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철 교수】
올봄은 연예계에 있어 ‘이혼의 계절’이다. 전노민·김보연 부부, 오정연·서장훈 부부, 조혜련 부부, 안상태 부부의 이혼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최근 류시원 부부도 부인이 이혼조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갈 날들을 꿈꾼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결혼생활은 ‘현실’이다. 배우자의 몰랐던 습관을 알게 되고, 나와 다른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일부는 이혼을 하지만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혼과 이혼이 우리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통상적으로 ‘결혼하면 오래 산다.’라는 말은 과연 맞는 말일까? 이번에는 결혼과 이혼에 얽힌 건강비밀을 알아보자.
증가하는 이혼, 건강에도 적신호?
넌센스 퀴즈 ‘왜 이혼을 하게 될까?’의 정답은 무엇일까? 바로 ‘결혼했기 때문’이다. 정답이 허무해서 누군가는 피식 웃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이혼은 결혼을 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32만 9100쌍이 결혼하고 11만 4300쌍이 이혼했다. 또한 2010년 결혼 4년차 미만의 신혼기 이혼율이 전체 27%, 결혼 20년차 이상은 24.8%였으며, 특히 50대 이상의 이혼인구는 5.2%로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는 상대방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인생을 함께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되면 당당히 이혼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혼은 건강에도 빨간불을 켜게 한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철 교수는 “이혼 자체가 배우자나 자녀의 사망에 버금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이것이 극복되지 않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혼의 정신적 충격과 우울증, 이후의 독신생활은 정신적 어려움을 주지만, 이와 함께 이혼 후 무절제한 생활로 영양상태가 불량해져 면역기능이 약화될 수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경우 이혼 이후의 독신생활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사나 양육 등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 여성이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결혼한 사실만으로, 혹은 이혼한 사실만으로 ‘건강하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이혼 환경이 다르고, 많은 종류의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편적으로나마 외국에서 결혼한 사람과 혼자 사는 사람들을 비교·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어떤 결혼생활을 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엿볼 수 있다.
결혼 남녀가 이혼 남녀보다 건강상태 좋아
1 미국 로체스터대학 캐슬린 킹 교수팀이 1987~1990년 ‘관상동맥우회수술’(심장수술)을 받은 환자 225명을 대상으로 15년 뒤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여성의 83%는 수술한지 15년 뒤에도 건강을 유지했다. 반면 미혼 여성은 27%만 생존했다.
남성도 비슷하다. 기혼 남성은 83%가 15년이란 긴 세월을 버텼지만 미혼 남성은 36%에 그쳤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결혼과 가족이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 시카고대학에서 50세 이상의 미국인 9,100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했던 자료에서는 ‘결혼한 남녀가 독신이나 이혼한 남녀보다 특히 심장 건강이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혼한 미국 중년 및 노년층은 독신보다 건강이 양호하며 우울증에 덜 걸리고 활동도 왕성한 반면 이혼한 경우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았다.
특히 이혼한 경우나 미망인은 심장병, 당뇨, 암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정상적인 부부보다 20%가 더 많이 걸리고,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걷지 못하는 경우는 23% 더 많았다.
3 영국 웨일즈대학병원의 데이비드 갈라셔 박사팀이 유럽 7개국 10억 명의 결혼 여부와 건강상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기혼자들은 전체 평균에 비해 사망률이 10~15% 정도 낮았다. 또 기혼자들은 미혼보다 평균수명이 길었다.
특히 남녀에게 이익 되는 부분이 달랐는데, 남성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게 돼 신체가 건강해진 반면 여성은 남성과 관계의 돈독함 때문에 정신건강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4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가 있다. 2010년 울산대 의대의 정태흠 교수팀은 ‘이혼한 직장 남성의 생활습관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 연구 논문에서 이혼 남성이 결혼남성에 비해 고혈압 환자가 1.88배나 됐으며, 간 지수 이상자와 흡연자 수도 더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혼 남성은 결혼 남성에 비해 흡연자가 많았고 규칙적으로 식사와 운동을 하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래 살고 싶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미국에서는 지난 80년간 1500명의 인생을 추적한 터먼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 있다. 여기에서도 결혼과 이혼이 수명에 미치는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 진행 결과에 의하면 첫 배우자와 한평생 살아온 기혼 남성이 재혼한 기혼 남성이나 이혼 후 독신 남성에 비해 대체적으로 오래 살았다.
반면 여성은 첫 배우자와 한평생 살아온 기혼 여성과 이혼 후 독신 여성이 비슷하게 가장 오래 살았고, 재혼한 기혼 여성이 마지막이었다.
남성과 여성,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제일 오래 산 그룹은 모두 ‘첫 배우자와 한평생 살아온 기혼 남녀’였다.
그렇다면 위의 연구 결과에서 ‘결혼생활이 건강에 더 좋다.’라는 사실을 도출해야 될까? 어느 정도는 맞을 수 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인 ‘이혼’을 겪지 않고, 안정적이며 서로가 만족하는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혼하면 건강할 수 없다.’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처한 상황이나 이혼 배경, 그 외 여러 요인들이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영철 교수는 “이혼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갈등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 오히려 이혼하고 정신적 안정을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이혼 스트레스 못지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결혼한 상태라면 배우자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의 방법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혼은 힘든 일을 배우자와 함께 헤쳐 나가는 항해와도 같다. 가장 흔한 이혼 사유 중 하나인 ‘성격 차이’는 대부분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문제만으로 보려 하기 때문에 해결이 되지 않는다.
김영철 교수는 “부부간 갈등이 생겼다면 상대방의 문제보다 자신의 문제를 먼저 보려고 애쓰라.”고 조언하며 “먼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관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김영철 교수는 서울대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 의학 석사 및 박사를 거쳐 미국 웨인주립대 병원에서 연수했다. 저서로는 <전문의에게 듣는 이혼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