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동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정현우 박사】
27살의 취업준비생 이 모 군은 홍대 인근의 사주카페에 들렀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알려주자 잠시 뒤 점괘가 나왔다. 타고난 팔자가 글방 서생이니 교사나 공무원을 하란다. 대기업 취업 준비 중이라고 하자, 그럼 가더라도 연구직 방면을 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2012년 상반기 취업운이 괜찮으니 열심히 하라고 덧붙였다. 취업에 대한 불안함이 컸는데, 상반기 취업운이 괜찮다니 그나마 좀 위안이 된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사주, 운세 등을 본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궁합을 보고, 사업가도 자기 사업의 성공 여부를 점친다. 이사를 할 때도 택일을 정한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신년운을 보느라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모두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자구책일 것이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정말 타고난 팔자라는 것이 있을까??
자연의 섭리로 따지는 인간의 사주팔자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사주四柱를 간지干支로 나타내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풀어 놓은 것이 바로 사주팔자다. 누구에게나 이 사주팔자는 있는데, 이것으로 그 사람의 일생을 예측한다.
가령 신미년, 계사월, 경진일, 갑신시에 태어났다면, 신미(연주)·계사(월주)·경진(일주)·갑신(시주)은 각각 4개의 기둥, 즉 사주다. 또 신·미·계·사·경·진·갑·신 각각 여덟 글자가 팔자인 셈이다. 그래서 사주팔자다. 사주풀이는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여덟 개의 글자에다가 우주 자연의 작용법칙을 적용해 개개인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것은 모두 사람에게도 자연의 흐름이 있고, 음과 양의 조화가 있고, 우주의 공전주기가 있다는 시각으로 오행五行·십간十干·십이지十二支·방위方位·사계四季를 고려해 풀이하는 작업이다.
그중 십간의 성질만 파악해 보더라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라는 열 가지 부호 중에서 갑과 을은 목木을 나타내고, 병과 정은 화火를 나타낸다. 또? 무와 기는 토土를 나타내고, 경과 신은 금金을 나타내고, 임과 계는 수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갑甲을 보면, 갑목甲木은 큰 산에 있어야 어울린다. 그리고 을목乙木은 갑목을 감아 도는 넝쿨나무나 풀과 같은 나무이기 때문에 논이나 밭, 들에 있으면 어울린다. 하지만 논밭이나 들에 큰 갑목이 있으면 농부가 베어버린다. 그리고 산에 갑목은 없고 초목만 있어도 좋지가 않다. 만일 사주팔자를 뽑아놓고 보니 내가 갑목인데 12월에 해당된다고 하자. 여기서 12월은 십이지로 따지면 축월丑月이고 또 나무가 얼 만큼 추운 때다. 그리고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때가 굉장히 추운 계절이므로 따뜻한 걸 좋아한다. 따라서 12월의 나무는 춥기 때문에 태양을 그리워한다. 사주풀이는 이런 식으로 풀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주팔자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키워드 각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해석되는 것이다.
팔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운명이 전부 팔자소관이라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없어진다. ‘주어진 팔자 때문에 이미 내 인생은 결정났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지 않을까? 더군다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들은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팔자가 똑같으니 말이다.
정현우 박사는 “누구에게나 팔자는 있다.”고 말한다. 한 부모에게서 나서 똑같은 교육을 받은 형제라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바로 팔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팔자는 성격과 체질, 재능 등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변수는 있다. 정현우 박사는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과 믿음”이라고 강조한다. 타고난 팔자가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줄 순 있어도 운명을 결정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적 하나로 한 해 운수가 좋아진다.”, “당신은 단명할 팔자인데, 살풀이를 하면 막을 수 있다.” 등의 말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사주를 풀고 팔자를 알아 미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흐름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는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열매가 여문다. 이러한 섭리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를 심는 일은 사람의 힘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것이다.
정현우 박사는 “행여 ‘타고난 팔자가 나쁘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팔자는 변하지 않더라도, 운명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운명을 좋게 되돌리는 법
운명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개운改運이라고 한다. 정현우 박사는 개운법 5가지를 알려준다.
1. 선행을 베풀어라
가끔 텔레비전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여줄 때가 있다. 얼굴빛이 밝고, 인상이 온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행위다. 온화한 얼굴로 기뻐하는 표정으로 남을 대하는 것도, 친절하고 고운 말씨로 남을 대하는 것도 작게나마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또 지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도 선행이라고 할 수 있다.
2. 무엇을 하든지 철저히 준비하고 확신을 가져라
이것은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 법한 말이다. 달리 말하면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끔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그것에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3. 틈틈이 명상을 하라
다르게 말하면, 생각을 많이 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생각에는 자기 성찰과 반성이 꼭 들어 있어야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서의 명상인 셈이다.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에게 발전이 있다.
4. 좋은 사람을 만나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특히나 그 대상이 배우자이거나 스승일 때는 더하다. 인생의 멘토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진로가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아무리 나쁜 팔자를 타고났어도, 남을 도와 이롭게 할 배우자를 만난다면 운의 흐름은 좋게 바뀔 수 있다. 반대로 천하를 거머쥘 팔자라고 해도 그 주변에 악한 사람들이 많다면 결국 중대범죄를 저지르거나 패가망신할 수 있다.?
5. 이름과 풍수를 바꿔라
이것은 둘 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수만 번 불리게 된다. 이름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하면 자신의 팔자에 맞고 자신의 길을 더 밝게 열어줄 수 있는 이름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또 풍수라 하면, 곧잘 조상묘를 떠올리는데 이것 말고도 자신을 이루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가령 칼을 품는 팔자라고 해도, 강도가 되면 사람을 찌르는 흉기일 테고, 의사가 되면 사람을 살리는 메스인 것이다.
정현우 박사는 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순리에 따르고, 스스로 만족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며, 자기 일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마음가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TIP. 팔자에 있다는 도화살·역마살 정말 안 좋을까?
● 도화살: ’복숭아 도桃자, ’꽃 화花’자. 아주 개방적인 멋쟁이고 낭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옛날에는 바람기가 있다 하여 꺼렸지만 요즘 의식으로는 오히려 좋은 살이라고 할 수 있다. 도화살이 있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 가든지 인기를 얻는다. 배우나 탤런트, 목사나 스님, 그리고 교육자들 역시 도화살이 없으면 인기가 없다. 연예인이 도화살이 없으면 톱스타가 되기 어렵다.
도화살이 있는 사람은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 얼굴만 잘생겼다고 해서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얼굴이 못 생겨도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경우 도화살일 경우가 많다.
● 역마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게 되는 이동수가 많은 살을 말한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살을 좋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만큼 활동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로 많이 나가거나 이사를 많이 하는 등 일생을 분주하게 살게 된다고 한다. 해외운이 좋으니 무역이나 여행업을 하기에도 좋다.
정현우 박사는 숙명여대 경영 대학원에서 12년간 동양철학을 강의하고, 역학 석박사 과정 전문대학원인 동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저서로는 <인간과 경영><이야기 사주팔자>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