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 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들에게 혈관의 노화는 10대부터 진행된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나이 40세의 성인이 평생 동안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은 남자 49%. 여자 32%에 달하므로 혈관으로 인한 돌연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심혈관계질환에 걸리는 확률은 10대부터 진행되는 혈관 노화 속도를 얼마나 관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혈관을 파괴하는 주범 7가지
혈관질환으로 불건강의 위험성은 다양한 자료들에서 보고된다. 미국 시카고에서 2만 명의 남성과 여성을 22년 동안 관찰했을 때 콜레스테롤이 200mg/dL 이상이고, 혈압이 120/80mmHg 이상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5.5배에서 5.7배,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4.1배에서 4.5배, 총 사망률이 3.2배 증가하였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혈관건강 수준은 더욱더 나빠지고 있다. 우리의 혈관이 갑자기 나빠지는 이유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우리의 혈관을 악화시키는 건강 행태와 더불어 최근의 급격한 서구화로 인한 당뇨병과 비만병이 증가하는 데 있다. 혈관을 해치는 첫째 적은 복부비만이고, 둘째 적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의 3대 성인병 질환이다. 혈관을 파괴하는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은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에서 기인한다.
첫째, 짜게 먹으면 혈관이 파괴된다. WHO 일일 소금섭취 권장량이 5g인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략 13g 이상을 먹는다. 소금을 혈관 속에 원폭투하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음주와 흡연은 혈관을 쥐어짠다. 둘 다 혈관의 강력한 적들이다. 음주는 혈압을 올리고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갑작스런 혈관사고를 유발한다.
셋째, 비만과 지방과다 섭취는 혈관을 폐쇄한다. 이 둘은 혈관의 동맥경화증을 악화시켜 더욱 막히기 쉬운 혈관으로 상태를 몰아간다.
넷째, 운동이 부족하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운동부족은 갑작스런 감정의 변화나 신체상태의 변화 시 심장과 혈관이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을 떨어뜨린다.
다섯째, 스트레스는 혈관에 활성산소 스트레스를 줘 염증을 만든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리고 산화물질을 활성화시켜 혈관에 타격을 준다.
여섯째, 빨리빨리 문화는 혈관을 경직시킨다.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생활 전반을 교감신경계 항진 상태로 만들어 심장에 무리를 주고 혈압을 수축시키는 긴장상태로 몰고 있다.
일곱째, 급한 성격은 혈관을 망치로 두드리는 충격을 준다. 다혈질 성격이나 꼼꼼한 성격은 둘 다 혈관에 악영향을 준다. 성격적 둔감화야말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첫 번째 조건이다.
20대의 혈관을 80세까지 유지하는 혈관건강법 5가지
1 혈관의 안지름을 최대한 넓게 유지하라
20대는 대개 건강한 혈관을 가지지만 이미 이때부터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의 징조는 시작된다. 특히 흡연, 비만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징조가 더 빨리 시작된다.
남자는 50대가 되면 동맥경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45세에 흡연, 비만, 운동부족, 가족력 등의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평생 동맥경화로 고통 받을 확률은 80% 이상이다.
혈관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붙은 것이 플라크이며 덕지덕지 붙은 플라크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 동맥경화증이다. 플라크로 감소된 동맥 직경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콩팥질환, 다리궤양 등의 주된 원인이다. 담배 등의 유해물질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직경감소를 더 악화시킨다.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려면 혈중의 나쁜 콜레스테롤 LDL의 수치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요인에 맞추어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 흡연이나 비만 등의 위험요인이 있으면 동맥경화증의 급속한 진전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130mg/dL, 나아가서는 100mg/dL 이하까지 낮추어야 한다. 이전에 관상동맥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은 70mg/dL 이하까지도 낮추어야 한다.
2 혈관을 고무줄처럼 탱탱하고 유연하게 유지하라
혈관사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혈관은 통나무처럼 유연성이 부족한 채 딱딱하다. 그러다 보니 과한 압력이 가해지면 뚝 터지거나 부러지고 만다. 혈관 내부를 싸고 있는 강하고 유연한 조직인 탄력섬유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늘어지고 뒤로 밀려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뇌동맥류라고 하며, 뇌출혈의 주요 원인인자이다. 풍선의 일부 부분이 약해졌을 때 마치 혹이 난 것처럼 볼록 나온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물론 모든 대동맥류가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터지면 사망률이 약 30%,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30-50%라는 데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100-200명 중 한 명 정도에서 동맥류가 발견되지만 파열되는 동맥류의 빈도는 1만 명 중 한 명 정도이다.
물론 뇌동맥류는 발견하더라도 치료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혈관 내벽을 약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고혈압, 흡연, 문제음주, 활성산소 등이 있다.
