과 더 이상은 맞추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 하지만 정작 남편들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혼은 현재의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서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서로 사랑해서 죽지 못해 결혼을 했음에도 결혼이라는 현실의 벽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리는 부부들. 도대체 무슨 사정으로 남남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인지 케이스별로 이주은 심리상담사의 도움말을 들어보자.
CASE 1.?장모님, 왜 이러세요!
결혼하기 전부터 장모님의 기가 엄청났다. 사사건건 모든 걸 지휘하려 들었고 결혼 후에도 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부부생활 모든 것에 간섭이 심하다. 심지어는 성생활까지…. 정말 너무 괴롭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요즘 돈 많고 훌륭한 장모님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 들어 시집이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보다 장모가 사위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아내가 심리적,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자립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솔직히 여성들이 시댁에 불만이 있으면 모여서 수다 떨며 욕해도 크게 흉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 상 그냥 애교로 봐주는 편이지요. 하지만 남성의 경우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이 못난 놈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게 됩니다. 집에 잘 들어가지 않고, 회식이 늘고,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등의 신체적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나친 간섭을 하는 부모님은 당신의 존재감을 자녀에게 찾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당신들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시댁이든 처가든 부모님께 멀어지는 자립형 부부가 되도록 하세요! 부모의 간섭에 최대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 우리 부부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부부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CASE 2.?도대체 뭐하나 맞는 게 없어!
중매로 결혼한 우리. 연애기간이 길지 않아서 몰랐는데, 살아보니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성격도 안 맞고 모든 것에 있어서 너무 다르기만 하다. 결정적으로 속궁합도 꽝이다! 앞으로 살아야 할 일이 막막하기만 한데…. 너무 안 맞으니, 이혼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성격이 안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살아온 두 남녀의 성격이 딱 맞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겠지요. 혹시 본인이 고집스러운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내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세요. 그리고 먼저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보도록 하세요.
속궁합도 꽝이라고 하셨는데 파트너가 바뀐다고 해서 속궁합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섹스란 몸으로 하는 대화입니다. 대화가 술술 잘 풀리는 부부가 성관계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스킨십, 눈빛만으로도 따뜻함과 위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단순한 섹스보다 대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섹스도 자연스레 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CASE 3.?말 좀 해라! 인간아!
남자는 과묵한 동물이라 했던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결혼하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결혼을 하니 더 심해졌다. 어떨 때는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이 남편하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된다. 무슨 말을 해도 대꾸도 잘 안 하고, 자신이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로움 때문에 견딜 수 없다. 오히려 혼자일 때 외로운 것이 낫지 않을까?
☞배우자가 말을 안 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원래부터 말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성장 때부터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철이 빨리 들어 애늙은이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으며, 이런 경우는 남성에게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독단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생각이 옳다.’며 일방통행 하는 스타일입니다.
대화를 왜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닦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대로의 남편을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임이나 동호회, 직장 등 다른 통로를 이용해 소통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남편에게 ‘말이 없는 것은 이해 하지만 대화는 부부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상기시켜 주고 ‘내가 말을 하면 대답만이라도 해줘라. 듣고 있고 이해한다는 간단한 답변이라도 해주고, 점점 얘기를 하도록 노력하자.’는 협상이 필요합니다. 대화가 없다고 입 꾹 다물고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 말고 서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TIP. 부부 사이…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부부는 동등해야 한다
가사 노동도 엄연히 노동이다! 전업주부 역시 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당신이 나가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집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동등함을 위해 결혼 전, 여성은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은 언제든지 지지하겠다는 남편의 약속을 받도록 한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라
같은 이불을 덮고 살면서도 배우자의 심리상태와 관심사에 대해 모르는 부부가 많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요즘 고민거리가 뭔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가 난다거나 염려거리가 생기면 바로 찾는 사람이 부부가 아닌가. 그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에게 1차 지지 대상, 1차 위로 대상이 돼주어야 한다.
하지만 본인의 뜻대로 남편과 아내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음을 명심하자.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관심 분야가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면 반드시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라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하루 반나절이라도 꼭!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약속을 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