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건강에 관한?관심이 건강을 부릅니다!”
요즘 ‘명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 물론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대통령 이름은 아니다. 청년의사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에 출연 중인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 명승권 과장을 칭하는 말이다. 명승권이라는 이름과 의사를 뜻하는 박사의 앞 자를 따서 ‘명박’이란다. 같이 출연하는 의사들도 이름을 따서 웅박, 광박, 신박이다. 이걸 이름이라고 해야 할지 별명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어쨌든 표현이 재밌다. <나는 의사다>가 인기를 끌면서 진행자 명박 명승권 과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가 진행을 잘해서냐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기존 의학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핫’한 의사 명승권 과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건강비결을 듣고 왔다.
<나는 의사다>로 유명세~
<나는 의사다>는 쉽게 말해 의사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작은 방에 남자 네 명이 모여 의학상식을 전달하고 보건의료 이슈를 파헤친다. 그런데 이 남자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거리면서도 할 말은 다한다. 인터넷 방송이지만 구색은 TV방송 못지않다. 주제에 맞게 게스트도 부르고 지난 방송 리뷰도 한다. 깨알의학상식 코너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건의료 뉴스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뉴스내시경 코너도 매회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청년의사에서 저를 포함해 의사 3명을 불러 신년특집 대담 방송을 했어요. 그게 반응이 좋아서 1월부터 본격적으로 <나는 의사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맞는 의사 4명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나는 의사다>를 들은 청취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신선한 내용이다.’ ‘병원에서는 못 듣는 얘기를 해줘서 재밌다.’는 반응과 ‘의사들이 정보를 알려주는 방송치고는 산만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갈팡질팡했지만 이제는 진행 수준이 높아졌다.’라는 평과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을 언급해 유익하다.’는 평 등을 들으며 다운로드 횟수가 올라가고 있다. 방송에 애정을 가지는 청취자가 늘수록 명승권 과장도 느끼는 바가 많다.
“국민 대다수는 평소 의사로부터 충분한 의학상식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의학정보 프로그램이 있지만 뻔한 내용을 전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나는 의사다>는 모두가 궁금해 하고 새로우며 제대로 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꾸미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비타민제·오메가-3 보충제 먹지 말라는 의사
얼마 전 명승권 과장의 주장이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인 비타민제, 항산화제, 글루코사민, 오메가-3 보충제 등이 효과가 없고, 심지어 일부는 해롭다고 주장한다. ?
“2007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4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이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았습니다. 저도 국제종양학술지인 <종양학연보>에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비타민 A,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암 발생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먹은 집단에서 방광암 발생이 52% 높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비타민제를 먹을 것이 아니라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비타민을 섭취하길 권한다. 오메가-3도 마찬가지다. 오메가-3 보충제가 아닌 생선, 아마씨유, 들기름 등으로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오메가-3 보충제는 심혈관질환 경력이 있는 사람의 2차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최근에도 같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먹으면 안 되느냐고요? 건강인도 그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 자체가 없으므로 생선으로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건강한 생활습관 적어놓고 매일 보세요!
건강기능식품 말고도 그가 환자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당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바쁜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도 인정한다.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꼼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금연하고, 절주하고, 운동하고, 채소·과일 골고루 먹고, 적게 먹고, 표준체중 유지하고, 고기 적게 먹기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건강법입니다. 안타깝게도 한두 가지만 지켜서는 안 되고 모두 지켜야 건강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러한 건강법을 70~80% 정도 지키며 살고 있고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노력 중입니다.”
7년 전에는 10년 이상 핀 담배도 끊었고, 작년 1월부터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장에 다닌 뒤부터는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 서울 길음동에서 고양시 국립암센터까지 한 번에 오는 버스나 지하철은 없지만 걷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다.?
그는 생활습관을 고치기가 어렵다면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고 말한다. 건강해지는 법을 알고 나면 생활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 상식은 ‘모르는 것이 약’이기보다는 ‘아는 것이 힘’이 될 때가 많다. 물론 그가 늘 강조하는 ‘제대로 된 건강 상식’일 때 말이다.
일단 속는 셈 치고 ‘금연하기, 운동하기, 적게 먹기’ 등을 쓴 종이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워보자. 그리고 어떻게 자기 방식대로 그 방법을 실천할지 알아보고 고민해보자. 서서히 건강한 생활습관에 가까워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진료실에서는 ‘핫’가이
그는 심각한 사람이 아니다. 기분 나쁜 일도 금방 잊어버리고, 성격도 화끈하다. 대학개그제 본선에 나갔을 만큼 끼도 많다. 또 틀에 얽매여 살지도 않는다. <나는 의사다>에서는 틈만 나면 ‘인생 뭐 있나?’를 외쳐댄다. 참 쿨한 사람이다. 그런데 딱 한 군데, 쿨해질 수 없는 곳이 있다. 진료실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자세히 듣고 싶은 환자의 마음을 쿨하게 넘길 수 없어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물어 보고 싶어도 망설이는 환자를 쿨하게 외면할 수 없어서 진료가 끝나면 꼭 묻는다. “더 궁금하신 것 없으세요?”라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에게 쿨하게 약을 처방하지 않고 생활습관부터 고쳐보자고 말한다.
문득 인터뷰할 때 미처 못했던 말이 떠오른다. 미안하지만 그가 대학개그제에서 상을 못 탄 게 다행이라고. 그는 의사 가운이 더 잘 어울린다고. 그리고 당분간 넘치는 개그본능은 부디 <나는 의사다>에서만 발산해 달라고 말이다.
<TIP. 국립암센터 명승권 과장이 제안하는 건강 5계명>
1. 금연하고 절주하라 = 모든 암의 30%는 담배 때문에 생긴다.?
2. 일주일에 5번, 30분 이상 운동해라 = 30분 동안 하기 힘들다면 처음에는 15분이라도 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라.
3. 과일·채소를 골고루 먹어라 = 채소반찬으로 젓가락이 자주 가야 한다.
4. 붉은 육류를 적게 먹어라 = 일주일에 3인분 이상은 자제한다.?
5. 적게 먹고 표준체중을 유지하라 = 갑자기 적게 먹는 것은 어렵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식사량을 줄여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