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부부마다 섹스를 거부하는 이유가 다르다. 거부가 시작된 시기도 다르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자존심이 상한다. 정이 떨어진다. 바람난 게 아닐까 불안하다. 그래도 별수 없다. 불만이지만 참고 산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부부 사이가 어색해진다. 마침내 배우자가 불편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배우자가 거부하더라도 잘 해결해볼걸….’ 배우자가 바람이 나 지옥을 맛보고 나서야 후회한다. ‘섹스를 거부하지 말걸….’
그래서 배우자의 섹스 거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숙제를 해결해 사랑주고 사랑받는 부부가 되는 방법을 알아본다.
CASE 1. 남편에게 등 돌린 아내 이야기
20년째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 서 씨(48세)는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서 씨도 안면이 있는 남편의 친구는 몇 달 전 빌려 간 돈을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남에게 쉽게 돈을 빌리고 빌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친구에게 돈을 빌릴 만큼 수중에 돈이 없지도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던 그날이 기억났다. 남편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는 핑계로 새벽에서야 집에 들어왔다. 서 씨는 남편 없이 일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그날따라 남편이 들어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고 잠만 잤다.
얼마를 빌렸는지 궁금한 마음에 친구에게 남편인 척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무슨 돈?” 답장은 바로 왔다. “너 카드 쓰면 와이프한테 들킨다고 모텔비 빌려 갔잖아.”
순간 서 씨는 숨이 막힐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남편에게 휴대폰을 들이밀며 언제부터 바람을 피웠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남편은 순순히 그날 일을 털어놨다.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합석한 여자와 모텔을 갔다고 했다. 그 뒤로 2~3번 만나고는 깨끗하게 끝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람을 피운 원인은 서 씨가 제공했다는 말을 했다. 자신과 섹스를 안 하는 서 씨에게 화가 나 홧김에 바람을 피웠다고 했다.
밤낮없이 가게 일, 집안일, 아이들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몸이 천근만근인데 이따금 섹스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모진 말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바람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서 씨는 남편에게 당장 나가라며 울부짖었고, 남편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CASE 2. 밤거리를 헤매는 남편 이야기
저녁 7시, 결혼 10년 차 평범한 직장인 이 씨(47세)는 아내에게 오늘도 야근이니 먼저 자라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이 끝나는 10시까지 책을 볼 생각이었다. 사실 야근은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서 댄 초라한 핑계였다. 이런저런 핑계로 집에 늦게 들어간 지 몇 달 됐다. 아내는 매일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줄여볼 생각이다. 평일에는 야근하는 척 집에 늦게 들어가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떠나는 것이다.
몸이 고돼도 이렇게 아내를 피하는 이유는 이 씨의 몸에 비밀이 생겼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아내와 섹스할 때 발기가 잘 안 됐다.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너무 피곤하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했다. 설마 했는데 그다음에도 발기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신호를 보내도 무시하고 모른 척했다. 아내가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지만 도저히 솔직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땅한 대책 없이 아내를 피하는 중이다. 병원도 생각해봤지만 막상 가려니 겁이 나서 미루고만 싶다. 47세에 발기부전이라니…. 정말 하늘도 너무하지 싶다.
부부 사랑을 확인하는 섹스
사랑에 관한 유명한 속설이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이다. 이 속설은 애인이 아닌 부부에게도 해당한다. 여기서 몸이 멀어진다는 것은 부부가 섹스를 안 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부부간의 섹스는 사랑이 가지는 친밀과 열정을 본능적으로 교환하는 사랑 확인 행위”라고 말한다. 사랑을 확인해 상대에게서 에너지를 얻게 되면 삶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부부의 원활한 성생활은 부부 행복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어떤 이유로든 배우자가 섹스를 거부할 때는 부작용이 쉽게 뒤따른다. 남편은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외도, 성 매수 등에 빠질 수가 있다. 용불용설(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이라는 말처럼 성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없어 불행해지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남편을 싫어하는 아내라는 오해를 받아 어색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김미영 소장은 “정서적 만족도 중요하지만 섹스라는 육체적 만족도 필요하다.”며 “어느 쪽이든 섹스를 거부하고 있다면 당장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 섹스를 하기 싫을까?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는 이유는 주로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정서적 교감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섹스하려면 감정적으로 만족할 분위기, 스킨십 등이 필요하다. 아내는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섹스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두 번째, 섹스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일과 육아 등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피곤해서 섹스를 거부한다.
