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이병주 원장】
“결혼한 지 1년 6개월인데 잠자리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예요. 남편이 하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면 3~4개월도 그냥 지나가요. 내가 하자고 해도 반응도 없고요.”
아내는 남편에게 섹스를 하자고 할 때마다 자기가 밝히는 여자 같아서 너무 비참하다고 했다. 그래서 ‘섹스가 뭐 부부관계의 전부인가? 애 하나 낳고 그냥 살면 되지.’라며 자신을 위로해 왔지만 어떤 날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그렇다고 남편이 원래부터 섹스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내의 말로는 연애할 때는 만날 때마다 섹스 요구를 해서 어떨 때는 귀찮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1년 정도 지나면서 요구가 줄어들었고, 결혼 후에는 자신이 원하면 겨우 마지못해 하는 남편과 살면서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아기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편은 “아니 제가 외도를 하나요? 매일 땡 하면 집에 오는데 외롭기는 뭐가 외롭습니까? 아기요? 이제 결혼한 지 1년 조금 지났는데 뭐가 급해요. 바깥일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못하는 건데, 그 속도 모르고, 이건 저 사람 문제예요.”라며 아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출중한 외모에 고소득 직업을 가진 아내, 가정적이고 성공한 사업가 남편. 완벽해 보이는 이 부부의 문제는 남편이 아내에게 성적인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왜 남편은 섹스리스가 되나?
1. 낮은 남성호르몬
연애 때는 정상적인 성욕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결혼 후 갑자기 성욕이 뚝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적은 것이 그 하나다. 선천적으로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듯이 남성호르몬의 분비도 많고 적은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몸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적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건강한 성생활을 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연애 때 정상적인 성욕 반응을 보이지만 한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애하거나 결혼을 하면 뚝 떨어진다.
그렇다면 남성호르몬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연애 때는 왜 정상적인 성욕반응을 보이거나 혹은 왕성한 성욕을 보였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적어 성욕이 낮은 남자들도 상대가 자주 바뀌다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 남성호르몬이 더 분비되기 때문에 자신의 성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한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문제가 드러난다. 즉 연애기간이 길어지거나 결혼 후에 배우자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할 때는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없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서 성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이런 남자들도 가끔 자위행위를 하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를 보면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자신의 성욕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2. 임신 목적의 섹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성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간혹 부부관계에서도 이 말이 요긴할 때가 있다. 부부가 별일 아닌 일로 소원해졌지만 서로 어찌 풀어야 할지 방도를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 이때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일단 섹스부터 하고 나면 갈등이 풀리면서 관계가 좋아지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 없이 의무감으로 하는 성생활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못 되는 부부가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다. 빨리 임신을 해야 하는데 남편이 발기가 안 된다고 했다. 결혼 초 남편은 성욕이 높아서 자신을 귀찮게 할 정도로 성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남편이 결혼 3개월쯤부터 발기가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남편의 발기장애가 생긴 시점에 혹시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묻자, 임신을 위해 배란날짜에 맞춰 성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해도 목적을 위한 성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좋지 않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애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배란일까지 맞춰 노력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는 나중의 성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원하는 임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남편 또한 처음에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란일에 맞춰 성관계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런 성욕이 아닌 의무감으로 하게 되므로 성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고 초조해지게 된다. 이런 무미건조한 성생활은 발기력을 감소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인성 발기부전을 야기하기도 한다.
섹스리스 치료는 어떻게?
결혼 초기의 몇 년은 부부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다. 신혼의 열정을 누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상대를 이해하며, 애정과 신뢰를 쌓아 가정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성생활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생활을 통해 부부는 일체감을 느끼게 되고 친밀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남편이 섹스리스라면 아내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아내의 태도에 따라 불행한 가정이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가정이 될 수도 있다. 섹스리스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절대로 임신하면 안 된다. 급한 마음에 신혼부터 임신을 목적으로 성생활을 하다보면 돈독한 부부관계를 형성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설령 임신을 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부부 사이도 멀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아무리 급하다 해도 성생활은 목적을 가지고 하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 배란일에 상관없이 자연스런 욕구로 애정 어린 성생활을 하다보면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임신도 저절로 될 것이다.
둘째 남편의 치료를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정말 어렵다. 애당초 섹스리스인 남자들은 섹스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치료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당신이 성적 욕구가 없는 것이 혹시 나로 인한 것일 수도 있대요. 치료를 위해서는 당신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데 같이 가주면 좋겠어요.”라고 아내의 문제인 것처럼 부탁조로 말하는 것이 좋다. 성적 자존심이 강한 남자들은 ‘네 문제’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아내는 아주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남편이 섹스에 관심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 해도 그것이 곧 성욕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남편의 성적 욕구는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끌지 말고 “같이 치료 받을래? 아니면 지금 당장 이혼할래?” 하고 남편에게 조건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어차피 남편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이혼도 하지 않는다면 이 결혼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불행한 결혼생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