20대부터 담배를 멀리하고, 과음을 피하고, 혈압을 120/80mmHg 이하로 유지하고, 활성산소로부터 내 몸을 보호해주는 제철과일이나 야채를 꾸준히 섭취하면 혈관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3 혈압을 최대한 낮추어라
낮은 혈압보다 높은 혈압이 훨씬 더 위험한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저혈압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부러 저혈압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은 딱딱해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혈압은 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우리가 저혈압의 결과로 생각하는 어지러움증이나 기운없음은 오히려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의 무리와 혈관 벽의 경직으로 인한 혈액순환의 장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예전부터 혈압이 낮으면 쓰러진다는 구전된 건강상식이 이런 생각을 강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고혈압의 만연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우리가 흔히 낮다고 알고 있는 90/60mmHg의 혈압은 지극히 정상이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혈압이 낮으면 낮을수록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 정상적으로 걸어다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저혈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잇살처럼 나이가 든다고 혈압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120/80mmHg 이하로 안정적으로 혈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된다.
혈압의 안정화를 위해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흥분을 조절하고 부교감신경계의 활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만성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거나 다혈질이나 완벽주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아드레날린 등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므로 지속적으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게 된다.
느리게 살기, 일부러 욕들어먹기, 그리고 지하철 한 대 그냥 보내기 등 예민한 성격을 둔감하게 만드는 노력과 더불어 교감신경의 보완재인 부교감신경계를 강화시키는 하루 10번 웃기, 심호흡훈련, 생각중지훈련, 스트레스의 긍정적 재구성 훈련 등이 필요하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싱겁게 먹기이다. 싱거운 입맛 만들기는 2주 만에 실천할 수 있다. 웬만한 국은 간이 되어 있으므로 소금 쳐서 먹지 말자. 특히 젓가락 먹기는 소금의 집합체인 국물을 먹지 않을 수 있다는 데서 좋은 대안이다. 젓가락식사는 식사속도를 늦추어 과식을 막을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4 혈액을 물처럼 투명하게 유지하라
혈관사고를 경험한 사람이나 혈관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의 혈액을 채취하면 유독 끈적끈적하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을 다 가진 고도비만자의 혈액을 채취하고 종이에 떨어뜨리자 마치 동그란 공처럼 진득진득하게 그 모양을 상당 기간 유지하는 진기한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혈액은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탁하고 걸쭉하거나 동전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를 고지혈증이라고 하며, 이때 혈액은 점도가 증가하여 끈적끈적하게 된다.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의 혈액은 짐을 너무 많이 실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복위험이 있는 과적차량과 같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때 피를 묽게 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다. 그러나 아스피린 등의 약제는 부작용으로 출혈 경향이나 속쓰림 증상 등을 동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작용 없이 혈액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 2리터의 물과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루 30g 이상의 섬유질 섭취이다. 혈액은 순환되어야 한다. 건강한 땀을 위한 아침 점심 저녁 10회의 심호흡과 일주일 3회 30분 이상의 땀나거나 숨이 찬 유산소 운동 역시 혈액을 투명하게 유지한다.
5 땀나고 숨찬 운동이 혈관을 단련시켜 급작스런 사고를 방지한다
거의 모든 훌륭한 위인들 역시 시련 속에서 성장했듯 혈관 역시 끊임없이 밀고 당김 속에서 단련되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혈관은 온실 속의 난초 같은 혈관이다. 온실 속의 난초 혈관은 급격한 스트레스나 시련이 오면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혈관부하운동법은 혈관뿐만 아니라 심장을 강하게 하여 웬만한 자극과 스트레스에도 끄덕없이 이겨내게끔 하는 훈련법이다. 가끔 TV를 보면 뒷목이나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극심한 감정의 동요나 컨디션의 저하 시 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여 생기는 심장과 뇌의 혈류 부적응 현상이다.
평소에 건강한 자극을 건강하게 주는 훈련을 하면 심장과 혈관은 지속적으로 단련된다. 건강한 혈관 자극의 대표주자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은 심장의 능력과 혈관의 내구성을 강화시키며, 근력운동은 심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건강하게 혈관에 자극을 부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워밍업, 본운동, 정리운동의 단계를 밟아야 심장의 부담을 덜고 효과적으로 심장과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면서 근력운동을 하라. 천천히 들숨 및 날숨에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일치시키면 심장 및 폐근육은 지속적으로 단련된다.
혈관을 단련시키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피하기 원칙이다. 피곤하거나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고 휴식하라. 휴식이 필요한 상태에서 되려 무리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독으로 작용한다. 운동의 강도를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능력의 50-60% 정도로 한다. 필요이상의 부하는 부상을 초래하고 운동이 주는 놀라운 이득을 해로 바꾸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