세 번째, 남편에게 성적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남편의 폭음, 담배 냄새, 코골이, 거친 말과 행동은 아내의 마음을 닫게 하고 성적 매력을 떨어뜨린다.
네 번째, 남편에게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집안일 하는 아내, 대화 좀 하자는 아내, 일찍 들어오라는 아내에게는 평소 관심도 없으면서 섹스만 밝히는 남편에게 아내는 화가 난다.
다섯 번째,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살이 찐 몸, 나이 든 티 팍팍 나는 몸을 남편에게 보여주기 두려운 아내가 많다.
남편이 섹스를 피하는 이유는 주로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성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성관계에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발기부전, 조루, 지루 등 성 기능에 약점이 있거나 성기가 작다고 느껴 자신감이 떨어져 있으면 섹스를 거부한다.
두 번째, 자극적인 성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포르노 중독, 성 매수 등으로 자극적인 성을 오랫동안 경험하면 비교적 덜 자극적인 아내와의 섹스를 피하게 된다.
세 번째, 특정한 성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얇은 다리를 가진 여성에게만 성적 충동을 느끼고, 특정한 옷을 입어야 발기가 되는 등 특정한 성 취향이 있으면 아내와의 평범한 섹스에 흥미가 떨어진다.
배우자의 섹스 거부를 단순한 섹스 거부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섹스 거부를 해결하지 않으면 배우자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섹스를 대하는 차가운 시선을 따뜻이 녹일 해결법 7가지를 소개한다.
1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말자!
배우자의 정력, 테크닉, 외모 등을 비하하지 말자. 부정적인 말 한마디에도 섹스할 마음이 저 멀리 달아난다.
2 다른 성 심리를 이해하자!
남편과 아내는 섹스를 대하는 심리가 무척 다르다. 김미영 소장은 “남성은 신체적인 섹스를 통해 사랑의 만족감을 느끼고, 여성은 정서적 섹스를 통해 사랑의 만족감을 얻는다.”며 “신체적 섹스의 필요도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욱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다른 성 심리를 이해하고 사전에 마음을 나누는 대화나 적절한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3 끊임없이 교감하자!
평소에 배우자에게 관심을 두고 대화를 자주 해 서로의 교감이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성적 매력을 만드는 노력을 하자!
아내도 남편도 성적 매력을 풍기는 언어, 표정, 외모, 말투, 스킨십, 청결 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5 스킨십을 자주 하자!
섹스할 때만 스킨십을 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부부라면 평소에도 스킨십을 자주 하자. 신체적인 접촉은 정서적인 안정과 애정을 전달하는 좋은 효과를 낸다.
6 배우자 몸을 내 몸처럼 아껴주자!
남편은 가사, 육아를 함께 해 아내의 체력이 바닥나지 않게 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서로에게 온전히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7 소통하는 부부가 되자!
부부 소통이 원만하지 않거나 배우자에게 관심이 줄어들면 몸도 마음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온다. 김미영 소장은 “가정에서 소통하지 못해 외로움 때문에 유흥업소, 온라인 채팅 등 제3자에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상담자가 간혹 있다.”고 밝히고 “이런 상담자는 배우자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존재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한다.
결혼 생활이 오래될수록 대화도 적어지고, 배우자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부부가 흔하다. 부부라도 노력 없이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 통하는 부부로 평생 살고 싶다면 서로에게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