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
자타공인 동안미남 42세 박흥대 씨(가명)는 큰 고민이 생겼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느새 노안이 온 것이다. 눈에 변화가 생긴 이후부터는 거래처 사람이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칭찬을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에 서류 글씨가 안 보여 멀찍이 들고 읽는 것이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안경, 렌즈, 라식수술을 이야기할 때 시력 좋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박 씨인지라 충격이 더 크다. 신문이 점점 흐릿하게 보일수록 한숨도 깊어지는 박 씨. 박 씨처럼 노안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이들을 위한 똑똑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스마트한 세상에 노안이라니…
부모님의 돋보기를 볼 때면 언젠가 나에게도 그것을 쓸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닥치고 보니 억울하다. 이건 흰머리, 주름하고는 좀 다른 문제다. 돋보기, 그 작은 물건 하나로 왠지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노안은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다. 노안의 정도에 따라 돋보기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드물다. 또 몸이 아무리 건강하고 젊어도 눈은 별개인 경우가 많다. 몸의 노화보다 노안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노안은 눈의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노화현상이다. 젊었을 때는 물체가 멀거나 가깝거나 사물이 잘 보이는데 이는 우리 눈의 모양체근의 수축과 이완으로 수정체의 굴절력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모양체근이 수축을 잘해서 수정체가 두꺼워지게 되면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는 “나이가 들면 점차 모양체근 수축력이 전만 못하게 되고 수정체가 딱딱해지며 이로 인해 수정체의 탄력이 감소해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수정체의 앞면과 뒷면이 볼록해지는데 노안의 경우는 이러한 눈의 변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노안은 40대 초·중반에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눈의 조절력은 40세경에는 20대의 절반으로 감소하고, 60세 이후에는 조절력을 거의 상실한다. 10대 때는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초점을 조절하는 시간이 1초 이내지만 50대가 되면 이보다 2~3배 길어지게 된다.
부쩍 침침해진 눈, 노안일까?
노안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휴대폰 화면이나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는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태임 교수는 “남아 있는 눈의 조절력을 최대한 사용하기 때문에 근거리 작업으로 인해 쉽게 눈의 피로를 느낀다.”며 “처음에는 잘 보이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글씨가 차차 흐려져 읽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한다.
또 어두울수록 가까운 곳이 더 잘 안 보이고 금방 피로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증상이 심해지게 되며, 나중에는 작은 글씨를 읽는 것은 엄두를 못 내는 상태가 된다.
안 보이는 데 보려고 애를 쓴다면 눈이 금방 피곤해지고 심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 한 시간에 10분 정도는 눈을 쉬어주고,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태임 교수는 “노안이 시작된 것 같으면 안과를 찾아 시력검사와 더불어 녹내장, 백내장, 안구건조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또 백내장, 녹내장, 안구건조증과 같은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므로 4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한다.
돋보기, 돌려쓰지 말아야
노안인 것을 안 후 가장 고민되는 것이 돋보기를 쓰느냐, 마느냐일 것이다. 돋보기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눈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돋보기 없이 가까운 데를 억지로 보려고 하면 불필요한 피로감이 생겨 눈에 무리가 가게 된다. 돋보기를 항상 쓰고 있을 필요는 없고 근거리 작업을 할 때만 쓰는 것이 좋다.
돋보기는 정확한 검사 없이 가족이나 주변사람과 대충 돌려가며 쓰는 경우가 많다. 김태임 교수는 “돋보기는 글씨가 똑똑하게 보이고, 오랫동안 쓰고 있어도 눈의 피로감과 두통이 없도록 정확한 검사를 한 후에 자신의 눈에 맞는 것을 써야 한다.”며 “시력에 맞지 않는 돋보기는 불필요한 눈의 피로를 더해준다.”라고 지적한다.
노안은 보통 60세까지 계속 진행된다. 돋보기를 처음 쓰는 40대 초·중반이라면 1~2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봐야 하고, 50대 이후에는 2~3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서 정확한 도수의 돋보기를 사용해야 한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가며 봐야 하는 경우라면 멀리 보는 렌즈와 가까운 곳을 보는 렌즈가 함께 들어있는 이중초점렌즈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이중초점렌즈가 불편하다면 좀 더 진화된 형태인 다초점렌즈도 있다. 다초점렌즈는 렌즈 사이의 경계가 드러나 보이고, 중간 거리는 볼 수 없는 이중초점렌즈의 단점을 보완한 렌즈다. 하지만 실제 렌즈에서 초점에 딱 맞는 부위가 좁아서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노안 수술할까? 말까?
40대 초·중반부터 노안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요즘은 40대도 스마트한 세상을 누리며 사는 경우가 많다. 또 경쟁 사회에서 노안이 곧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연결될까 봐 굳이 노안임을 밝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노안인 것을 숨길 필요까지는 없다고 해도 돋보기를 쓰고 벗기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근시를 교정하는 라식·라섹 수술처럼 노안 교정 수술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김태임 교수는 “노안은 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이기 때문에 완벽한 치료방법은 없지만, 이러한 변화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 삽입술, 각막 수술을 통한 노안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노안 교정 수술은 백내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백내장과 노안이 함께 있다면 백내장 수술을 한 다음에 특수 인공수정체를 삽입해서 근거리 시력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해서 효과가 영구적이긴 하지만 백내장이 있는 경우에만 수술할 수 있는 제약이 있다.
가까운 곳이 안 보이는 원시가 있는 사람이 노안이 왔다면 각막 형태를 바꾸는 수술을 통해 근거리 시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근시일 경우에는 모노비전 노안 교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쪽 눈은 먼 곳이 잘 보이고, 다른 쪽 눈으로는 가까운 곳이 잘 보이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양쪽 시력이 다르지만 안경이 없어도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또한 레이저가 아닌 고주파 에너지로 각막의 높낮이를 볼록렌즈와 유사하게 변형시키는 노안 교정 수술법도 시행되고 있다.
김태임 교수는 “각막의 형태를 바꿔 노안을 교정하는 수술의 경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각막의 형태가 일부 다시 돌아온다.”고 조언한다. 수술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은 만큼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또한 녹내장, 망막이상 등의 눈 질환이 있다면 노안 교정 수술을 할 수 없다.
젊게 살기가 대세인 요즘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에 찾아온 노안 때문에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김태임 교수는 “아직 완벽한 노안 예방법과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라며 “정확한 검사를 받은 후 적절한 안경 혹은 다른 방법의 교정을 통해 눈을 혹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 라식 수술을 하면 노안이 오지 않을까?
라식 수술을 했다고 노안이 오지 않는 경우는 없고, 라식 수술 때문에 노안이 빨리 오지도 않는다. 다만 근시에서 굴절수술을 통해 정시로 바뀐 경우 노안을 빨리 느낄 수 있다.
◎ 노안이 오는 나이가 젊어지고 있나?
요즘에는 40대도 작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불편을 느끼는 나이가 과거에 비해 낮아져 노안이 빨리 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노안이 생기는 나이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는 조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