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걷기 열풍이 분 것은 한두 해 전이 아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온 국민이 걷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각종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나, 어떤 자세로 걸어야 하나, 얼마만큼 걸어야 하나 등. 그리고 여기 내 몸을 위해, 그리고 자연을 위해 ‘내추럴워킹’(Natural Walking)을 제안하는 치과의사 이정래(56세) 씨가 있다. 조금 독특한 그의 걷기 철학과 올바른 걷기 요령에 대해 들어보자.
걸을 때는 척추를 움직여라?
20살 때 2년 동안 절에서 생활하면서 이정래 원장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이후 이정래 원장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호흡’과 ‘걷기’. 30여 년 대금을 불고 산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것들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다리를 이용해 걸으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정래 원장은 이것이 잘못된 걷기라고 말한다. 자연의 관점에서 직립보행과 반듯함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척추동물은 움직일 때 ‘척추의 파동’을 이용합니다. 인간 역시 척추동물입니다. 인간의 골격 구조는 과거나 지금이나 네발 동물의 구조를 하고 있고, 척추는 원래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인간이 두발로 서서 척추를 곧추세우면서 많은 질병들이 생겼습니다. 디스크나 치질, 당뇨 등은 인간에게만 있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척추를 사용하지 않으니 특히 무릎과 골반에 부담이 갈 수밖에요. 인간 역시 척추를 움직여 걸으면 훨씬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직립보행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 당장 다른 동물들처럼 네발로 걸으라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인간 역시 척추동물인 만큼, 척추를 조금 사용해 걷는다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정래 원장이 고안한 것은 일명 ‘내추럴워킹’. 말 그대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척추의 기능을 되살려 자연스럽게 걷는 법이다.
내추럴워킹은 어떻게?
그렇다면 이정래 원장이 말하는 내추럴워킹은 어떻게 걷는 것일까? 이정래 원장의 내추럴워킹에는 다음의 10가지 원칙이 있다.
●?어깨를 움직이며 걷는다.
●?상체를 조금 숙이고 걷는다.
●?무릎각을 유지하며 걷는다.
●?발바닥을 수평 이동하며 걷는다.
●?팔을 좌우로 움직이며 걷는다.
●?팔자걸음으로 걷는다.
●?아랫배를 내밀어 처지게 하면서 걷는다.
●?턱을 내밀며 걷는다.
●?시선을 가까이에 두고 걷는다.
●?조심스럽게 걷는다.
우리는 상체를 곧추세우고 무릎을 쭉 펴고, 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도록, 그리고 11자 걸음으로 힘차게 걸으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정래 원장이 제시한 원칙은 거의 반대나 다름없다. 이를 그대로 따라해 보니 뭔가 어색하다. 흡사 원시인의 걸음걸이가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정래 원장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니 눈에 띄게 이상한 걸음걸이는 아니었다. 걷는 폼이 미세하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다.
걷기도 습관이다. 이정래 원장은 내추럴워킹을 익혀 꾸준히 걷는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다리만 이용하는 기존의 걸음보다 훨씬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고 한다.
자연의 관점에서 인간을 보라
인터뷰를 위해 치과를 찾아갔을 당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나비표본 액자였다. 인터뷰를 할 때는 이정래 원장의 뒷벽에 전시된 사슴벌레과 여러 종류의 곤충에 시선이 갔다. 이정래 원장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나비들과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은 곤충들이다.
이러한 유별한 곤충 사랑 역시 ‘내추럴워킹’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곤충을 찾아 전국을 산행하고 자연에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대금을 부는 이정래 원장에게 자연은 종교 그 자체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걸음걸이로 우리 몸을 살리라고 조언한다.
“하루아침에 자세를 바꿀 순 없습니다. 걸음걸이는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꾸준히 조금씩 바꿔 보려고 노력해야 됩니다. 어깨를 조금만 숙이고 팔을 조금만 벌리고 힘을 빼고 걸어보세요.”
내추럴워킹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걷는 법도 유별나 보인다. 하지만 이정래 원장은 이러한 생활 속의 작은 변화로 자연에 가까운 감각을 일깨우라고 말한다.
“단순한 몸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자연이 함께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환경을 보존하고 자연을 이해하는 것도 자연에 가까운 감각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걷기에 푹 빠져 작년에 낸 <도마뱀처럼 걸어라>의 개정판을 집필 중인 이정래 원장. 앞으로 내추럴워킹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심하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