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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에세이] 사랑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2001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샘물호

【건강다이제스트 | 생텍쥐페리】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개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개혁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면, 즉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생명력이 넘치고 더 즐겁고 더 유쾌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이상으로 가득 찬 혁명가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철저하게 이기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오직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 속에서 만족을 찾아내는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목적도 없는, 진정한 이기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개혁한다.

진정한 이기심은 이타심과 통한다. 나를 위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바꾸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사랑은 나와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다리라는 것을.

낯선 것들과의 대면 용기가 더욱 행복한 삶 만들어

저 멀리 있는 희망을 그대의 것으로 만들어라. 불안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 불안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만이 극복할 수 있는 법이다.

행복과 불행의 근본적인 뿌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성격에 달려있다. 우리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 고통에 대해서 심판에 대해서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 잠에 대해서 차가움에 대해서 두려움에 대해서 위협에 대해서 절망에 대해서 광기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죽음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가면이고 위장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바로 어딘가에 몸은 던지는 것,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 안전이 보장된 현재를 벗어나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롭고 낯선 것들과 대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은 이 세상에 꺼지지 않는 등불 하나 가지는 것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우물 밑바닥에서 물 한 통을 길어 올리기 위해 도르래를 삐걱거리면서 돌리고, 드디어 물 한 통을 길어 올려서 흔들거리는 물통을 우물가에 내려놓는다. 따가운 햇빛 속에 몸을 숙이고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고 있는 나무 밑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의 유리잔에 시원한 물을 가득 채워주면, 나는 나의 사랑으로 그를 목욕시키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대에게 사랑이 있다면, 그대가 장님이나 귀머거리라고 하더라도 신에게 감사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 그대를 위한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그 등불을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택을 소유한 사람은 비록 황량한 사막에서 죽어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부유한 사람이다.

아무리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를 위한 사랑이었고 그대 또한 진정한 사랑을 했었다면, 그 사랑은 여전히 위대한 것이다.

고난은 삶의 지혜와 생명의 소중함 알게 해

장미꽃은 가시 틈에서 자란다. 아름다운 향기는 날카로운 가시의 고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고난을 맛보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에 몸을 떤 사람만이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주는 모닥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인생의 괴로운 번민을 통과한 사람만이 살아있는 생명의 고귀함을 알게 된다.

아미엘(스위스의 유명한 시인)은 인생이란 한 마디로 고뇌의 연속이며 자신의 무릎을 피투성이로 만들지 않고는 절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골고다의 언덕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시련을 겪지 않고 살아가려고 방심하다가 바보가 되어서 고뇌의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결국 고뇌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 대접해야

우리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랑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내부에서 들리는 영혼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항상 올바른 행동과 사려 깊은 대답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표시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상대방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비판적이고 악의에 찬 태도와 말은 우리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우리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충실한 동반자 되어야 한다.

성장과 자유의 크기는 비례한다

진정한 자유란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욱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자유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우리는 자유에 대한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얼마만큼의 자유를 원하는지, 얼마만큼의 자유를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우리의 성장은 우리가 숨을 쉬고 움직이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유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다. 그리고 영혼의 성장에 따라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다.

억압은 자유의 반대개념이다. 그것은 억압받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억압하는 사람의 자유까지 제한하게 된다. 우리의 삶이 무엇인가를 억압하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면 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는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어느 누군가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는 것과 같다. 자유는 억압보다 소중하다.

삶의 행로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성장의 요인

절망도 희망처럼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는 날마다 인생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의 경험들과 마주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실망이나 분노, 절망과 만나고 있을 때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거나 사랑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도 역시 우리의 인생에서 필요한 경험이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고통과 절망이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치기도 한다는 사실은 매우 믿기 힘든 일이다. 고통과 절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더욱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행로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보다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고통의 순간이 없다면 우리의 영혼은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현실이 우리의 영혼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슬픔과 기쁨 모두를 좋은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완전케 해

성실은 훌륭한 덕목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다면 성실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랑이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의연하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의 운명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도저히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이해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다가와도 어떤 신비한 힘이 우리를 위해 계획하고 준비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참된 사랑은 아무런 고통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믿음이란 몹시 소중하다. 친밀한 감정은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끈이다. 마음을 열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믿으면서 우리는 서로의 공통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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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생텍쥐페리는 우리에겐 ‘어린 왕자’,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로, 등단해서부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정찰기에 격추되기까지 인간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시는 감동을 주는 뛰어난 걸작들을 발표,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글은 그의 소설과 수상록, 서간문, 평론 등에서 자연과 사상, 신앙, 생명, 죽음, 사랑 등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을 골라 최근 번역 출간된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하문사 刊) 중 일부. 인간에 대한 구원을 사랑과 신, 자연 속에서 찾았던 저자의 생각과 사상이 담긴 한 줄 한 줄을 읽어 내리는 동안 삶의 의미와 보다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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