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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의 이달의 특선] 사랑스런 의사 소통법

2008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건강다이제스트 | 미트라한의원 이재형 원장】

부부생활이 원만치 않은 대부분의 부부의 경우 곧잘 다투곤 한다. 주로 상대방이 하는 말 중의 어떤 단어에 걸려서 말꼬리를 잡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며, 또 그런 상황은 점점 확대 재생산되어서 이젠 걷잡을 수 없게 꼬인다.

“그래, 그래…. 가장의 의무 또 그 이야기….?이제 그만 해라 잉!”

“알았어! 알았다니까…. 남자가 소심하다고? 그래 좋아, 내 소리가 잔소리라면 당신 소리는 굵은 소리겠네! 아이고 웃기고 있네.”

“에이! 빌어먹을! 다시는 같이 다니나봐라.”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일도 있다.

그야말로 ‘너의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나중은 창대하리라.’를 엉뚱한 곳에 기어이 실현시키고야마는 것이다. 이런 말다툼의 끝을 보면 꼭 어느 한 편도 승리의 쾌재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 둘 다 패배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둘 다 억울해하고 있고, 또 꽤 많은 시간 싸웠으면서도 자기를 다 후련히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나 자신을 두껍게 싸고 있는 논리와 지식 등의 껍질에 쌓인 대화로 인해서 상대가 나를 실감나게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단어가 나일 수 없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나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서로가 소통될 때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때론 강한 반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훨씬 소통이 빨리 되는 말랑말랑한 속껍질이 있다. 그것은 감성의 껍질이다. 예를 들면 “나 억울해요.”, “나 쓸쓸해요.”, “나 들떠요.”, “나 외로워요.”, “나 행복해요.” 등으로 표현될 때 머리를 써가며 이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고, 가정에서의 당신 의무가 이래야 하고, 당신의 잘못이 무엇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떠하고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도 상대가 가깝게 안 느껴질 것이다.

그 복잡하고 거창해 보이는 겉껍질 속에는 누구나 비슷하고 소박한 일차적 감정이 앉아 있으며, 그냥 손 내밀면 바로 안길 수 있는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차적 감정 또는 그 밑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상대의 말속에서도 그 사람의 밑 마음을 느껴보려 노력할 일이다.

이렇게 일차적 감정으로 소통할 때 소통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게 되어 훨씬 상대를 이해하는 데 효율적이다. 상대의 어떤 이야기에도 최소 3초 정도의 시간을 갖고 그 사람의 밑 마음에 귀 기울인 다음 대답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상대가 나의 수족처럼 항상 붙어 있기를 바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가 ~하는구나.” 하는 태도와 “상대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겠지.” 하는 시각을 갖고 “~한 것이 그래도 이만하기 감사하다.”하는 한 걸음 떨어져서 상대의 소박한 마음을 느끼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현명하다.

이혼도 못하게 하는 감성적인 대화법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결혼 10년 차의 부인이 내원하였다. 말투가 조목조목 논리적인 스타일이었다. 맞벌이 부부였는데 몸과 마음 모두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마음의 소통을 위해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원장님 말씀 이해는 하겠지만…. 그 인간한테 이런 정도가 통할지 모르겠네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었다. 일주일 후, 그 부인이 다시 내원하였고, 얼굴이 자못 들떠 있었다.

“원장님, 우리 희망이 생겼어요. 고마워요! 그게 그렇게 효과가 있을 줄 몰랐어요. 하루는 제가 몹시 힘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나오는 다른 지식이나 논리 이야기는 다 생략하고 ‘여보, 오늘 나 많이 힘들어. 한 번 꼭 안아줘.’ 했더니 의외로 남편의 눈빛이 편안하게 이완이 되더니 나의 감성이 전해졌는지, 나를 안쓰럽게 끌어안고 ‘여보, 힘내. 내가 있잖아. 내가 항상 힘이 되어줄게.’ 하는 거예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여보 나 지금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며 울먹이게 되더군요. 그 이후로 많은 것들이 녹아내리게 되었어요.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내가 먼저 자존심 같은 걸로 자신을 가리지 않고 내 솔직한 마음을 다 열어 보여주었다고 느꼈대요. 그래서 남편도 자기도 모르게 힘들다는 내 감정이 그대로 마음을 강하게 쳐서 안쓰럽고 뭉클했다고 하더라고요. 글쎄…. 예전에는 내 말투가 논리적으로 따지듯이 다가오면 우선 남편도 긴장이 풀어지지 않고 지지 않으려는 마음부터 올라왔었대요. 내가 나를 표현하는 이 작은 차이가 이렇게 큰 변화의 물꼬를 열어놓게 될 줄 몰랐어요.”

그 후 열린 마음의 바탕 위에서 이 부부는 몸의 소통에 대한 치료와 교육을 받고 지금은 만족스런 부부 성생활과 함께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작은 말씨의 변화가 서로의 마음씨를 일깨워 그 씨앗 속에서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연신 놀라운 변화라며 인사하던 뒷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가 내 마음에도 번졌다.

글쓴이 이재형 님은 대구한의대 외래교수이며, 미국 듀크의대 통합의학센터에서 1년간 그룹스터디에 참여했다. 17년 동안 탄트라 및 성도인술을 수련한 주인공이기도 하며 현재 미트라 한의원 원장으로 활동중이다. 우리 삶에서 성(性)의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근원적 화두라고 말하고 그는 성 에너지는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성스러운 성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세상 속 사람들과 폭넓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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