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
벨기에 극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희극 <파랑새>를 통해 이야기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우리도 마테를링크의 말처럼 가까이서 행복을 찾아보자. 피곤하다가 몸이 가벼워지면 행복하고, 활력이 넘치면 행복하고, 암에 안 걸리면 행복하다. 이렇게 건강하게 살면 행복하다.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 금연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금연은 파랑새 같은 행복이다. 금연하면 금연이 왜 행복인지 얼마 안가 느낄 것이다. 담배의 덫을 끊어내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본다.
담배를 당장 끊어야 하는 이유
몇 년 전 기자는 우연히 20년 넘게 담배를 피우고 15년 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50대 남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금연에 성공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나는 아직 금연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피우고 싶으니까.”
너도나도 말한다. 금연은 어렵다고. 그럼에도 흡연자에게 금연은 꼭 해야 할 숙제다. 숙제를 미뤄봤다면 알 것이다. 찜찜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그 숙제를 끝내야 할 이유는 무척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는 “담배회사가 만들어 파는 담배 연기에는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밝히고 “이 물질들은 소량이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발암 유전자를 만들고 이에 따라 후두암, 폐암, 구강암, 식도암 등 접촉 부위에 암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혈액으로 섭취한 화학물질 역시 위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백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호흡기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도 흡연이 주원인이다.
또한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은 혈관의 내피(속살)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서서히 심장혈관과 뇌혈관을 막아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을 유발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썩어가는 버거씨병, 남성의 자존감을 확 떨어뜨리는 발기부전도 흡연자에게 흔하다.
백유진 교수는 “태아의 기형, 조산, 유산, 영유아 돌연사 등도 흡연과 관계 있으며 골다공증, 노인성 황반변성 등도 연기 속의 염증성 화학물질과 관련이 깊다.”고 덧붙인다.
담배, 끊는 순간 행복 시작
반면, 담배를 끊으면 얻을 것이 무척 많다. 일단 전반적인 활력이 증가한다. 피로가 줄어들고 각종 암 발생 가능성이 서서히 감소한다. 숨쉬기가 수월해지고, 기침과 가래가 줄어든다. 역한 입 냄새가 해결되고 치주염이 감소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고 심장마비나 뇌졸중 확률이 줄어들고 뼈와 근육도 튼튼해진다. 피부가 윤택해져 젊어 보이는 것은 덤이다.
백유진 교수는 “늦어도 40대에는 끊어야 금연의 이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늦게 끊더라도 그 시점부터 당장 건강이 좋아지므로 바로 끊는 것이 중요하다. 발기부전의 경우 너무 늦게 끊으면 회복이 거의 되지 않는다.
금단 증상도 한때다!
금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니코틴 중독이다. 담뱃잎에는 다량의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다. 이 물질은 중독을 일으켜 끊기를 어렵게 하고 금연을 시도할 때 심한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짜증, 분노, 좌절, 우울, 집중력 저하, 변비, 식욕증가, 운동수행 능력 감소 등이 대표적인 금단 증상이다. 니코틴에 한 번 중독되면 담배를 피울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에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백유진 교수는 “흡연자들은 금연을 시도하다가 금단증상이라는 불쾌한 상황에 처해지면 흡연이라는 쉬운 해결책으로 돌아가려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금연했다가 금단증상을 못 이겨 다시 피우고, 또 금연하고 실패하고 이런 악순환이다.
하지만 금단 증상도 끝이 있다. 금단 증상은 일반적으로 마지막 담배를 피운 지 2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24~48시간쯤 최고조에 이른다. 이후 서서히 강도가 약해져서 2주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
이번이 마지막 금연 되는 방법
100세 이상 건강장수자의 대부분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이다. 반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각종 암, 뇌졸중, 심장마비, 폐렴, 백내장, 관절장애, 근력 저하 등으로 우울한 노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백유진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삶의 질이 좋지 않고,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도 훨씬 높다.”고 말한다. 담배, 이제 진짜 내 삶에서 몰아내자. 실현 가능성이 확실한 금연법을 알아본다.
1.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
금연은 한 번에 성공하기 어렵다. 금연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금연에 실패했을 때 낭패감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다음 금연 도전을 어렵게 한다. 실패하면 어떤가! 또 금연하면 된다.
2. 금연 선배를 따라서!
금연에 수월하게 성공했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면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금연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에서 금연성공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3. 혼자 하지 말고 금연 치료 프로그램 활용!
니코틴 중독은 생각보다 끊어내기 무척 어렵다. 흡연을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백유진 교수는 “가장 수월한 금연 방법은 금연 치료 약물과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금연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5~6회 정도의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금연 성공의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국가에서 12주 동안의 약물 비용과 상담비용을 거의 전액 보상해줘서 경제적인 부담도 적은 편이다. 당장 가까운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치료 병원을 방문해 금연을 시작하자.
백유진 교수는 금연, 피로, 남성 갱년기, 평생건강관리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금연학회 부회장,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이사,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금연전문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