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98쌍이 이혼한다. 이혼 사유의 첫 번째는 성격차, 두 번째는 배우자의 외도다. 성격차가 실제로는 ‘성적(性的) 차이’인 점을 감안하면 성적 트러블과 외도가 가정파탄의 주범인 셈이다. 그리고 외도로 인해 실제 이혼하는 커플은 실제 20%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결국 외도한 다섯 커플 중 네 커플 이상은 계속 살아간다는 말이다. 외도하는 남편과 이를 묵인하는 아내,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 남편의 착각 – ‘아내는 모를 걸? 그리고 가정은 지킬 거니까 문제없어~’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좋은 곳’을 가자고 했다. 아내한테 걸리면 어쩌나 싶으면서도 나 역시 내심 기대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진아’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그녀와 나는 이야기가 잘 통했다. 헤어지면서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오빠~오빠~’하며 따르던 그녀가 자꾸 생각났다.
그녀를 만나면 항상 즐겁고 새로웠다. 무엇보다 내가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은 퇴근하고 통화를 하는데 이제 곧 우리도 만난 지 100일이라며 그녀는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그래서 제주도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에게는 2박3일 출장 간다고 이야기해 둘 생각이다. 벌써부터 그녀와의 밀월여행이 기대된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가정을 깰 생각은 없다. 아내가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우리 가정은 화목하고 두 아들도 잘 자라고 있다.
오늘은 아내가 피곤한가 보다. 샤워하고 나오니 벌써 자고 있다. 그래, 매일 두 아들 녀석과 씨름하니 피곤할 만도 하다. 이번에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아내를 위한 선물도 하나 챙겨야겠다.
그 아내의 속내 – ‘남편의 외도 알지만, 후폭풍이 두렵다~’
퇴근 후 샤워하는 남편의 옷가지를 정리하다 별 생각 없이 핸드폰을 열어 통화목록을 봤다. 그런데 유독 ‘진아’라는 이름이 많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자를 확인해 보니, 안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오빠~ 우리 또 언제 만나? 벌써 보고 싶엉~~”
“오빠~ 금요일에 어디 갈 건데? 드라이브 갈 꼬야? 기대하고 있을겡~~”
순간 하늘이 노래지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바람’인가 싶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샤워 중이다.
이제껏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나름 열심히 살았다. 남편과의 관계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야근이 많아도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처가에도 잘 하는 남편이었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을 줄이야….
씻고 나온 남편은 곧바로 잠이 들었지만, 난 잠을 이룰 수 없다.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진아가 누구야? 내가 당신 바람피우는 거 모를 줄 알아?”라고 따지고 싶지만, 남편의 반응이 겁난다. 만약 이혼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그럼 두 아이들은? 난 이제 남편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난다.
남편의 외도는 결국 남편의 잘못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아는 순간 대부분의 아내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배신감과 분노, 공허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화병이 생기기도 한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남편에게 따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아내도 많지만, 의외로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덮어두는 아내도 많다.”고 말한다. 아직도 다소간의 바람기는 용서하고 묵인하는 게 한국 사회, 한국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외도 사실을 들췄을 때 생길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며, 남편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 본인의 자존감은 낮은 경우다.
앞 사례의 아내처럼 남편의 외도를 묵인하는 아내는 대개 남편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내가 성적 매력이 없나?’ ‘만약 이야기했을 경우 남편이 나를 떠나면 어쩌지?’ 등의 고민을 먼저 한다. 지금 자신이 받고 있는 고통이나 본질적인 행복의 의미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당장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혹은 남편 없이 살 수 있을지 등을 염려하게 되는 것이다.
김미영 소장은 “이러한 태도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덮어두었다가는 남편의 행동은 더 대담해지고, 결국 가정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혹시 내 잘못은 아닐까?’라며 자책하는 아내들도 있지만 결국 남편의 외도는 남편의 잘못이다. 아내와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혹은 아내와 다퉜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아내는 아내대로 상처를 입고, 남편은 남편대로 계속 가정을 겉돌면서 ‘무늬만 부부’인 채로 살아가게 되고, 그 결과 부부는 항상 위태로운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남편의 외도에 아내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부부간 ‘사랑과 신뢰’를 다시 다져야
김미영 소장은 “일단 증거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카드내역이나 이메일 내용, 핸드폰 문자나 통화 내역을 토대로 증거를 잡고 남편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야기했다간 ‘생사람 잡는다.’며 발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말하는 상대는 무섭지 않다.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때 남편은 자신의 외도를 섣불리 덮거나 변명해선 안 된다. 가정을 지킬 생각이라면, 아내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많은 것을 노력해야 된다. 무엇보다 내연녀와의 관계를 끝내겠다는 다짐과 이제는 끝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아내는 자신의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끊임없이 남편을 의심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직접 내연녀와 통화하거나 만나서 내연녀에게 다시는 만나지 않게끔 확답을 받는 것도 권할 만하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남편의 행동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먼저 남편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 정도에서도 남편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편과 살아갈 날들은 더 가시밭길일 테니 말이다.
더불어 부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자녀들에게 끼칠 영향도 염두해 둬야 한다. 자녀의 일상생활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자녀가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고 돌보는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른다. 아내가 입은 ‘외도’라는 상처는 남편의 ‘사랑과 노력’이라는 연고를 꾸준히 발라줘야 새 사랑이 돋고 아물 것이다. 때문에 남편들은 ‘외도 후의 폭풍’을 먼저 생각하고 ‘혼외정사도 사랑’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죽을 때 내 곁을 지킬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를 생각한다면 섣불리 외도의 늪에 빠져들지 않게 될 것이다.
김미영 소장은 “소중한 보석은 소중히 다뤄야 빛이 나듯, 소중한 배우자는 사랑으로 다뤄야 빛이 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