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성클리닉 이병주 원장】
40대 여성이 자위행위를 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남편과의 성관계에서는 느낄 수 없다며 내원했다.
“혹시 자위행위 때처럼 느낄 수 있게 애무를 해달라고 남편에게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지금까지 남편은 내가 잘 느끼는 줄만 아는데 어떻게….”라며 그런 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자신이 느끼지도 못하면서 오르가슴에 도달한 것처럼 연기한 사실을 남편이 알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느끼지도 못하면서 진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이유가 뭘까? 남편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흥분이 되지 않는 여성은 남편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한다. 그리고 성관계를 하기 싫은 여성은 오래하면 아프기 때문에 빨리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짜 연기를 하기도 한다.
또 완벽주의 성향의 남편을 둔 여성이나 성적 자신감이 결여된 여성은 혹시 남편이 딴 곳에 눈길을 줄까 걱정이 되어 오르가슴을 느끼는 척하기도 한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이 있다. 거짓 연기를 하면 언젠가는 남편도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남편은 부인과 성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고, 여성 또한 자신이 아닌 남편을 위한 성관계였으므로 더 이상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좋은 고부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부부 성관계에서도 처음부터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껏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한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나,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반응이 모두 가짜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당황하거나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성들은 성생활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게 된다.
시간이 좀 지나면 연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애써준 아내에게 도리어 고마워할 수도 있고, 또 아내의 솔직한 태도에 대해 믿음이 생겨 더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아내는 자신이 받고 싶은 애무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내 자신의 성적 만족도가 높아짐은 물론 남편의 성적 만족도 올라가게 되어 서로 ‘윈윈’하는 성관계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것은 왜일까? 자위행위를 할 때는 오르가슴에 잘 도달하지만 남편과의 성관계에서는 오르가슴은커녕 흥분조차 되지 않는다는 여성들이 꽤 많다.
자위에서는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남편과의 성생활에서는 못 느낀다면 제일 먼저 점검해보아야 할 것은 남편과의 관계다. 성관계 전에 먼저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고 마음이 열려야 만족스러운 섹스가 가능한 것이 여성의 성 심리이다. 만약 남편과의 관계에서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것이 있다면 이것이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남편과의 대화에서 자주 벽에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성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 먼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계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남편의 애무기술이다. 여자의 오르가슴에는 음핵의 애무가 필수적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귀두를 자극할 때처럼 음핵도 강한 자극을 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음핵을 강하게 자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여성은 그나마 있던 흥분도 가라앉고 도리어 불쾌감이나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럴 경우 아내들은 자신이 잘 느낄 수 있는 애무방법을 남편에게 일러주어야 한다. 어느 부위를 어떻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많은 아내들이 죽으면 죽었지 섹스 할 때 남편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말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말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말해주지 않으면 남편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자신의 몸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를 만지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요구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과의 관계도 좋고 남편이 능숙하게 애무를 잘 하는데도 불구하고 못 느낀다면 이는 호르몬의 변화나 혈액순환 장애, 그리고 신경질환 등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빨리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오랫동안 혼자만의 자위나 진동기구를 이용한 강한 자극에 익숙한 여성들도 실제 관계에서는 잘 못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자극의 강도는 점차 낮추면서 예민도를 올리는 감각집중훈련의 행동치료를 하면 개선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성이 혼자서는 오르가슴에 도달하는데 성관계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남편 탓이 아니라 온전히 본인의 책임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아닌 남자에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해결하려 나선다면 남편들도 충분히 협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