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좋은 먹거리 제공은 최고의 기쁨이에요”
남보다 한 발 앞서 가는 데는 언제나 시련이 따른다. 개척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용기도 필요하다. 온갖 시련에도 끄떡없을 끈기가 있어야 하고 설사 쓰러진다 해도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우리 식탁의 혁명을 주도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새싹채소를 생산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온갖 시련 끝에 비로소 ‘새싹채소 대중화’라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는데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나라에 새싹 채소의 등장을 알렸던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 그는 원래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중도매인이었다. 전국 각처에서 쏟아져 올라오는 농산물의 품질을 매기고 가격을 정하는 일이 그가 하는 일이었다. 특히 그가 담당했던 것은 상추, 케일, 겨자, 적채, 비트 등의 쌈채소류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는 일에 슬슬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하루 잎채소 집하량은 80톤에서 100톤 정도가 되는데 이 채소를 일일이 손으로 살펴보다 보면 손에서 심한 농약 냄새가 배어날 정도였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유통하는 먹거리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데서 견디기 힘든 중압감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는 일에서도 보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그의 고민이 시작됐다. ‘보다 안전한 채소, 보다 좋은 먹거리는 과연 없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2000년 어느 날, 그는 일본 동경에 있는 대정시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곳에서 어린채소라 불리는 새싹채소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자를 파종한 후 일주일 이내에 먹을 수 있는 채소로 알려져 있었는데, 무엇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체 쓰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운 충격이었어요.”
이때부터 그의 관심은 새싹채소에 모아졌다. 그리고 그 관심은 미국 시장을 둘러본 후 증폭됐다. 미국 대형마트의 식품매장에는 새싹채소가 한 코너를 차지하고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어물어 새싹채소 농장을 방문해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둘러본 후 ‘아! 이거다’ 싶더군요. 온도와 빛, 그리고 물만으로 돋아나는 것이 새싹채소였는데 이렇게 자란 새싹채소의 놀라운 효능은 이미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모한 도전장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그야말로 무공해 식품으로 알려진 새싹채소. 2002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생소한 식품이었다. 재배 기술도 없었고 판매하는 곳도 없었다.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참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다. 새싹채소를 한 번 재배해보겠다며 부지 마련에 나섰던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 그는 경기도 광주에 농장을 마련하고 2003년 1월, 포크레인으로 언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싹채소를 키우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식탁문화를 한 번 변화시켜 보자는 마음에서 덜컥 일을 시작했지만 한 과정, 한 과정이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었으니까요.”
새싹채소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드럼식 재배기 7대와 종자를 수입해서 2003년 3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인큐베이터 드럼식 재배기는 수분과 물, 그리고 온도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는 새싹 재배기였다.
종자를 배양한 후 일주일.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수확의 기쁨을 느껴야 할 시기였다. 그러나 생육된 새싹은 짓무르고 썩어 있었다. 그러기를 수십 번. 밤낮으로 농장에서 시름하면서 물 온도, 외부온도를 조절해가며 자라는 과정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그랬던 덕분이었을까? 드디어 한 달 정도의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된 새싹채소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경련이 일어납니다. 정말 사람이 해서 안 되는 일은 없구나 싶더군요.”
판로는 어디에…
갖은 우여곡절 끝에 새싹 채소를 생산해냈지만 황성헌 사장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판로가 개척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운 좋게 백화점에 입점을 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간혹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이나 외국인의 경우는 ‘아, 여기도 새싹채소가 있네.’ 하면서 간혹 사가는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새싹채소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루하루 출혈은 커져만 갔다. 그날그날 소비해야 될 새싹채소가 소비되지 못하면서 버려진 것이 능처럼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렇게 일년 정도를 고전했어요.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제게 행운을 가져다줄 줄이야 어찌 알았겠어요.”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과 조류 독감이 엄습하면서 육류 시장이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일이 황성헌 사장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줄은 그 자신도 예견하지 못했던 일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비로소 새싹채소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무농약, 무비료로 재배되는 새싹채소가 하나의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날로 새싹채소의 놀라운 효능이 밝혀지면서 이 시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그 여세에 힘입어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의 어깨도 쭉 펴졌다. 지금은 새싹재배기도 국내 기술로 제작할 정도이고 종자도 국내 최초로 새싹채소 씨앗 채종포 단지를 조성해 조달하고 있다.
독성물질이 전혀 없는 총 55대의 인큐베이터 드럼식 새싹재배기에서 하루 7톤 정도의 새싹채소를 생산해내며 국내 새싹채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브로콜리싹, 유채싹, 적양배추싹, 알팔파싹, 배추싹, 파싹 등 다양한 종류의 새싹채소가 ‘해가든’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은 물론 할인마트, 병원, 학교 등에 공급되며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무공해 영양덩어리 새싹채소
한 사람의 집념으로 비로소 국내에서도 생산되기 시작한 새싹채소. 이렇게 등장한 새싹채소는 오늘날 최고의 건강식품, 웰빙식품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무농약, 무비료로 재배되어 유해성이 전혀 없다는 특성으로 인기다. 그 약효 또한 신비롭다. 식물의 싹이나 눈이 발아한 지 일주일 정도 된 새싹채소는 생명이 갖고 있는 필수 영양소를 완벽히 함유하고 있는 영양덩어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황성헌 사장에 의하면 “식물은 보통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에 성장력이 가장 왕성하다.”고 밝히고 “이 시기의 식물들은 완전히 자란 것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유효성분이 4~100배 가량 함유되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존홉킨스 의과대학의 폴타라레이 의학박사는 브로콜리싹에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설포라페인이 다 자란 성체식물에 비해 최고 20배에서 40배 더 많이 함유돼 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탁월한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늘도 새싹채소의 저변확대에 누구보다 열심인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
전국 방방곡곡에 신선한 새싹채소를 공급하며 우리의 식탁문화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의 마지막 당부는 한 가지. “새싹채소는 단순한 채소가 아닌 생명채소”라고 밝히고 “내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상의 영양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새싹채소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브로콜리싹, 밀싹, 메밀싹 등을 짜서 만든 새싹생즙 하루 한 잔은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