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문지영 기자】
【도움말 |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
바야흐로 ‘열풍’이다. 2016년 대한민국은 단 한 방의 주사로 감쪽같이 예뻐지고 젊어지는 것은 물론 탁월하게 머리가 좋아지고 거뜬하게 피로가 회복되는 만병통치 요법에 열광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리우 패럴림픽 유도 부문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이정민 선수가 무릎 부상으로 진통 주사를 맞아가며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것처럼 어떤 종류의 주사는 고통에 휩싸인 사람을 일으키고 그에게 인생을 건 승부를 겨루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현재 우리가 푹 빠져 있는 주사들은 허울 좋은 주사테라피의 명목으로 과도한 경제적 비용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할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 주사 열풍을 진단해보자!
▲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
열풍처럼 주사테라피… 왜?
강남 테헤란로의 직장인 K 씨(37세)는 요즘 사내 커플인 약혼녀 L 씨(29세)와 함께 점심시간이면 밥 대신 비타민 주사를 맞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달려간다. 비급여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 전 야근 후 동료의 권유로 한 번 맞았던 주사 맛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K 씨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한 달에 서너 번씩 일명 ‘칵테일 주사’를 맞고 있으며, 결혼을 앞둔 약혼녀 L 씨 또한 피부를 위해 ‘백옥 주사’와 ‘아기 주사’ 각 4회에 피부테라피 5회를 묶어 120만 원을 결제했다.
비단, K 씨와 L 씨뿐만이 아니다. 수험생 아들을 둔 J 씨(55세)는 아들의 대입 준비를 위해 은행에서 추출한 혈액순환 성분과 비타민을 섞어 뇌에 영양을 공급한다며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은행잎 주사’를 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맞히고 있다. 이는 매해 연례행사처럼 수능을 앞둔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의 유행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 주사들이 효과가 있을까?
신중함이 필요한 주사테라피의 실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에 따르면, 주사테라피의 중심에 있는 칵테일 주사는 1970년대 미국 의사 존 마이어스(John Myers)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각종 비타민 B, 비타민 C, 칼슘, 마그네슘 등을 고용량으로 섞은 영양주사다.
편두통, 천식, 만성피로, 섬유근육통, 감기, 비염,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되고 있다.
특히 칵테일 주사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의 경우 강력한 항산화제로 실험연구나 동물실험을 통해 암, 심혈관질환, 노화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명승권 교수는 “어떤 종류의 칵테일 주사든지 현재까지 각종 다양한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일례로 비타민 C의 경우 우리나라 일일권장섭취량인 100mg보다 100배가 많은 10,000mg (10g)을 주사하는데, 이를 비타민 C 고용량요법 혹은 메가도스요법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14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위약주사군에 비해 피로 점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되기는 했다. 하지만 피로도 점수 10점 만점에 평균 약 5.6점 수준에서 하루 뒤 약 5.0점 정도로 0.6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승권 교수는 “아무리 통계적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로가 없어졌다거나 2-3점 이상 줄어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수치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 너도나도 주사 맞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칵테일 주사에 대한 접근은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임상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효능에 매달리는 것은 어떤 함정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명승권 교수는 “드물지만 칵테일 주사를 맞을 경우 감염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며, 신장이나 간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해당 장기의 손상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사테라피 대표주자 5인방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사테라피는 지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주사테라피 열풍을 주도하며 요즘 핫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사테라피 대표주자 5인방을 샅샅이 파헤쳐보자.
피로에 직방? 마늘 주사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사로 실제로 마늘이 함유된 것이 아니라 주사 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늘 주사로 불린다. 비타민 B1이 주성분으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우리 몸의 당질을 연소시켜 근육과 신경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전신피로, 간 기능 장애, 과음 후의 탈수 현상, 허약 체질에 도움을 준다고 하며,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설되므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혈압을 떨어뜨려 쇼크를 일으킬 수 있으며 발진, 구토, 설사,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햇볕 대신에~ 비타민 D 주사
대한민국이 비타민 D 부족국가 1위로 꼽힌다는 뉴스와 함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독 햇볕에 그을리기를 꺼려하고, 긴 업무시간과 공부시간 때문에 일조량이 부족해져서 발생한 상황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절과 근육통, 우울증과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광고가 넘쳐나며 너도나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비타민 D의 결핍과 효과가 너무 부풀려져 있으며, 비타민 D 주사제 역시 합성 비타민 D로서 구토와 현기증을 일으키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브레인 주사로 인기~ 은행잎 주사
은행잎 추출물인 징코 성분과 각종 비타민을 믹스한 수액 주사로 일명 ‘수능 주사’, ‘브레인 주사’라고 불린다. 뇌의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하고 뇌에 영양을 공급하며, 어지럼증, 동맥경화성 혈관증, 말초동맥 순환 장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인기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두통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고,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 구토와 발열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비욘세처럼 예뻐진다는~ 백옥 주사
말 그대로 백옥 같이 흰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주사로, 세계적인 톱 가수 비욘세도 이를 통해 예뻐졌다고 해서 ‘비욘세 주사’로도 불린다. 피부의 결과 톤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의 활성을 억제하고 간 기능을 개선해 지속적으로 맞으면 맑은 얼굴빛과 매끄러운 흰 피부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성분인 ‘글루타치온’이라는 항산화 성분의 특성상 체외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보관상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 투여했을 경우 혈압 저하와 맥박 이상 등이 올 수 있다.
간수치 개선에~ 감초 주사
일본에서부터 유행하고 있는 주사로, 감초에 들어 있는 글리시리진과 글리신, 시스테인 등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며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간수치를 개선하고 항알레르기, 가려움증, 해독 등에 도움을 주며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환절기의 특효약으로 통한다.
하지만 과량으로 장기간 주사할 경우 글리시리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노인들의 경우 저칼륨혈증, 두통, 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주사 한 방에 대한 환상은 금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도 과유불급은 중요한 원칙이 된다. 각종 주사테라피 역시 마찬가지다.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맹신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명승권 교수는 “수액주사는 누구나 맞고 싶다고 하면 놔주는 주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반 수액주사는 입으로 영양을 섭취하기 힘들거나 심한 급성 탈수 환자를 제외하고는 맞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수액주사를 따로 맞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명승권 교수는 “건강을 위해 특별한 주사나 요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올바른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근거 있는 방법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명승권 교수는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이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다.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상과 국립암센터 우수연구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국립암센터 우수연구자 SCI Impact Factor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