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당신의 말에 좀 더 맞벌이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대답할 수밖에 없던 내가 너무 싫었어.”
한 기혼남의 사연으로 제작된 주류광고 문구의 일부다. 이 두 줄의 광고 문구는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육아가 걱정되긴 하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아내,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맞벌이를 해주길 원하는 남편이 그것이다. 신붓감을 고를 때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붓감을 고를 때 ‘사회생활 능력(39%)’을 중시한 남성이 ‘주부로서의 자질(27.5%)’을 중시한 남성보다 많았다. 예전과는 달리 맞벌이를 원하고 권장하는 남편,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맞벌이 권하는 사회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알뜰살뜰 살림하고 애들 교육 잘하는 현명한 아내.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남편은 이런 아내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원하는 남편들이 많아졌다. 맞벌이다. 심지어는 결혼 전부터 ‘맞벌이 가능한 아내 구함’이라고 못을 박는다.
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은 “맞벌이를 필수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많을 뿐 아니라 남편보다 아내의 수입이 높은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학교를 졸업하면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도 사실상 거의 없어졌다. 두상달 이사장은 “여성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욕구, 자기개발 의지를 가지며 이는 결혼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교육 받아왔고, 그것이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가장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가정의 총 수입이다. 맞벌이를 하면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남성에게 갈수록 치솟는 물가와 주택 가격은 결혼 전부터 부담 덩어리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40.4%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결혼 비용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바에야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녀 1명당 양육비 3억 원’이라는 통계는 남편이 고소득자가 아닌 이상 ‘억 소리’나는 일이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내 자식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단골 갈등 있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지만 같이 살다 보면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각자의 일을 하느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고 대화하는 시간이 적다. 그래서 갈등이 있어도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거나 일방적으로 한쪽이 참는 경우가 잘 생긴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할 진 몰라도 갈등이 깊어져 “누구를 위한 맞벌이인가?”를 외치는 부부를 위해 준비했다. 맞벌이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법이다.
1. 21세기 아내 VS 20세기 남편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사와 육아 분담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20세기 남편과 21세기 아내가 한집에 사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20세기 남편이란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다. 21세기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를 남편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말한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21세기다. 두상달 이사장은 “온종일 일에 시달리고 온 아내에게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맡겨 놓는다면 결코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남편은 육아와 살림을 함께 해야 한다. 누가 시키고 그것을 마지못해 하는 식이 아니다.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
두상달 이사장은 “여성은 문화 적응이 빠르지만 남자는 여자에 비해 느린 편”이라며 “아내는 남편이 변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집안일을 하지 않는 남편을 비난부터 해서는 안 된다. 두상달 이사장은 “많은 남성은 집안일에 대해서 청개구리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막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여보, 청소 안 하고 뭐해!”라고 하면 이내 하기 싫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남자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두상달 이사장은 “ ‘당신이 설거지를 해주니까 정말 편하고 좋아.’ ‘나 시집 하나는 잘 왔어. 이렇게 애 숙제를 잘 봐주는 남편은 없을 거야.’ 라고 남편의 기를 살려 주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20세기에 살고 있는 남편이 서서히 21세기에 진입하게 되면 집안일과 육아 분담 갈등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2. 외벌이가 좋아! VS 능력 짱 아내가 좋아!
맞벌이를 원하지 않는 아내와 맞벌이를 원하는 남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동안은 치열하게 일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싶은 여성이 있다. 또한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아내도 있다. 그러나 남편은 계속 아내가 맞벌이를 해주길 원한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필요한 것은 부부 사이의 진실한 대화다. 물론 평소에 가정경제 상황, 일하느라 힘들었던 점, 앞으로의 목표 등을 공유해 왔다면 어렵지 않게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는 누구도 어느 한 쪽이 희생하길 강요해서는 안 된다. 특히 누가 이만큼 벌었으니까 적게 번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말은 금지어다. 주변의 부부와 비교하지도 말고, 부부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3.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 VS 지금 당장 이야기하고 끝내!
종일 떨어져 있다가 밤에야 만나는 부부. 둘 다 극도로 피곤한 상태라면 작은 일이라도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한쪽이라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갈등을 얼렁뚱땅 넘기려고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두상달 이사장은 “부부가 살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며 “싸움은 하되 잘 싸워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피곤하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끝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무조건 져주는 것이다.
자신이 90%를 잘못했고, 나머지 10%의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다고 치자. 그래서 배우자가 자신에게 90%를 전부 나열하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준다면 ‘아, 우리 여보 참 똑똑하구나!’라고 생각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쪼잔한 사람’ ‘밴댕이 소갈딱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잘못이 10%뿐인 배우자가 오히려 사과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한다면? 고맙고, 다시 보이고, 미안해서 더 잘하고픈 마음이 커질 것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부부 사이에는 좋은 싸움과 나쁜 싸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너 죽고 나 죽기’로 헐뜯어서 상처만 남는 싸움은 나쁜 싸움이다. 싸움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되면 좋은 싸움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부부 싸움에서 졌다고 수입이 줄어들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냐?”며 “현명한 부부 싸움은 말로 지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맞벌이 부부가 놓치기 쉬운 중요한 이것!
두상달 이사장은 “맞벌이로 돈을 버는 것도 필요하지만 육아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교육도 필수다. 어린 자녀는 아빠를 통해 판단력, 결단력, 지도력, 책임감 등을 배운다. 엄마에게는 인간관계, 표현력, 감정을 다스리는 법 등을 배운다.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두상달 이사장은 “이러한 능력을 익히는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퇴근 후나 주말에는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며 스킨십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두상달 이사장은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가정행복멘토다. 부부관계 개선과 가정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에 기여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대표 저서 <아침키스가 연봉을 높인다>, <결혼, 천일 안에 다 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