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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이달의 특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그 속에 숨은 불행의 덫

2012년 01월 건강다이제스트 행운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이주은 원장】

남편의 항변 – 게으르고 무신경한 아내에게 화가 난다

세상에, 아내가 남편인 나를 경찰에 신고했다. 몇 대 때렸다고 그런 짓을 하다니. 그래, 내가 좀 다혈질이고 욱하는 성질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리고 아내를 때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를 돋우어 폭발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아내다. 참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손이 올라갔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나 원 어이가 없어서.

아내는 정말이지 자기중심적인 여자다. 친구들 부인을 보면 눈에 보일 정도로 남편을 배려하는데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세심하게 챙겨준 적이 없다. 그런 무신경함에 정말 화가 난다.

아내는 너무 게으르고 나태하다. 그리고 현명하지 못하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옷장 정리도 하고 다림질도 깨끗하게 해놓아야 하는데 내가 말할 때까지 할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과일이라도 내와야지 곰처럼 앉아서 TV 드라마만 본다. 하도 답답해 내가 먼저 과일 먹자고 말을 꺼내면 돌아오는 말은 “냉장고에 사과 사다놨어요.”다.

이렇게 아내가 답답하니 정말 어떤 때는 제어가 안 될 정도로 화가 난다. 게다가 여자라면 다소곳하고 애교도 부리고 그래야지 도대체 그런 맛도 없다. 집안 꼴이 마음에 안 들어 화를 내면 눈치껏 일단 잘못했다고 빌고 빨리 치우는 시늉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아내는 내 말에 한 마디도 안 지고? 바락바락 대든다. 그러니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폭력으로 치닫고 만다.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내 쪽이다. 이렇게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내는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어딜가든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데 집에서만 이 꼴이다. 정말이지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 온다.

아내의 항변 – 남편이 바라는 건 아내가 아니라 몸종이다

남편이 원하는 만큼 내가 챙겨주지 못하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 비위를 다 맞출 수 있는 여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남편이 원하는 바를 들어보면 내내 자기 옆에서 시중을 들어줄 몸종을 원하는 것 같다. 내게 그토록 바라는 게 많은 사람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려고 한 적이 없다. 내 기분이 상해 있거나, 자기가 휘두른 폭력 때문에 분위기가 냉랭해지면 “나가자, 내가 뭐 사줄게.”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러다가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라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주는 것인데 남편은 그걸 모른다.

아이가 있건, 없건 막말을 일삼는 남편과는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시집 식구들 앞에서도 멍청하다느니, 생각이 없다느니 하는 막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시어머니는 이런 아들을 나무라시기는커녕 “남편이 그럴 때는 ‘그저 나 죽었소’ 하는 게 좋지, 미련하게 대들면 안 되는 거다.”라고 하는 분이다.

시집의 분위기는 시아버지가 왕이고, 시어머니는 아버님의 시중을 드는 하녀 같다. 그런 때문인지 남편은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벌써 크고 작게 십여 차례나 손찌검을 했다.

남편이 나를 아내로 생각한다면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폭력을 휘두를 때면 한 번만 더 폭력을 행사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경고하고, 대화로 풀어보자고 부탁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맞을 짓을 해놓고는 왜 내 탓을 하느냐며 이죽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말하는 나의 맞을 짓이란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다림질을 마음에 들지 않게 한 것, 밥을 윤기 있게 못하는 것, 말대답을 한 것, 자기를 주인처럼 떠받들지 않은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참을 수 없어 이혼을 각오하고 그날 경찰에 신고했다.

전문가 솔루션 -?부부 사이에 위아래는 있을 수 없다

부부는 3년 동안 연애를 했습니다. 연애 시절 듬직한 남자는 여자의 제일 친한 친구였고, 세심한 여자는 남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평생의 반려자로 참 알맞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잘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모든 것이 삐걱거렸습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결혼 전 그렇게 듬직하던 남자가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진 가부장적인 남편이 되어버렸고, 남편 입장에서는 연애 시절 그렇게 곰살 맞게 챙겨주던 아내가 이제는 자기가 몸종이냐며 따지고 드니 이해가 안 갈 뿐입니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 결혼한 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들은 결혼을 하기 전 예전 원가족의 사고방식을 간과했습니다. 남편의 부모님은 완전한 상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는 당신의 행동이 뭐가 잘못된 건지 인식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남편의 잘못이 별일 아닌 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고요.

남편은 아버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집안에서는 절대자이고, 밖에 나가서는 성공한 사업가이기 때문에 큰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저런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반면 어머니는 늘 집안을 돌보고 가족에게 헌신적인 분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남편은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의 행동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부인에게 강요하며, 부인이 왜 불만을 갖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생각하는 부인의 도리는 예전 원가족의 특수한 사고방식 탓에 부인의 생각과 너무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요구하는 부인에게 부인으로서 도리나 먼저 하라는 주장을 펴는 것입니다. 연애 때는 동등한 친구, 연인 관계를 허용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사고방식에 자리 잡고 있는 남존여비 인지가 작동하게 된 것이라고 할까요.

시대가 지나면서 각 세대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부부 사이에 상하 관계가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수할 경우 남자들이 고립되는 사회입니다. 부인과 자녀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태도를 취하면서 가족이 자신을 존경하고 좋아해주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현재 남편의 태도는 ‘내가 이 집안의 가장이니 가족 모두 나를 존경하고 떠받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행동일 뿐이며, 스스로를 돈 버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절대 정서적인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없습니다.

남편은 부인 앞에서 늘 ‘겸손’이라는 단어를 생각해야 합니다. 대우받고 보살핌받기 원하는 만큼 부인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점을 머리가 아닌, 마음에 깊이 새기고, 행동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내를 존중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하기 어려운 숙제를 하는 형국이라면 결국 며칠 가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아내가 고귀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부부 관계는 바람직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부인에게는 노력하는 남편을 격려하고 지지하며 긍정적 피드백을 제때 제대로 해주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남편의 변화를 기다려줄 줄 아는 성숙한 마음 자세도 중요합니다. 또 남편에게 일관된 태도로 꾸준히 자기표현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 건 심리적 유산을 되도록 빨리 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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