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로봇수술 시대를 연 사람! 그 여세를 몰아 수술로봇의 국산화도 주도하고 있는 사람!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췌담도외과 이우정 교수는 별난 의사다.
뛰어난 손재주와 남다른 호기심으로 우리나라 의료 지형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언제나 앞선 시도로 우리나라 의료계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그에게는 열성 팬도 참 많다. 총담관암으로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았던 천안의 이장복 씨도 예외는 아니다.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 암 수술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재발 없이 전이 없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췌담도암 명의로, 기계 좀 아는 의사로 핫 피플이 되고 있는 이우정 교수,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남다른 손재주 타고난 사람
중학교 때 양변기 뚜껑을 자동으로 들어 올리는 기계를 발명해 특허까지 받았던 이우정 교수! 지금도 복강경 단일통로 수술기구는 실제 수술에 쓰이고 있는 그의 또 다른 발명품이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타고난 거였다. 성형외과 의사였던 부친도 발명가였다.
그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심하게 병을 앓으면서 의사가 될 결심을 했다는 그에게 남다른 장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수술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았던 간담췌외과를 전공분야로 삼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힘든 분야에서 새 길을 내보자! ’ 그의 다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행보는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언제나 앞선 시도로 우리나라 의료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새로운 치료기법이 등장할 때마다 발빠르게 파고드는 저돌성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이 시도됐던 1991년 당시! 펠로우로 참가했던 그는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 복강경 수술의 혁신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세브란스병원 최초로 복강경 비장절제술, 복강경 부신절제술, 복강경 췌장절제술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는 2005년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을 멋지게 성공시킨 주역이 됐기 때문이다. 수술로봇 다빈치를 이용해 49세 여성 환자의 담낭절제술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로봇수술 시대의 개막을 활짝 열었다.
수술로봇 국산화 이끌고 있는 숨은 주역
국내 최초의 로봇수술이 성공한 지 12년이 지난 2017년 3월, 우리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큼 기분 좋은 뉴스였다.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수술용 로봇의 임상시험이 완료됐다는 뉴스였다. 식약처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술로봇을 만든 나라가 됐다는 희소식이었다.
이우정 교수는 이 뉴스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 10년간 한국형 수술로봇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에 성공하면서 로봇수술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그는 “로봇수술이 의학계의 새 흐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담도낭종수술, 간절제술, 췌장절제술 등 다양한 수술을 로봇수술로 진행하면서 로봇수술의 대중화도 주도했다.
그러면서 갖게 된 욕심이 바로 수술로봇의 국산화였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적극적인 의료자문을 도맡아 해왔다.
이우정 교수는 “2017년 1월 비로소 모든 임상이 끝이 났다.”며 “수술로봇의 원조격인 다빈치를 대신할 국산 수술로봇이 개발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로봇수술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아직도 로봇수술하면 한 탤런트의 죽음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다닐 만큼 위기를 겪은 적도 있지만 진일보한 기술적 개가는 로봇수술의 전성기를 이끌 전망이다.
이우정 교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수술에 로봇이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로봇이 사람의 손보다 수술을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의사가 못 하는 것을 로봇이 한다고 오해하고 있어 안타깝다. 알파고가 사람보다 더 잘한다고 하면서.
이우정 교수는 “로봇은 쉬운 수술을 흉터 없이 잘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어려운 수술은 사람이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돈 많다고, 혹은 신기술이라고 무조건 로봇수술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생존율 낮은 췌담도암도 조기 발견이 중요?
오늘도 새로운 의료기술의 얼리 어답터로 혁신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우정 교수! 언제나 앞선 시도로 우리나라 의료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왔지만 그에게도 좀체 풀리지 않는 일생일대의 난제가 있다. 바로 췌담도암이다. 췌담도암 명의로 불리며 이 분야 최고봉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생존율 낮은 췌담도암의 악명 앞에서 그의 고민도 크다.
뚜렷한 원인이 밝혀진 것도 아니고, 조기 진단도 어렵고, 게다가 수술도 까다로워 생존율을 좀체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발빠르게 대응하며 의료인으로서의 맷집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췌담도암은 벅찬 상대다.
이우정 교수는 “지금으로선 조기 발견이 최선의 대책이 되고 있다.”며 “갑자기 당뇨가 생기거나 복통, 황달, 체중감소 증상이 있으면 한 번쯤 의심해볼 것”을 당부한다. 최근에는 복부 CT나 PET CT를 통한 조기 진단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췌담도암 또한 예방에 힘써야 한다. 이우정 교수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흡연, 음주, 비만은 강력한 유발요인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며 “평소 ▶술·담배 안 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적당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 등은 췌담도암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80세까지 메스 들고파
악명 높은 췌담도암과 일생일대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우정 교수는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수술실에서 보낸 세월이 3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고 싶다.
그러기 위한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등산은 오랫동안 해온 운동이다. 십수 년 됐다. 국내 산은 물론 해외 원정까지 간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킬리만자로까지 세계적인 명산을 두루 다니는 등반가 수준이다.
요즘에는 탁구에 푹 빠져 있다. 수술실의 긴장감을 탁구를 치며 날려버린다. 전국의사탁구대회에 출전해 상도 받을 만큼 실력파다.
이우정 교수는 “80세까지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건강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한다. 수술이 잘 돼서 환자가 좋아하는 것만큼 그에게 의미 있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이우정 교수는 새로운 신기술에 관심을 쏟고, 췌담도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발명가로서의 예리한 촉수도 거두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